올해 경제성장률 정부 목표치 1.4% 달성도 '위태위태'

2023-10-27 10:49:54 게재

정부는 "수출 회복세… 1.3∼1.5% 될 것"

이·하마스 충돌로 글로벌 불확실성 커져

고금리·고물가에 소비 위축 흐름도 변수

27일 이틀째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는 올해 성장률 전망을 놓고 공방이 펼쳐졌다.

기재부는 하반기 수출 회복세로 정부 전망치인 1.4% 성장률 달성에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야당은 사상 처음으로 저성장 대표나라인 일본보도 성장률에서 밀릴 위기에 처했다며 정부 책임론을 제기했다. 글로벌 경기침체를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데 이어 지나친 긴축재정과 예산불용 조장 등으로 저성장을 방치했다는 주장이다.


실제 올해 3분기 우리 경제는 수출 부진 완화와 민간소비 회복에 힘입어 0.6% 성장했다. 3개 분기 연속 성장세다. 하지만 고금리와 경기 위축 등으로 내수 회복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불투명하다. 이 때문에 국내외 기관들에서는 정부의 올해 성장률 목표치인 1.4% 달성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목표치 달성 무리 없다" = 정부는 연간 성장률이 올해 목표치에 근접할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날 국정감사에서 거시경제 진단을 묻는 여당 의원의 질문에 "이스라엘 사태도 있고 여러 불확실한 변수가 있지만 정부가 전망한 궤도로 움직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현재 정부가 연간 성장률을 1.4%로 전망하고 있는데 조금 보수적으로 보면 1.3%, 낙관적으로 보면 1.5%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답변하는 경제부총리 |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6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수출 상황에 대해서도 "전반적으로 수출이 좋다. 특히 반도체가 바닥을 확인하고 서서히 나아지는 기미를 보이고, 수출 회복세가 전반적으로 강해지는 양상"이라며 "10월 들어 현재 수출이 플러스로 돌아서고 있어 수출 중심의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기재부 관계자도 "정부가 예상했던 '상저하고'(상반기 둔화, 하반기 반등) 흐름에 부합하는 수준"이라며 "최근 반도체 가격 반등과 수출 개선 등을 감안하면 1.4% 성장률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2분기(4∼6월)보다 0.6%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2분기에 0.9% 줄었던 수출이 3분기에는 3.5%로 늘어나면서 3개 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을 이끌었다. 전 분기에 0.1% 감소했던 민간소비도 0.3% 증가했다.

◆4분기 성장률, 0.7% 넘을까 = 한은과 정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는 1.4%다. 4분기 성장률이 0.7%를 넘어서야 연간 성장률 1.4%를 기록하게 된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불확실한 요인이 더 많다는 관측이다.

한국은행은 수입에 향후 불확실성 요소가 크다고 진단했다. 동절기 들어 원유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국제유가까지 오르면 수입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유가는 주요 산유국의 감산과 이-하마스 전쟁이 겹치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현재 배럴당 90달러(두바이유 기준)까지 오른 국제유가는 연말쯤 100달러를 넘어설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수입에 대한 수요 변화의 불확실성이 높기 때문에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4분기) 순수출 기여도가 플러스로 나올지도 예단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특히 증권가에서는 아예 정부 목표치 미달을 기정사실로 받아들이고 있다. 하이투자증권은 이날 보고서에서 "3분기 GDP 성장률이 시장 예상치(전 분기 대비 0.5%)를 소폭 상회했지만 강한 경기 반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 연간 성장률 1.2% 전망과 L자형 경기 전망 기조를 유지한다"고 밝혔다. 신한투자증권도 올해 성장률을 1.2%로 내다봤다. 삼성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1.3%로 예상했다.

◆재정 기여도를 높여라 = 공개적으론 "1.4% 성장 문제없다"고 한 정부도 내심 초조한 기류다. 최근 정부가 재정집행률 점검 주기를 월 1회에서 주 1회로 확대하기로 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기재부는 오는 31일 김완섭 기재부 2차관 주재로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열고 재정 집행률 제고 방안을 발표한다. 매달 열리던 재정집행 점검회의를 일주일에 한 번으로 주기를 단축하는 것이 골자다. 집행되지 않는 불용 예산을 최소화해 경기 반등을 뒷받침하겠단 의지로 풀이된다. 월간재정 동향에 따르면 1~8월 누계 정부 총지출 진도율은 66.7%를 기록했다. 2020년(71.1%), 2021년(70.6%), 2022년(72%) 등 예년과 비교해 낮은 수준이다.

하지만 올해 1.4% 성장을 달성하더라도 세계 주요국의 성장률에 못미친다. 실제 국제통화기금(IMF)은 올해 일본의 경제 성장률 전망을 기존보다 무려 0.6%p 올린 2%로 수정했다. 미국도 0.3%p 높아진 2.1% 성장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면 우리나라는 1.4%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도 미국과 일본의 성장률을 각각 2.2%와 1.8%로 전망했다. 한국은 1.5%로 예측했다. 올해 세계경제가 당초 전망보다 나아지는 흐름이지만 우리나라는 여전히 어려움이 계속된다는 진단이다.

우리나라가 일본보다 연간 성장률이 낮아진다면 IMF 외환위기가 있었던 1998년 이후 처음이 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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