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상승세 둔화"라지만 10월 물가도 불안

2023-11-01 11:03:27 게재

식료품·외식물가 급등, 저소득층 타격

국제유가 상승에 아직도 비싼 채소값

하반기 내내 3%대 고물가 이어질 수도

오는 2일 통계청이 10월 소비자물가 동향을 발표한다. 바닥 흐름은 심상찮다. 일각에서는 9월 소비자물가(3.7%)를 넘어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9월 물가는 5개월 만에 최대 폭 상승, 우려를 낳았다. 고물가는 가뜩이나 실질소득이 쪼그라들고 있는 저소득층의 생활부터 옥죈다. 정부의 실효성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8~9월 반등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부터 안정세에 접어들 것으로 보고 있다. 문제는 돌발변수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국제유가 상승세 등 악재가 쌓이는 형국이다.

◆정부 "10월부터 안정" = 1일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 6.3%로 정점을 기록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올해 4월 3.7%, 7월 2.3%로 지속 둔화했다. 하지만 주요 산유국 감산 연장 조치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세와 집중호우로 인한 농산물 가격 인상 등 요인으로 8~9월 3% 중후반대까지 뛰었다.

정부는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대로 반등한 이후, 10월이후 물가상승폭이 둔화하기 시작할 것이라는 입장을 견지해왔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그동안 물가 상승의 주요 요인이었던 서비스물가 상승세 둔화가 지속되는 가운데 물가의 추세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도 3%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며 "계절적 요인이 완화되는 10월부터는 (물가가) 점차 다시 안정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9월 소비자물가가 발표된 직후인 지난달 5일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한 발언이다,


물가당국의 한 축인 한국은행 역시 '10월 이후 안정설'에 힘을 싣고 있다. 김웅 한은 부총재보는 "앞으로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0월부터 다시 둔화 흐름을 이어 가면서 연말에는 안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후 물가 여건에 악재만 쌓이고 있다. 국내 소비자 가격에 본격 반영되는 9월 국제유가 흐름이 상승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여름철 기후 탓에 높아진 채소류 가격도 아직 내려갈 조짐을 보이고 있지 않다. 여기에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주요 산유국들의 상황도 불확실성이 커진 상태다.

◆세계은행 "최악의 경우, 유가 150달러" = 이 때문에 정부 내 소비자물가를 담당하는 실무진 사이에선 10월 상승률이 9월과 같거나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물가여건이 당초 기대만큼 호전되고 있지 않다. 10월 물가상승률도 9월과 비슷한 수준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물가 흐름의 최대변수인 국제유가도 상황이 나쁘다. 세계은행은 최근 '원자재 시장전망' 보고서에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충돌이 원자재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일단 제한적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문제는 확전이다. 사우디아라비아 같은 주요 산유국이 석유 수출 감축에 나설 경우 상황은 달라진다는 것이다. 현재 아랍 산유국들은 이스라엘을 물밑 지원 중인 미국에 대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이들 국가가 1973년 4차 중동전쟁 때처럼 미국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석유 금수에 나서면 유가 급등은 불가피하다.

◆공공요금 인상에 밀크플레이션까지 = 세계은행은 이런 시나리오가 현실화하면 전 세계 석유 공급량이 하루 600만~800만 배럴씩 급감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유가는 56~75% 치솟아 배럴당 140~157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제유가는 보통 2~3주 시차를 두고 국내 유가에 반영된다. 중동 전황에 따라 국내 휘발유값이 요동칠 수 있다.

여기에 4분기 전기요금 등 공공요금과 우유 원유값 인상에 따른 가공식품 인상(밀크플레이션)폭도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긴축 장기화 우려에 따른 고환율 역시 물가에는 악재다. 달러 강세에 따른 원화 가치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높여 업계의 생산비 부담을 키우게 된다. 국내 기업들이 원·부자재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상황에서 고환율이 지속될 경우 물가가 들썩일 수밖에 없다.

◆외식·생필품 들썩, 저소득층 직격탄 = 더 큰 문제는 물가상승 흐름이 주요 생필품과 식료품·외식 물가에서 더 큰 폭으로 반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구조적으로 엥겔지수(전체 지출에서 식료품 지출이 차지하는 비중)가 높은 저소득층이 고물가 직격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실제 최근 우유에 이어 햄버거와 소주 맥주 가격이 잇따라 오르면서 먹거리 물가는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하이트진로는 지난달 9일부터 참이슬 등 소주 출고가를 7% 올리고 테라와 켈리 등 맥주 출고가도 6.8% 인상했다. 소주 원료와 맥주의 맥아, 병 가격이 상승한 데 따른 조치로 오비맥주도 지난달에 카스 등 맥주 출고가를 6.9% 인상한 바 있다.

외식 물가도 마찬가지다. 맘스터치가 햄버거 가격을 올린 데 이어 맥도널드도 빅맥 등 13개 메뉴 가격을 올린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서울의 자장면 한 그릇 가격은 이미 7000원을 넘어섰다. 원유가격 인상 여파로 유제품 가격도 올랐고, 일부 농축산물 가격도 1년 전보다 높은 상황이다.

이때문에 올해 3분기 생활필수품 가격이 지난해보다 평균 8.3% 급등했다. 최근 물가상승률 3%대를 고려하면 2.5배 이상 높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 물가감시센터 역시 서울과 경기도의 420개 유통업체에서 판매 중인 생활필수품 39개 품목의 가격을 조사한 결과 37개의 값이 올랐다고 발표했다. 케첩(28.3%)과 마요네즈(23.3%), 쌈장(19.5%), 아이스크림(18.6%), 어묵(18.2%) 등의 값이 가장 많이 올랐다. 상승률이 10%를 넘는 품목도 15개에 달했다. 가격이 하락한 건 달걀(-3.0%)과 식용유(-0.3%) 등 2개뿐이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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