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은 집단학살"

2023-11-02 10:33:31 게재

경악한 국제사회 비난 여론 급증 … 유엔, EU, 언론단체 등 학살중단 촉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소탕을 명분으로 삼은 이스라엘의 무차별적인 공습에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다. 특히 이스라엘 방위군(IDF)에 의해 이틀간 진행된 가자지구 북부의 자발리아 난민촌 공습은 민간인 집단학살에 해당하는 잔혹행위라고 비판했다. 국제적으로 금지하고 있는 전쟁범죄에 해당된다는 것이 중론이다.

1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 북부 자발리아 난민촌의 주택을 공습한 지 하루 만에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사상자를 찾고 있는 가운데 한 남성이 슬픔에 잠겨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1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이번 공습은 전쟁이 끔찍한 국면에 접어들면서 더 끔찍한 인도주의적 결과를 겪는 가자지구 사람들에게 닥친 최근의 가장 잔혹한 행위"라고 밝혔다.

그리피스 사무차장은 "이스라엘에서 1400명이 잔인하고 생생한 학살을 겪은 후 나라 전체가 충격에 빠졌고 가자지구에서는 주민들이 굶주린 채 폭격을 받으며 숨지고 있다"면서 "이것은 계속될 수 없으며 단계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인질들을 즉시 무조건 석방해야 하고 가자지구 주민들의 생존에 필요한 구호품을 대규모로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전쟁 당사자들의 휴전 동의가 필요하다. 이는 가자지구에 구호품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영국을 방문 중인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이날 대변인을 통해 "여성과 아동 등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죽이는 행위를 포함해 가자지구의 폭력 사태가 격화하고 있는 것에 경악했다"면서 "이스라엘과 하마스 양측 모두에 이 같은 충격적인 폭력과 고통을 멈추라"고 촉구했다. 구테흐스 총장은 이어 조건 없는 인질 석방과 가자지구로의 충분한 인도주의적 구호접근을 허용하라고 요청했다.

이날 뉴욕에 있는 유엔 인권 사무소(OHCHR) 국장 크레이그 모키버는 가자지구에서의 이스라엘의 행위를 "대량 학살의 교과서적인 사건"으로 묘사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그는 유엔이 미국의 힘 때문에 "대량 학살에 항복했다"고 말하며 직위에서 사임했다.

그는 사임후 알자지라 방송과 인터뷰를 통해 "일반적으로 집단 학살을 입증하는 데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의도다. 특정 집단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이번의 경우 이스라엘 지도자들의 의도는 총리, 대통령, 고위 내각 장관, 군 지도자들에 의해 매우 명확하게 명시되고 공개적으로 언급되었기 때문에 이는 쉬운 사례이다"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의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이 명백한 집단학살이자 전쟁범죄라는 주장이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도 이날 이스라엘의 난민촌 공습으로 대규모 민간인 사상자가 발생한 것에 대해 "경악했다(appalled)"고 비판했다.

보렐 고위대표는 자신의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민간인의 안전과 보호는 도덕적인 의무일 뿐만 아니라 법적 의무"라며 "인도주의적 지원을 포함해 전쟁의 규칙과 인도주의는 언제나 적용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EU 외교수장 격인 보렐 고위대표의 이날 발언은 그간 EU가 중동 사태에 대해 낸 입장과 비교해 상당히 발언 수위가 높은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EU는 지난 25∼26일 27개국 정상회의에서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가자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통로 및 일시 중지"확대를 촉구한 바 있다.

인권단체와 언론단체 등 민간 영역에서도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는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한 무기 공급을 금지할 것으로 촉구했다. 국제앰네스티 중동·북아프리카 지부는 이날 가자 지구의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해 이스라엘과 하마스에 대한 무기 공급을 금지할 것을 촉구했다. 앰네스티 MENA는 X를 통해 "우리는 이스라엘이 점령한 팔레스타인 영토에서 분쟁에 참여하는 모든 당사자에 대해 무기 금수 조치를 촉구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가자 지구에서 수천 명의 민간인을 살해하고 부상을 입힌 "지속적인 불법 공격에 대응하여 이스라엘로의 무기 이전을 차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4개 벨기에 노동조합의 파업을 지지했다. 벨기에 4개 노동조합(FGTB, ACV, CSC, BBTK/SETCa)은 "팔레스타인 전쟁에 사용된 군수품 취급을 거부하라"고 요구했다.

국제적인 언론자유단체인 국경없는기자회(RSF)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이스라엘과 하마스 사이의 전쟁에서 기자 34명이 사망했다고 밝히면서 양측이 전쟁범죄를 저질렀을 가능성이 있다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RSF는 국제형사재판소(ICC) 검찰에 이들 사망자에 대한 조사를 촉구했다. 크리스토프 들루아르 RS F 사무총장은 "특히 가자 지구에서 언론인을 겨냥한 국제 범죄의 규모, 심각성, 반복되는 성격은 ICC 검사의 우선 조사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언론자유단체인 언론인보호위원회는 레바논을 포함한 전쟁에서 언론인들이 사망, 부상, 구금, 실종됐다는 보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추정된 사망언론인이 최소 31명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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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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