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올해 성장률 전망치 더 낮출까

2023-11-06 10:52:46 게재

5월 하반기 경제전망 때 1.8%→1.5%로 하향

정부·한국은행의 1.4%보다 더 낮출지 관심

'정부 전망치 수준으로만 낮출 것' 관측 유력

중동정세 불안에 유가 불확실성 커져 변수↑

국책연구소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올해 우리나라 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출까. 하향조정한다면 정부와 한국은행의 전망치인 1.4%보다 더 낮출 수 있을까. 오는 9일 KDI가 발표할 '하반기 경제전망'을 놓고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추경호 부총리

6일 관계부처에 따르면 KDI는 오는 9일 하반기 경제전망을 발표한다.

KDI는 지난 5월 '상반기 경제전망'에서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8%에서 1.5%로 내렸다. 반도체 등 제조업이 부진할 것이란 이유에서였다. 다만 8월 수정 전망에선 경기가 상반기에 바닥을 찍고 하반기에 회복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1.5%를 유지했다.

◆힘 잃은 상저하고 전망 = 하지만 하반기 실물경제가 정부 기대만큼 움직이지 않았다. 연말을 목전에 둔 최근까지도 수출실적만 조금 나아졌을 뿐 대부분 경기지표는 요지부동이다. 이에 따라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IMF)은 모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1.4%로 제시하고 있다.

이 때문에 KDI가 이번 하반기 수정 전망에서 올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것이라는 점에는 큰 이견이 없다. 하지만 국책연구기관이 정부 전망치인 1.4%보다 더 낮출 수 있을지가 관전 포인트다.

조동철 KDI 원장

기획재정부 안팎에서는 "KDI가 국책연구기관이란 점에서 1.4% 정도로만 낮춰 정부 전망치와 발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좀 더 유력한 편이다. 수출의 핵심부문인 반도체 업황이 최근 개선되고 있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실제 10월 수출은 13개월 만에 흑자로 전환하고, 반도체 경기가 바닥 탈출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악재 쌓이며 불확실성 커졌다 = 하지만 하반기 글로벌 경제 여건은 악재만 쌓이는 형국이다.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점이 최대 변수다.

KDI는 지난달 11일 발표한 '10월 경제동향'에선 "수출 감소폭이 축소되는 등 경기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고 있다"면서도 "미국의 통화 긴축 장기화, 국제 유가 상승 등 대외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모습"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하지만 이 보고서엔 지난달 7일 발발한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은 반영되지 않았다.

한국은행은 중동정세가 한국경제에 직격탄이 될 수 있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한국은행은 최근 발간한 '이스라엘·하마스 사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통해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긴장이 고조됨에 따라 향후 전개 양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높아졌다"면서 "사태 발생 이후 국제유가 상방 압력이 커졌고 국제 금융시장 변동성도 확대됐다"고 평가했다.

◆국제유가 추이가 최대 변수 = 국제유가 상승 추세는 원유 수입국이자 제조업 비중이 높은 한국에 구매력 감소와 생산비용 증대로 인한 성장률 하락과 물가상승률 확대 등으로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실제 지난 9월 말 배럴당 94달러를 웃돌던 브렌트유는 10월 초 80달러 중반대로 하락했으나 이스라엘·하마스 사태에 이란이 개입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자 92달러까지 치솟는 등 변동성을 키우고 있다. 또한 미국 국채 금리는 유가 상승 속 미국 긴축기조가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면서 반등해 사태 이전 수준을 웃돌았다.

그러면서 한은은 3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영향을 분석했다. 우선 비교적 조기에 수습될 경우(Mild 시나리오) 국제유가와 글로벌 금융시장, 국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이번 전쟁 양상이 레바논의 시아파 무장정파 헤즈볼라 등 지역으로 확대될 경우(Adverse 시나리오) 국제유가 상승과 글로벌 금융여건이 악화될 것으로 봤다. 또 이란 참전 등 중동 전쟁으로 확전 시(Severe 시나리오)에는 중동산 원유공급 차질과 글로벌 시장 충격이 더 커져 국내경제에도 상당한 영향이 불가피하다고 분석했다.

다만 정부는 여전히 "올해 1.4% 수준의 성장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전쟁이 확전 되지 않고 예상대로 간다면 올해 성장률이 1.4% 수준에서 등락하고 4분기에는 2%를 상회하는 성장률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추 부총리는 "낙관적으로 보면 (올해 성장률이) 1.5%에 가까울 것이고 비관적으로 보면 1.3%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최대 변수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분쟁의 사태추이를 꼽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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