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행정부, 전략적 교전중지 압박

2023-11-07 10:32:54 게재

바이든, 네타냐후 총리와 통화 … UNRWA "10분마다 아동 1명 숨져"

팔레스타인 민간인 사망자가 1만명을 넘어서면서 이스라엘은 물론 미국에 대한 국제적 비난 여론이 높아지자 미국이 이스라엘에 인도적 교전중지를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팔레스타인 어린이들이 6일 남부 가자지구 라파에서 이스라엘의 폭격을 피해 피신하며 달려가고 있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현재까지 누적 사망자가 1만22명이고, 이 가운데 어린이는 4104명으로 집계됐다고 주장했다. AF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은 6일(현지시간)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통화하고 전술적인 교전 중지 가능성에 대해 논의했다고 백악관이 밝혔다.

바이든 대통령은 서안지구에서 벌어지는 이스라엘 정착민의 폭력행위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도 네타냐후 총리와 논의했다고 백악관은 전했다. 또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 방침을 표명하는 동시에 군사작전 과정에서 팔레스타인 민간인 피해를 줄여야 한다는 점도 강조했다. 아울러 가자지구로 반입되는 인도적 지원 물량을 대폭 확대할 필요성과 인질석방 등에 대해 논의했으며 인도적 지원 물량 차량에 대한 검문·검색 능력을 제고하는 방안도 얘기했다고 전했다.

앞서 토니 블링컨 국무부 장관은 지난 3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난 자리에서 인질석방 등을 위한 인도적 차원의 일시적 교전 중지를 제안하는 등 인도적 교전 중지를 성사시키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대해 네타냐후 총리는 "인질 석방이 포함되지 않은 일시적 휴전안은 거부한다"는 입장을 밝히며 부정적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미국은 이스라엘과 인도적 교전 중지와 관련된 세부적인 사항을 논의 중인 상태라고 블링컨 장관은 밝혔다.

그는 "우리(미국과 이스라엘)는 일시 (교전) 중지의 세부적이고 실무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국 팀이 함께 모여 노력하는 데 동의했다"면서 "이 모든 것은 진행 중인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이날 온라인 브리핑에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로) 물건이 들어가고, 인질을 포함한 인원이 빠져나오도록 하는 데 있어 특정 목적을 위해 국지적으로 시행하는 인도적 일시적 교전 중지의 가치를 믿는다"고 말했다.

다만 미국은 전면적인 휴전은 반대하고 있다.

베단트 파텔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휴전시 하마스가 재정비할 수 있는 시간을 번다"면서 '휴전 반대' 입장을 재확인했다.

그러면서도 교전 일시 중지에 대해서는 "인질 석방의 기회를 만들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는 별개로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전쟁이 한달 째로 접어들며 매 10분마다 팔레스타인 아동 1명이 숨지는 등 인도주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가자지구에서는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으로 의료시설 가동률이 떨어져 산부와 영아 건강이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세계보건기구(WHO)의 지적도 나왔다.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는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성명을 올려 "전쟁 중 평균적으로 10분에 한 명씩 어린이가 죽고, 두 명이 다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UNRWA는 "분쟁 기간 민간인을 보호하고자 하는 것은 큰 뜻이나 이상적인 일이 아니다"라며 "이는 인류에 대한 의무이자 약속이며, 민간인은 어디에 있든지 보호받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마스가 밝히는 희생자 통계의 경우 미국 등 서구 일각에서는 검증된 수치가 아니라며 의심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달 25일 "얼마나 많은 사람이 죽었는지에 대해 팔레스타인이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팔레스타인이 쓰는 수치에 대해 확신이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반면 그 이튿날 가자 보건부는 누적 사망자 7028명의 명단과 자세한 신원 정보를 공개한 바 있다.

희생자의 개인정보와 신분증 번호 등이 전산을 통해 입력·관리된다는 설명이다.

필립 라자리니 UNRWA 집행위원장도 그 다음 날 "이전의 분쟁에서 가자 보건부가 발표한 사망자 수치에 의문이 제기된 적이 없다"고 보건부를 거들었다.

WHO는 6일 이스라엘의 보복공습으로 가자지구 내 병원 14개와 1차 의료기관 45개가 폐쇄된 가운데 가자지구에서 갓 출산한 산모와 임신 중인 여성 5만여명과 매일 180명 이상에 이르는 신생아들의 건강이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보호시설에서는 이미 2만2500건 이상의 급성 호흡기 질병 감염 사례와 1만2000여건의 설사 발병 사례가 보고됐으며 임산부와 신생아의 영양실조 비율도 우려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WHO는 "임산부와 어린이, 신생아를 구하려면 더 많은 의약품과 구호물자에 안전하게 접근할 수 있어야 하며 병원과 식수 공급시설, 빵집을 가동하기 위한 연료도 즉시 공급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어 "분쟁 당사자는 민간인과 의료시설을 보호하는 의무를 준수해야 한다"면서 "인도주의적 휴전과 인질 석방이 즉각적으로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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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정재철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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