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문화여행 | 창녕 정봉채 지역명사

"관광객과 우포늪 균형 맞춰 … 지속가능한 관광을"

2023-11-09 11:03:52 게재

"최근 굉장한 경험을 하게 됩니다. 바로 '따오기'예요. 2008년 세계 람사르총회 때 중국에서 따오기가 와서 번식에 성공해 2019년 자연에 날려 보내게 됐습니다. 따오기 사진을 잘 찍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다가 그날 따오기를 날린다는 것을 알고 맨 처음 땅에 앉는 따오기를 찍게 됐어요. 따오기는 1979년에 완전히 멸종이 됐기 때문에 찍을 수가 없었죠."

우포늪. 사진 정봉채 제공


◆따오기 통해 깨달은 행복 = 창녕 정봉채 갤러리 및 자택에서 만난 한국관광공사 지역명사 정봉채 사진작가는 최근 그의 주된 관심사인 따오기에 대해 설명하는데 주력했다. 따오기는 환경이 깨끗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종으로 2019년 자연에 방사된 이후 그가 집중해 사진을 찍는 생명체다.

정봉채 명사. 사진 이의종

정 작가는 우포늪 인근에 거주하면서 우포늪과 따오기를 주로 찍는 사진작가다. 2008년 세계 람사르총회 공식 사진작가로 활동하면서 국내외에 널리 알려졌다.

정 작가는 자택 인근 작은 논을 친환경적으로 가꾸며 따오기들이 머물 수 있도록 조성했다. 따오기들은 그곳에서 먹이를 먹는 등 여러 활동을 한다. 올해엔 그곳에 둥지를 틀었다. 그는 "애들(따오기들)이 집에 와 있을 때, 행복이 무엇인지 깨닫게 됐다. 보통 '행복'이라고 해도 그것이 정말 어떤 상태인지는 잘 모르게 마련인데 그걸 알게 됐다"면서 "어떤 사람이 나를 해코지한다고 해도 내가 빙그레 웃어줄 수 있는 여유가 생겼다"고 말했다.

이런 경험 끝에 그는 우포늪은 물론, 따오기와 함께하는 삶을 선택하게 됐다. 마을 주민들을 설득해 농법을 전부 친환경으로 바꾼 것이 그 시작이다. '우포 관광도로'였던 도로 이름은 '따오기길'로 바꾸게 됐다.

◆고라니가 알려준 '상호 시선' = 따오기에 앞서 그가 우포늪을 선택한 이유도 들을 수 있었다. 정 작가는 인근에서 살며 우포늪을 찍기 시작한 지 10년이 되던 해인 2009년, 우포늪을 떠나기로 마음먹었다. 그는 "'자연에 함부로 하지 말라'고 주장하기 위해 우포늪에 와서 10년 동안 작업을 했다. 사진으로 감동을 주고 자연 보호에 영향력이 생기길 바랐는데 그렇게 되지 않았다"면서 "늪 인근 습한 데서 지내니 몸이 안 좋아지고 경제적으로도 어려워져 서울역 지하도에도 가 봤다"고 말했다.

따오기. 사진 정봉채 제공


그러다 정 작가는 마지막으로 우포늪으로 향하게 된다. 그는 "사진을 찍고 있는데 저쪽 안개 속에서 고라니가 직진을 해서 내게 다가와 나를 쓰다듬고 몸을 비볐다. 야생 고라니가 그런 행동을 한 것은 처음이다"면서 "가만히 생각해 보니 지난 10년 동안 내가 사진 찍는 것을 지켜보다가 내가 안 보이니까 걱정이 돼 나왔다가 반긴 거다. 책에서 '상호 시선'이라는 표현을 봤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전부가 아니고 고라니들이 바라보는 시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후 그는 자신이 변화된 것을 바로 느낄 수 있었다. 그러자 사진을 알아보는 사람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서울 청담동 한 갤러리의 전속작가가 됐고 국내외에 사진 전시를 하며 알려졌다. 빚을 다 갚고 경제적으로도 평안한 생활을 할 수 있게 됐다.
그에게 우포늪은 '정신적이며 원초적인 고향'과도 같다. 밤에 사진을 찍노라면 무서울 법도 한데 무섭기는커녕 포근하게 감싸주는 느낌을 받는다. 요즘에도 그는 새벽부터 우포늪에 나가 사진을 찍으며 사유의 시간을 보내고 오후 3시쯤 다시 우포늪으로 향해 해가 넘어가면 돌아온다.

◆명사가 사진 찍기 좋은 곳 추천 = 정 작가는 우포늪 체험관광이 지속가능하려면 관광객과 우포늪이 균형을 맞춰야 한다고 믿는다. 무분별한 개발이나 프로그램은 균형을 무너뜨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민관협의체를 통해 모성의 땅 우포늪에 가장 적합한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편 정 작가와 체험관광을 떠나 우포늪을 방문하면 우포늪을 거닐며 우포늪은 물론, 따오기와 관련된 얘기, 저탄소의 중요성 등 환경과 관련된 얘기들을 나눌 수 있다.

이와 함께 정 작가가 직접 관광객들에게 우포늪을 촬영하기에 가장 좋은 지점과 시점을 추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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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 =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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