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명사 문화여행 | 상주 허 호 지역명사

명주 베틀 돌리고 스카프에 감물 염색 체험 즐겨

2023-11-09 11:03:52 게재

상주 함창읍, 전통 방식 명주 생산 유일한 지역 … 관련 옛 기구 수집, 전시하고 체험 프로그램 운영해 관광객들 호평

한국관광공사는 지역의 명사를 관광자원화하는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명사와 지역관광을 연계해 매력적인 지역관광 콘텐츠를 개발하려는 취지다. 관광객들은 지역명사를 만나 그들이 전문성을 가진 다양한 영역에 대한 설명을 듣고 체험을 하는 것은 물론, 그들이 전문성을 갖추기까지 좌절 고민 성공 등 삶에 대해 들으며 공감할 수 있다.
올해 지역명사와 함께하는 문화여행은 7개 전담여행사를 선정해 관광상품 개발과 홍보를 진행했다. 2022년 대비 300% 이상 여행객이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15명의 지역명사 중 3명의 지역명사를 만나 그들의 삶에 대해 들었다. 우선, 경상북도 상주의 허 호 명사, 경상남도 창녕의 정봉채 명사를 만나본다.

지난달 20일 허 호 명사(허씨비단 대표)가 체험관광의 시범을 보이고 있다. 사진 이의종


"과업을 취미생활로 하고 있습니다. 즐기는 게 의미 부여가 되는지 사람들이 많이 찾아옵니다. 어제는 상주 세무서에서 단체로 요청을 해서 체험을 하러 왔습니다. 예전부터 대구에 2명이 체험을 하고 싶어 하던 분들이 있어 연락을 하니 한달음에 달려왔습니다."

지난달 20일 상주 함창읍 허씨비단 체험장 명주 길쌈방에서 한국관광공사 지역명사로 활동하고 있는 허 호 허씨비단 대표를 만났다. 함창읍은 전통 방식의 명주를 생산하는 유일한 지역이다.

허 대표는 명주 짜기를 가업으로 물려받아 5대째 활동하고 있다. 명주를 짜는 삶이 고단해 그만두고 싶었던 적도 있었지만 '즐기면서 명주를 짜자'고 마음을 먹었다. 이후, 명주 짜기 관련 옛 기구들을 수집하고 명주를 문화적으로 해석해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 고유의 명주를 계승, 발전시키고 관광객들과 공유하는 삶이 즐겁다는 허 대표다.

감물 염색을 한 명주 스카프. 사진 이의종


◆즐기면서 가업 이어가기 = 허 대표는 명주 짜는 옛 기구들의 가치에 일찍이 눈을 떠 꾸준히 수집을 해왔다. 1960년대 명주 짜기가 기계화되기 이전까지 명주 짜는 장인들은 물레 베틀 등 나무 기구들을 이용했다. 그는 멀리 떨어진 지역까지 가서 옛 기구들을 모았다. 그렇게 모인 기구들은 상당량이 됐다. 2013년 함창읍에 명주박물관이 개관할 때 상당수를 기증했음에도 수십개의 기구들이 전시돼 있다.

그러던 2003년 어느 날, 함창읍에서 그를 찾았다. 허 대표가 갖고 있는 물레 베틀 등 기구들을 갖고 나와 지역 축제에 참여하면 어떻겠느냐는 제안이었다. 당초 '은어잡이 축제'였던 축제 명칭은 '명주의 고장 함창 은어잡이 축제'로 바뀌었다. 직접 명주를 짜는 체험을 하니 관광객들의 만족도가 높은 것은 물론이었다.

허 대표가 처음부터 예전 명주 짜는 기구들을 수집했던 것은 아니다. 가업이 안정화된 이후에도 그는 명주를 짜는 삶이 고단했다. 그러다 2000년 무렵, 실제로 다른 직업을 갖고 싶어 다양한 사람들을 진지하게 만나 고민을 토로하기에 이른다.

그렇게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나 대화하며 찾게 된 답은 다른 직업을 찾을 것이 아니라 '돈을 벌기 위해서가 아니라 즐기면서 명주 짜는 일을 하자'는 것이었다. 이후 그의 눈에 들어온 것이 옛 기구들이었다. '내가 소중한 가업을 중시하지 않았구나' 깨달은 그는 옛 기구들을 수집하는 데에서부터 즐거운 명주 장인의 삶을 시작한다.

◆쌍둥이 고치, 발상의 전환 = 허 대표는 명주 짜는 작업에 다양한 혁신을 시도했다. 1980년대 후반 주로 수의 옷감으로 활용되는 명주의 활용처를 확장하고자 발상의 전환을 했다. 누에고치 중 쌍둥이 고치가 있다. 쌍둥이 고치에서 나온 실은 질서 정연하게 풀려나오지 않고 일부 뭉텅이로 풀려나와 옷감으로 만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는 그 뭉텅이들을 불량이 아니라 무늬로 바라보고 옷감을 만들어냈다. 알고 지내던 도매상에 납품하자 "고객들이 대단히 좋아한다"고 했다. 소위 말하는 '대박'이 났고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면서 베틀 총 12대를 24시간 가동해 옷감을 생산했다.

명주에 감물 염색을 한 것도 그가 최초다. 명주에는 감물 염색이 안 된다는 지적을 자꾸 하기에 반발심에 도전했다. 그 과정은 쉽지 않았고 다양한 시도 끝에 8년 만에 감물 염색에 성공하기에 이른다. 이에 허 대표는 명주 감물 염색 관련 특허를 냈다. 명주 짜기 관련 총 11개의 특허를 받았고 올해 2개를 더 받을 예정이다.

공무원으로 일하던 아들 허 담 허씨비단 부대표가 합류하면서 허 대표는 하고 싶은 일들을 더욱 마음껏 할 수 있게 됐다. 체험장과 작업장이 혼재돼 있는 구조를 개선하고 전문적인 체험장과 전시 및 판매장, 명주 관련 자료가 있는 도서관을 조성할 예정이다. 또 인근에 한옥을 짓고 있는데 한옥펜션으로 조성해 체험을 하고 숙박까지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고자 한다. 허 부대표의 경우 민속학 석사 과정 중으로 아버지와 함께 명주를 문화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실제 잠실에서 누에치기 설명 = 허씨비단을 방문하면 허 대표가 직접 설명에 나선다. 마당에 뽕나무가 심어져 있는데 누에를 사육해 고치를 만들어내는 원료인 뽕나무에서부터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이후 누에를 기르는 잠실로 이동해 누에치기의 역사와 문화를 느끼게 된다. 잠실의 경우, 1959년에 지어진 다른 지역에 있던 잠실을 허 대표가 해체 후 이동해 지었으며 경상북도 산업유산으로 선정됐다.

이후 명주 길쌈장으로 이동해 누에고치에서 명주실을 뽑아 여러 과정을 거치며 전통 베틀로 명주를 짜는 전체 과정을 체험하게 된다. 과거 명주 짜기에서부터 현대 기계화된 명주 짜기까지 단계별 변천사도 견학할 수 있다. 명주에 감물 염색을 들이는 과정도 체험을 한다. 스카프에 직접 체험을 하며 체험 이후 스카프를 가져갈 수 있다.

이후 뽕잎차를 마시며 허 대표와 '명주와 삶'을 주제로 진솔하게 대화하는 시간을 가진다.

홈페이지 : www.함창명주.kr (영어) hcsilk.ivyro.net/eng (일본어) hcsilk.ivyro.net/jpn
소셜미디어 : https://www.instagram.com/heossibidan/
대표 체험상품 : 허씨비단 공장 도슨트+감물 염색 체험(정사각형 스카프 2만원, 긴 스카프 4만원)/ 초등학교 고학년 이상 가능/ 최소 6인~30인
상품 내용 : 1) 지역명사 소개 및 명주길쌈 도슨트(베틀 체험 등) 2) 감물 염색 체험 3) 뽕잎차와 함께하는 지역명사와의 차담
장소 : 명주저택 1층 명주 길쌈방(체험공간) 2층 차담회 및 기념품 증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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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주 = 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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