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대산사고 실록, 110년 만에 제자리로

2023-11-09 11:12:39 게재

12일 실록박물관 개관, 통합 연구기관 역할

실록·의궤 원본 상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

조선왕조실록(실록)과 조선왕조의궤(의궤)의 오대산사고본 원본이 110년 만에 원래 있던 자리인 강원도 평창군 오대산으로 돌아온다. 문화재청 국립고궁박물관(관장 직무대리 노명구)은 소장해오던 실록과 의궤를 원 소장처로 돌려보내기로 하고 실록과 의궤를 보관 및 전시하는 국립조선왕조실록박물관(실록박물관)을 평창군 오대산에 설립해 11일 오후 2시 개관식을 시작으로 12일 개관한다.

실록과 의궤는 당대 기록유산의 정수를 보여주는 문화유산으로 각각 국보와 보물로 지정돼 있다. 실록박물관은 실록과 의궤의 원본을 상시 볼 수 있는 유일한 곳으로 실록과 의궤의 통합 연구기관이자 지역 문화향유 중심 역할을 하게 될 전망이다.

실록은 조선시대 제1대 왕 태조로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25대 472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역사서다. 1913년 일제강점기에 일본 동경제국대로 반출됐으며 1920년대 관동대지진의 피해로 상당 부분 소실됐다. 의궤는 조선 왕실 행사의 준비 및 시행, 사후 처리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1922년 일제강점기에 의궤 오대산사고본을 포함한 왕실도서 105종 1205책이 일본으로 반출됐다. 이후 민간과 불교계, 정부의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실록은 1932년, 2006년, 2017년 등 3차례에 걸쳐, 의궤는 2011년에 국내로 환수됐다.

오대산사고본 실록은 75책, 환수된 의궤는 82책이 전해진다. 실록과 의궤는 국내로 환수된 이후 줄곧 국립고궁박물관에 소장돼 오다가 원 소장처인 오대산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지역의 염원에 따르게 됐다.

건물은 기존 월정사 성보박물관에서 운영했던 왕조·실록의궤박물관을 새 단장해 사용한다. 총 면적은 3537㎡이며 지상 2층 규모다. 실록박물관은 관련 유물 1207점을 보존하고 전시하는 수장고와 상설전시실, 기획전시실, 실감형 영상관 등 다양한 공간들을 구성했다.

우선 개관하는 공간은 상설전시실이다. 오대산사고에 보관했던 실록과 의궤의 편찬에서부터 일제강점기인 1913년 반출 이후 110년 만에 본래의 자리인 오대산으로 돌아오기까지의 여정을 살펴본다.

관람객들은 태조부터 철종대까지의 472년 동안을 기록한 실록의 편찬과정을 오대산사고본 '성종실록' '중종실록' '선조실록' '효종실록'과 함께 관람할 수 있다. 이중 '성종실록'과 '중종실록'은 최종 교정쇄본을 정본 대신 봉안한 유일한 사례다. 관람객들이 이를 비교해볼 수 있도록 서울대 규장각한국학연구원이 소장한 정족산사고본 정본을 함께 전시한다. 또 의궤에 찍었던 인장인 '유서지보', 활자본 의궤의 도설(서적의 내용을 설명하기 위해 수록된 그림)을 찍어낸 '연화대무의궤도설판'도 전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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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현경 기자 funnyso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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