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유튜브와 닮은 정치권

2023-11-13 11:30:19 게재
더불어민주당 원내대책회의 시작과 함께 내놓는 발언(모두발언)이 많이 길어졌다. 원내대표는 10포인트 글자크기로 A4 용지 2장을 거의 채울 정도이고 부대표, 정책위 의장 등은 각각 A4 1장씩 분량이다.

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매일 아침마다 원내대책회의나 최고위원회를 열고 장문의 '모두발언'을 앞다퉈 쏟아내고 있다. 정의당도 마찬가지다.

각 당을 '대변'하는 대변인들이 많아졌고 이들도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인지 여기저기 논평거리를 찾아 기어이 입장들을 내놓고야 만다. 말을 할 수 있는 데도 굳이 필담을 나누는 것 같다. 바로 옆에 있는 데도 편지와 답장을 수없이 전달하는 것 같기도 하다. 별일이다.

언제부터 이런 관행이 시작됐는지는 모르겠지만 이제는 '모두발언'이나 논평의 내용과 발언수준이 예측가능할 정도로 비슷해지고 있다. 상대방을 거칠게 몰아붙일 만한 용어가 들어가지 않으면 기준치에 미달되는 것처럼 비수 하나쯤은 양념 삼아 넣는 것도 관행이 됐다. 배려나 존중, 품격은 사라진 지 오래다. 싸우면서 닮아간 건가. 비판대상을 비판하는 쪽으로 바꿔도 말이 될 정도로 너무 닮아버렸다.

모두발언과 논평의 공통점이면서 맹점은 '일방통행'이라는 점이다. 소통부재의 부작용이다. 유튜브와 닮았다. 하고 싶은 얘기만 하고 듣고 싶은 사람만 들으라는 투다. 유튜브가 정치권을 이렇게 만들었는지, 정치권이 유튜브에게 힘을 실어줬는지는 모를 일이지만 제 귀는 닫고 하고 싶은 말만 쏟아내는 것은 영락없이 빼닮았다. 일부 지도자는 유튜브를 즐겨보고 그들의 주장을 '사실'로 흡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정치권이 극단으로 치닫는 이유다. 대통령의 모두발언과 대통령실의 논평도 하등 다르지 않다.

'대통령이 일을 잘못한다'는 평가와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에 대한 비호감도가 모두 60% 전후다. 정치혐오를 드러낸 수치다. 국민들이 정치권에 호감을 잃은 지는 상당히 오래됐다. 21대 국회-윤석열정부로 이어지면서 정치권이 '비호감의 영역'으로 굳어져 이에 무감각해진 게 아닌가 걱정될 정도다.

'결자해지' 해야 한다. 너무 오래 떨어져 있어 부담스럽고 어색해졌지만 이제 말을 줄이고 마주 앉아야 한다. 모두발언을 공개하지 말고 대변인을 줄여야 한다. 다양한 형태의 기자간담회와 공개정책토론 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 김포시 서울 편입 논란에 대해서도 여야 정책위 의장이 공개토론에 나서면 어떨까.

소통 없는 말들은 점점 더 맥락을 찾기 힘들어지고 생뚱맞거나 '내로남불'로 들리게 마련이다. 자신만 모를 뿐이다. 자신의 말을 지지층만 환호한다면 의심해 봐야 한다.
박준규 기자 jkpark@naeil.com
박준규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