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공습에 가자 최대 병원 폐쇄

2023-11-13 10:33:46 게재

WHO "병원측과 연락 두절" … "하마스, 알시파 폭격에 인질석방 협상 중단"

국제사회의 규탄 목소리를 외면한 이스라엘의 잇따른 공습으로 인큐베이터의 미숙아들까지 숨지는 상황을 맞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최대 의료시설인 알시파병원이 결국 폐쇄를 결정했다. 병원 폭격에 반발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는 카타르의 중재로 진행해오던 인질 석방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

팔레스타인 보건부문 직원들이 12일 요르단강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열린 가자지구 팔레스타인 보건 서비스 붕괴에 항의하는 집회에 참가하고 있다. 한 여성이 '아이들을 폭격하는 것은 자위권이 아니다'란 피켓을 들고 있다. AP=연합뉴스


이스라엘 일간 하레츠 보도에 따르면 하마스가 통치하는 가자지구 보건부는 12일(현지시간) 대변인 성명을 내고 이날 오전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운영 여건이 악화해 알시파 병원이 폐쇄됐고 어떤 의료 서비스도 제공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가자지구 중심 도시인 가자시티에 위치한 알시파 병원은 1946년부터 운영돼온 가자지구 최대 병원으로 병상 700여개를 갖춘 의료복합단지다. 이스라엘군이 한 달 넘게 가자지구 공습과 지상 공격을 이어가면서 전력이 끊기는 등 병원 운영에 심각한 지장이 발생했지만, 일부나마 운영을 이어가고 있는 병원중 하나였다. 이스라엘군은 특히 지난 10일부터 알시파를 비롯한 가자지구 내 병원 4곳에 집중적으로 공습을 가하며 지상군을 투입하고 있다.

알시파 병원은 시설 주변의 인프라가 파괴되면서 전력 부족을 더는 버티기 힘든 상황에 이른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기기에 의지하던 환자들이 목숨을 잃고 있다고 병원 의료진들은 호소하고 있다.

전날 민간 단체인 이스라엘인권의사회(PHRI)는 알시파 병원에서 신생아 중환자실 운영이 중단되면서 미숙아 2명이 숨졌다고 알렸다. 이 두 명을 포함해 알시파 병원 환자 5명이 전력 공급 중단으로 의료 처치를 받지 못한 채 숨졌다고 이날 가자지구 보건부는 설명했다. 보건부는 사망한 환자 100명 이상의 시신이 매장지로 옮겨지지 못한 채 병원 단지 안에 남아 있다고 덧붙였다.

이런 가운데 AFP 통신은 하마스측 가자 보건부의 유세프 아부 리시 부장관을 인용, 이스라엘군이 공습으로 알시파 병원의 심장 병동을 파괴했다고 보도했다. 목격자도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공습이 맞는다고 전했지만, 객관적인 정보를 통해 확인되지는 않았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그 밖에도 가자시티에 있는 알 쿠드스 병원도 연료가 바닥나면서 운영을 전면 중단했다고 전했다. 적신월사는 "알-쿠드스 병원 의료진은 이제 전통적인 치료 방법에 의존하고 있다"며 "의료 장비와 음식, 물도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스라엘군의 병원 공습은 인질 협상 중단 사태를 초래했다. 로이터통신은 이날 하마스가 인질 석방 협상을 전격 중단했다고 보도했다. 인질 협상 소식을 전해 들은 팔레스타인 관리는 하마스가 이스라엘군의 알시파 병원 대응을 문제 삼아 협상을 중단했다고 전했다. 하마스와 이스라엘은 그동안 카타르의 중재로 지난달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에게 잡혀간 인질 239명의 석방 협상을 진행해왔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10일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로 붙잡혀간 인질들 가운데 민간인 100여명을 모두 석방하는 방안을 놓고 하마스와 협상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사태가 갈수록 악화하자 국제기구들은 가장 취약한 민간인 환자들이 위험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현 상황을 규탄했다.

마틴 그리피스 유엔 인도주의·긴급구호 사무차장은 이날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의료시설에서의 전쟁 행위로 사람들을 전기·물·음식도 없는 상황에 몰아넣고, 탈출하려는 환자와 민간인들에게 총격을 가하는 것은 절대로 정당화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성명을 통해 알시파 병원과 이어오던 연락이 이날 두절된 사실을 전하면서 "의료진과 생명 유지 장치를 사용 중인 신생아들을 포함해 수많은 환자와 부상자, 병원 안 피란민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우려된다"고 밝혔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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