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아파르트헤이트

2023-11-14 11:09:16 게재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척결을 내세운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습이 무고한 민간인들의 막대한 피해를 낳고 있다. 자국민 사망자 1200여명을 위한 이스라엘의 보복공세는 1만1000여명의 팔레스타인 주민을 죽음으로 몰았다. 이스라엘은 환자와 피란민이 몰려있는 의료시설까지 타격해 결국은 가자지구 최대 병원이 문을 닫는 지경에 이르렀다.

즉각 휴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목소리는 갈수록 거세지지만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아랑곳 않는 모습이다. 유엔 등 국제기구로부터 '대량학살'은 물론 '인종청소', '전쟁범죄'란 비난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이번 사태를 촉발한 하마스도 비판을 받지만, 전쟁이 한달 이상 지속되면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70년 넘게 겪고 있는 인종차별의 역사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 국제앰네스티는 이를 '아파르트헤이트'로 부른다. 과거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백인정권이 흑인에게 가했던 강제 인종차별 정책과 '복사판'인 억압정책이 1967년 이후 73년 이상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강요되고 있다는 것이다.

2년 전 잔나 지하드란 이름의 15세 소녀가 국제앰네스티의 팔레스타인 점령지역 기자 자격으로 올린 영상과 글이 다시 회자되고 있다.

요르단강 서안지구에서 날로 넓어지는 이스라엘 정착촌은 팔레스타인인들의 주택을 허물고 이들을 쫓아낸 결과물이다. 잔나는 서안지구의 팔레스타인 주민들은 이스라엘 군령의 적용을 받는다고 말한다. 정착촌 이스라엘인은 자국 민간법을 적용받는데 팔레스타인인들은 군법회의로 다스려진다는 이야기다.

잔나는 "이스라엘군에 돌팔매질을 했다는 이유로 매년 500명에서 700명의 서안지구 출신 팔레스타인 아동들이 이스라엘 소년군사법원에 회부된다"고 고발한다. 학교도 부족한 상황에서 팔레스타인 학생들은 강제이주, 주거파괴 등으로 학교에 다닐 기회마저 잃는다.

이스라엘 정부의 제도적 차별도 심하다. 이스라엘 정착민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땅과 천연자원을 착취할 수 있게끔 하기도 하고, 점령지역에서 운영되는 이스라엘 사업에는 더 좋은 대우를 해준다. 반대로 팔레스타인 사업은 그 사업 자체를 막거나 어려움을 주기도 한다는 게 잔나의 이야기다.

잔나는 형사법 적용과정에서의 차별도 고발한다. 이스라엘 정착민이 팔레스타인 시민을 공격할 경우 기소당하는 비율이 굉장히 낮지만, 반대의 경우엔 대부분 법정에 서게 된다는 것이다.

"하마스의 공격이 진공상태에서 발생한 게 아니다"란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의 언급이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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