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정상회담' 결과보단 만남에 의미

2023-11-17 10:43:42 게재

미 언론 "때론 악수만으로 충분" … 백악관 "바이든, 결과에 매우 만족"

사사건건 충돌하고 갈등하던 미중 정상이 15일(현지시간) 1년 만에 마주 앉은 것을 놓고 미국내 평가가 다소 엇갈린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15일(현지시간)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산책하며 엄지를 치켜세우고 있다. 우드사이드 로이터=연합뉴스


백악관은 정상회담 결과에서 구체적인 성과를 얻었다고 자평하는 반면, 미국내 언론들은 만남 자체에 더 의미를 두는 분위기다.

AP통신은 16일 이번 정상회담에 대해 "두 정상은 양국이 대립하는 어떤 중대한 지정학적 현안도 해결하지 못했지만 다른 나라들, 특히 중국의 이웃국가들에게 위안이 되는 유화적 어조를 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아마도 때로는 단지 악수를 하고 마주 앉는 것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며 이번 회담이 갖는 상징적 의미에 주목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이 군 소통 채널을 복원하기로 합의하면서 글로벌 혼돈의 시기에 양국 관계의 긴장 완화를 추구했다고 평가했다.

WP는 두 정상이 군 소통과 마약 관련 공조에 합의한 데 대해 "범위는 작지만, 그 두 합의는 무역, 사이버 및 해양 안보, 인권 및 기타 시급한 문제들로 갈등을 빚어온 두 세계 최강대국 사이에 이뤄진 보기 드문 협력의 표시"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뉴욕타임스(NYT)는 군사 채널 복원과 마약 관련 공조를 성과로 소개하면서도 "양국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에 대한 근본적인 문제에서 양측 간 상당한 이견이 상존했다"고 평가했다.

NYT는 그러면서 시 주석의 이미지 메이킹 성과를 부각했다.

신문은 "시 주석은 저조한 중국 경제 부양 차원에서 외국인 투자를 다시 끌어들이기 위해 미국과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사실을 미국과 세계에 확신시키고 싶어한다"며 "시 주석은 중국의 이익을 강력하게 수호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미국과 대등한 세계 강국으로서의 이미지를 만들고자 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시 주석은 인류 미래를 결정할 선택, 즉 미중이 협력하느냐, 충돌하느냐를 결정할 두 명 중 한 명으로 자신을 자리매김시키려 했다"고 평가했다.

백악관 반응은 사뭇 다르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16일 기자들과 온라인 브리핑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어제 4시간에 걸친 회담에서 진전을 이룬 내용에 대해 매우 만족스러워 했다"며 "우리는 매우 중요한 진전을 이룰 수 있었다"고 말했다.

커비 조정관은 대만 문제와 관련 "바이든 대통령이 어제 언급했다시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우리는 갈등을 추구하지 않으며, 대만 해협에서 안정과 평화를 추구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재확인했다.

또 "미국의 '하나의 중국' 원칙에는 변함이 없고, 미국은 대만의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며 "우리는 다만 대만관계법에 근거해 대만의 자위를 도울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이란의 도발 행위 자제를 중국 측에 요청한 것에 대해선 "중국은 이란과 소통선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우리가 명백히 가지고 있지 않은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이란에 메시지를 보낼 수 없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은 이란에 한층 열려 있고 직접적인 소통선을 확보하고 있다"며 "(우리는) 이란 측에 갈등 심화를 피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이라고 부연했다.

다만 커비 조정관은 바이든 대통령이 회담 직후 시 주석을 '독재자'로 지칭한 것과 관련한 질문에는 특별히 답하지 않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전날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을 여전히 독재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공산주의 국가를 운영한다는 점에서 그는 독재자"라고 말했다.

한편 커비 조정관은 이스라엘군이 급습한 가자지구 알시파 병원과 관련,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작전기지로 사용하고 있다는 자체 정보를 거듭 확인했다.

그는 "하마스가 알시파 병원을 작전기지와 무기 저장고로 사용하고 있다는 자체 정보를 확보하고 있다"며 "하마스는 병원을 은신처 삼아 환자들과 의료진을 한층 큰 위험에 내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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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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