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 눈

또 종부세 카드 … 앞 못보는 정부

2023-11-23 11:09:20 게재
집값이 오르면 서민들은 내집 마련 기회가 차단돼 분노를, 집을 가진 사람은 세금 폭등으로 분통을 터뜨린다. 그럴 때마다 정부는 세금으로 민심을 달래왔다.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대표 세목이다. 집 없는 서민들은 종부세 폭탄을 맞은 사람을 보며 일종의 위안을 삼기도 한다.

문재인정부는 임기 동안 25번의 부동산 대책을 쏟아냈다. 서울 아파트값이 72.8% 오르면서 30평형대 서울 강북지역 아파트가 6억원대에서 12억원으로 두배씩 폭등했다. 문재인정부가 강력하게 종부세 인상 카드를 꺼내들었지만 집값은 잡히지 않았고 부동산 정책에 실패한 정부로 남게 됐다.

그런데 윤석열정부가 다시 종부세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윤정부는 2020년 수립한 공시가격 현실화율(시세대비 비율) 로드맵을 전면 개편 중이다. 유형에 따라 2035년(아파트는 2030년)까지 시세의 90%까지 공시가격을 끌어올리기로 한 문재인정부의 현실화 계획에 제동을 걸겠다는 뜻이다. 지나치게 가파른 공시가격 상승과 이에 따른 과도한 세 부담 증가로 윤정부 지지층의 부담이 높아졌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일단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려 시간을 벌어놓고 2024년 이후 적용할 현실화율 로드맵을 손질하기로 했다.

그 과정에서 정부가 내세운 연구자들은 주택 매매가격이 올해 3.75%, 내년에도 2.0% 하락하고 금리인하 시점이 늦어지고 있어 급등한 공시가격을 멈출 필요가 있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같은 연구는 공시가격을 기반으로 하는 종부세를 줄이기 위한 물밑작업으로 보인다. 윤석열정부의 공시가격 조정 계획은 종부세가 미실현이익에 부과하는 징벌적 과세라고 주장하는 지지층의 관점을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공시가격 현실화율을 높여야 하는 것이 정부 과제가 돼야 바람직하다. 종부세 폐지론은 실제 거래되지 않아 이익이 실현되지 않았다는 의미에서 '실거래'를 근거로 한다. 이는 실제 거래된 가격을 공시가격으로 인정해야 한다는 뜻으로도 해석이 가능하다. 공동주택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은 현재 69% 수준이다. 이는 옆집이 10억원에 거래됐는데 내집만 7억원에 거래될 것으로 보고 세금과 각종 공과금을 부과하는 꼴이다.

공시가격은 시세에 근접해 정하는 게 상식적으로도 합당하다. 핵폭탄급 종부세가 부과될 것이라고 우려한다면, 종부세 과세표준을 바꿔 세율을 낮추면 된다.

또 다시 인위적으로 공시가격을 조정한다면 문재인정부가 한국부동산원의 통계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는 것과 무엇이 다를까. 공시가격을 시세에 맞춘다는 정책의 일관성은 유지돼야 한다. 그리하면 부동산정책에 성공한 첫 정부가 될 것이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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