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 늘었다지만 저소득층만 뒷걸음질, 양극화 더 커졌다

2023-11-24 10:52:25 게재

물가 오르자 연금도 연동해 오르며 소득 증가

고물가에 연금 수급 5.1%↑…이전소득 11.7%↑

저소득층만 소득 0.7% 감소, 소득격차 벌어져

해외여행 증가 영향에 소비·지출도 3.9% 늘어

사회 전반적인 물가 상승 여파로 가계 실질소득이 5분기 만에 증가세로 전환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물가가 급격히 오르면서 국민연금·기초연금 등 각종 연금도 연동해 오른 덕을 봤다. 하지만 소득 하위 20%(1분위)의 소득은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고물가라는 거센 바람이 저소득층에 유독 매섭게 분 셈이다. 저소득층과 고소득층간 소득격차는 더 벌어졌다.


24일 통계청의 '2023년 3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3분기 전국 1인 이상 가구(농림어가 포함)의 월평균 소득은 503만3000원으로 전년 대비 3.4% 증가했다.

특히 물가 변동 영향을 제거한 실질 소득이 0.2% 증가했다. 지난 2022년 2분기(6.9%) 이후 5개 분기 만에 증가 전환이다. 통상 고물가 상황에선 같은 월급으로 살 수 있는 상품의 총량이 줄기 때문에 소득이 늘어나더라도 실질 소득은 감소한다.

◆연금 등 이전소득 증가 영향 = 실제 앞선 4개 분기는 고물가 속 실질소득 마이너스 흐름을 이어왔다. 지난해 3분기 마이너스(-) 2.8%가 된 이후 같은 해 4분기 -1.1%, 올 1분기 0.0%, 2분기 -3.9%를 기록했다.

전체 소득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근로소득이 월평균 322만 3000원으로 전년 대비 3.5% 늘었다. 10개 분기 연속 증가다. 반면 사업소득은 98만 4000원으로 0.8% 감소했다. 2개 분기 연속 감소다. 이진석 통계청 가계수지동향과장은 "취업자 증가와 임금상승 영향으로 근로소득은 늘었지만, 원자재값·고금리 등 사업비용 증가에 집중호우로 농가소득이 줄면서 사업소득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각종 연금을 포함한 이전소득이 크게 늘었다. 월평균 이전소득은 72만9000원으로 1년 전보다 11.7% 늘었다. 2022년 2분기(44.9%) 이후 5개 분기 만의 증가다.

이 가운데 공적 이전소득이 50만원으로 16.0% 늘었다. 각종 연금은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해 지급되는데, 작년 하반기 물가가 급격히 상승하면서 올해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수급액이 각각 1년 전보다 5.1% 올랐다. 또 지난해까지 만 0~1세에 지급하던 부모급여 금액이 각각 70만원, 35만원에서 100만원, 50만원으로 오른 것도 영향을 미쳤다.

◆지속가능성 '글쎄요' = 실질소득은 조금 올랐지만 연금을 비롯한 이전소득의 일시적 증가 영향이 큰 탓에 지속 가능성을 장담하긴 어렵다.

더구나 하위 0~20% 저소득 계층인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0.7% 감소했다. 2개 분기 연속 감소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득이 2개 분기 이상 연속으로 감소한 것은 2018년 1~4분기 이후 처음이다.

나머지 2~5분위 가구 소득은 모두 늘었다. 특히 고소득층인 4분위(4.1%)와 5분위(5.0%) 가구의 소득 증가 폭이 커 1분위와 대조를 이뤘다.

전체 소득에서 세금과 연금, 사회보험료 등 비소비지출을 뺀 처분가능소득 측면에서도 1분위와 5분위 간 격차는 벌어졌다. 1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작년 3분기보다 0.6% 증가했고, 5분위 가구의 처분가능소득은 3.1% 늘었다.

◆교육지출 격차 더 벌어져 = 한편 3분기 가계 지출은 소득보다 더 크게 늘어났다.

3분기 가구당 월평균 가계지출은 387만1000만원으로 1년 전보다 4.0% 증가했다. 소비지출은 월평균 280만8000원으로 3.9% 늘었다. 해외여행 증가로 오락·문화 지출이 16.7% 늘었고 △주거·수도·광열(7.9%) △식료품·비주류음료(6.0%) 등의 지출도 증가했다. 비소비지출은 106만 2000원으로 4.3% 증가했다. 고금리 영향으로 이자 비용이 24.2% 늘어난 영향이다.

소득에서 비소비지출은 뺀 가구당 월평균 처분가능소득은 397만원으로 지난해 같은 분기보다 3.1% 증가했다. 처분가능소득에서 소비지출을 뺀 흑자액은 116만 2000원으로 1.2% 늘었다.

지출에서도 양극화가 더 커졌다. 3분기에 5개 분위 가운데 소비지출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건 1분위뿐이었다. 1분위 가구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123만 7000원으로 전년 대비 0.7% 감소했다. 이들은 가정용품·가사 서비스(-19.7%), 교육(-13.9%), 통신(-10.4%), 교통(-8.1%), 주류·담배(-7.2%) 순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반면 5분위의 소비지출은 6.5% 늘었다. 이들은 오락·문화(28.7%), 교육(19.4%), 주거·수도·광열(15.0%) 등에서 지출을 늘렸다.

특히 '계층 이동의 사다리'로 불리는 교육에 대한 지출 격차도 더 커졌다. 1분위가 교육에 대한 지출을 10% 이상 줄였지만, 5분위는 20%가량 늘렸다. 3분기 실질적 교육 지출 증감량 격차가 30% 이상 벌어진 셈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소득·분배가 지속 개선될 수 있도록 취약계층에 대한 고용·사회안전망 확충 노력을 강화하는 한편, 범부처 특별물가안정체계 운영, 겨울철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 확대 등 민생안정에도 총력 대응해 나갈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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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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