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난문자 보고 대피 준비했었다"

2023-11-30 11:04:27 게재

규모 4.0 지진에 화들짝

피해 없지만 불안감 확산

"강도는 건물이 약간 흔들리는 정도였지만, 과거 경험이 있어서인지 심장이 덜컹 했어요."

경주시 동천동에 사는 손 모(53)씨는 30일 새벽 건물이 흔들리는 느낌에 화들짝 놀라 잠에서 깼다. 지진이구나 싶어 당황해하고 있을 즈음 요란한 사이렌 소리와 함께 긴급재난문자가 왔다. 2016년 9월 국내에서 역대 최대 규모인 규모 5.8 지진이 발생해 피해를 경험했던 터라 불안감을 감출 수 없었다.

경주시민 이 모씨도 대피를 고민했다. 그는 "지진발생 문자를 받은 직후에도 아파트가 쿵하는 것을 느껴 여진이 있을 것을 예상하고 가족들을 깨워 대피를 준비했다"고 말했다.

경북 경주에서 30일 오전 4시 55분 규모 4.0 지진이 발생했다. 진원 깊이는 12㎞로 추정된다. 애초 기상청은 지진파 중 속도가 빠른 P파만 분석해 규모를 4.3으로 추정하고 전국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한 뒤 추가 분석을 거쳐 규모를 조정했다. 발생 후 2초 만에 처음 관측됐고 발생 8초 만에 긴급재난문자가 나갔다. 내륙 지진의 경우 규모가 4.0 이상이면 발생지가 어디든 전국에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재난문자 발송은 대피와 뒤따르는 여진에 대비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번 지진 때도 첫 발생 이후 1시간 사이에 5차례 여진이 있었다. 다행히 가장 큰 여진 규모가 1.5여서 추가 피해는 없었다.

이번 지진으로 정부당국에 접수된 피해는 없었다. 한국수력원자력은 모든 가동 원전에 영향이 없었다고 밝혔다.

이번에 지진이 발생한 곳은 2016년 9월 12일 국내 계기 지진 관측 이래 역대 최대 규모인 5.8의 지진(9,12 지진)이 발생했던 곳과 가깝다. 경주 남남서쪽 8.7㎞ 지점에서 발생한 9.12 지진은 발생 직후엔 양산단층에서 일어난 것으로 추정됐다가 추후 별도의 단층이 원인으로 지목됐다.

올해 한반도와 주변 해역에서는 현재까지 규모 2.0 이상 지진이 99번 났다. 이번 지진은 99번의 지진 중 규모가 두 번째로 크다. 가장 컸던 것은 지난 5월 15일 강원 동해시 북동쪽 52㎞ 해역서 발생한 규모 4.5 지진이다. 국내에서 디지털 지진계로 관측을 시작한 1999년 이후 연평균 규모 2.0 이상 지진 횟수는 70.6회로, 올해는 한반도에 지진이 많이 발생한 해로 꼽힌다. 현재까지 지진 횟수만으로도 1978년 이후 4번째로 지진이 잦은 해다. 연간 지진 횟수 1~3위는 9.12지진과 2017년 11월 15일 포항 지진(규모 5.4)의 영향이 있었던 2016~2018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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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신일 최세호 기자 ddhn21@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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