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브랜드 리셀 금지에 공정위 "소비자 권리 제한"

2023-11-30 11:22:14 게재

나이키·샤넬, 약관 자진시정

"재판매 결정은 소비자 몫"

명품 브랜드 한정판 제품을 선점해 웃돈을 붙여 되파는 '리셀'을 금지하는 업체의 약관은 불공정하다는 공정거래위원회 판단이 나왔다. 이런 지적을 받은 나이키와 샤넬은 약관을 자진 시정했다.

30일 공정위에 따르면 나이키, 샤넬, 에르메스의 이용 약관에 포함된 10개 유형의 불공정 조항을 적발했다.

적발된 약관 중 대표적인 유형은 재판매(리셀)를 금지한 조항이다. 구체적으로 보면 나이키 약관은 리셀러 고객의 주문을 제한, 거절하거나 계약을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했다. 고객의 주문이 재판매 목적이라고 당사가 믿는 경우에도 이런 불이익을 줄 수 있다고도 명시했다. 샤넬의 이용 약관 역시 재판매로 추정되면 회원 자격을 박탈할 수 있다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이런 약관은 고객의 권리를 제한하는 불공정 약관이라는 게 공정위의 설명이다. 구매한 제품을 계속 보유할지, 중고 거래 등으로 처분할지는 고객이 결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공정위는 또 해당 약관이 리셀 목적인지 여부를 사업자 판단에 맡겨 자의적 기준으로 소비자 권리를 제한한다고도 봤다.

앞서 나이키와 샤넬은 지난해 해당 약관을 도입해 '리셀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제품을 선점해 더 비싸게 되파는 건 다른 소비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나이키 한정판 운동화나 단종된 샤넬 가방 등은 판매가의 수십∼수백 배 가격으로 리셀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다. 이에 MZ세대(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리셀이 새로운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기도 했다. 2021년 7000억원 수준이던 리셀 시장은 2025년 2조8000억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정위의 이번 판단으로 비슷한 약관을 도입한 다른 명품·브랜드도 '리셀 금지'를 철회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뉴발란스와 아디다스 등도 리셀을 금지하는 내용을 약관에 도입한 바 있다.

한편 이번 조사 과정에서 고객의 상품평 등 소비자의 콘텐츠를 사업자가 무단 사용할 수 있도록 한 조항도 불공정한 것으로 지적받았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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