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 오르반 기권에 EU 극적 합의

2023-12-15 11:08:06 게재

우크라 EU 가입 첫문 열려

실제 가입 완료는 수년 걸려

유럽연합(EU)이 14일(현지시간)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의 EU 가입협상 절차에 들어가기로 합의를 이룬 것은 예상 밖의 일이다.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은 이날 오후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린 EU 정상회의 도중 엑스(X) 계정을 통해 "EU 이사회(정상회의)는 우크라이나, 몰도바와 가입협상을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EU의 이번 결정으로 우크라이나는 작년 2월 28일 가입신청서를 낸지 1년 10개월 만에 EU 가입의 첫 발을 뗄 수 있게 됐다.

EU 가입 협상 개시 문제는 27개 회원국의 만장일치 찬성표가 필요한 사안인데,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가 거부권을 끝까지 행사하겠다고 예고하면서 합의 도출이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EU 소식통은 "오르반 총리는 (표결 당시) 사전 동의하에 잠시 자리를 비웠다"고 전했다. 헝가리를 제외한 나머지 26개국 정상들만 회의장에 배석한 상태에서 만장일치가 성사된 셈이다.

오르반 총리도 미셸 상임의장의 발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올린 글에서 "헝가리는 이 잘못된 결정에 참여하고 싶지 않다"며 기권했음을 시사했다.

이날 결정은 최근 서방의 연대 의지가 시들해지고 있다는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 우크라이나로선 중대 분기점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우크라이나가 EU 정식 회원국이 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기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통상 EU 가입 절차는 크게 네 단계로 진행되는데, EU의 협상 개시 결정 이후 EU와 우크라이나는 EU 집행위원회 제안을 바탕으로 어떤 방식으로 가입협상을 진행할 지를 담은 '협상 프레임워크'를 수립해야 한다.

집행위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입협상 권고를 내릴 당시 우크라이나에 남은 개혁조처를 완수해야 한다고 전제한 만큼, 우선 개혁 이행이 100% 완료됐다고 평가돼야 협상 프레임워크 논의도 시작될 수 있을 전망이다. 합의된 협상 프레임워크를 토대로 본격적인 협상이 이뤄지면, 모든 기존회원국 비준을 거쳐 가입이 확정된다.

가장 마지막으로 EU에 가입한 크로아티아의 경우 가입 신청에서 2013년 최종 승인까지 10년이 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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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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