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성당 비무장 모녀 사살

2023-12-18 11:08:32 게재

교황 "전쟁이자 테러" 개탄 … 인질 사살 이어 무분별한 공격 논란

이스라엘군이 가자지구에서 하마스에 끌려갔던 자국인 인질 3명을 오인 사살한 사건이 터져 안팎에서 비판이 쏟아지는 와중에 이번에는 이스라엘 저격수가 가자지구 교회에서 비무장 모녀를 사살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로마 카톨릭교회 예루살렘 총대주교청의 이같은 주장이 사실로 확인될 경우 이스라엘군의 군사작전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은 더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AFP 통신은 16일(현지시간) 예루살렘 로마 가톨릭 라틴 총대주교청이 성명을 내고 "이날 정오 무렵 이스라엘-하마스 전쟁 발발 이후 기독교 가정이 피신해 있는 가자지구 교회 안에서 이스라엘 저격수가 기독교인 여성 2명을 살해했다"고 보도했다.
17일(현지시간) 남부 키부츠 셰파임의 공동묘지에서 열린 알론 샴리즈(26세)의 장례식에서 가족과 친구들이 무덤 앞에 모여 애도하고 있다. 샴리즈는 이틀전 가자시티의 전투로 폐허가 된 지역에서 이스라엘군의 오인 사살로 사망한 세 명의 이스라엘 인질 중 한 명이다. AP=연합뉴스


대주교청은 "나히다와 그의 딸 사마르는 수녀원으로 걸어가던 중 총에 맞아 숨졌다"면서 "한 명은 다른 한 명을 안전한 곳으로 이동시키려던 중 사망했다"고 설명했다.

이들 희생자는 노인 여성과 그의 딸이라고 AFP는 전했다. 정확한 나이대는 공개되지 않았다.

모녀 사망자 외에도 이날 교회에서는 다른 사람을 보호하려다가 7명이 총격을 받아 다쳤다고 총대주교청은 전했다.

아울러 총격 당시 사전 경고가 내려지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교전자가 없는 본당 경내에서 냉혹하게 총살당했다"고 지적했다.

이 외에도 인근 수녀원에 이스라엘 탱크가 발사한 발사체 3발이 떨어져 3명이 다치고 연료 공급 장치가 망가졌다고 성명은 전했다.

당시 장애인 54명이 거주하는 건물도 파괴됐다고 한다. 총대주교청은 "장애인 54명이 피난을 떠났고 일부는 생존에 필요한 산소호흡기도 구하지 못했다"고 부연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두 모녀의 사망에 깊은 애도를 표했다.

교황은 17일 삼종기도 끝 무렵 "가자지구에서 매우 심각하고 고통스러운 소식들을 계속 받고 있다"며 "한 어머니와 그의 딸이 죽었고, 다른 사람들은 저격수가 쏜 총에 다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은 테러리스트는 없고 가족과 어린이, 환자, 장애인만 있는 성가정 본당에서 일어났다"며 무방비 상태의 민간인들이 총격과 포격의 표적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교황은 "어떤 사람들은 이것이 테러이고 전쟁이라고 말한다. 그렇다. 이것은 전쟁이고 테러"라며 "평화를 위해 주님께 기도 드리자"고 말했다.

안토니오 타야니 이탈리아 부총리 겸 외무장관은 성명에서 "이스라엘 정부와 군에 기독교 미사 장소를 보호해줄 것을 호소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그곳(교회)은 하마스 테러리스트가 숨어 있는 곳이 아니다"고 말했다.

앞서 가자지구에서는 10월 7일 개전 이래 최소 1만8700여명이 사망했고 이 가운데 상당수가 여성과 어린이 등 민간인이라고 현지 당국은 집계했다.

이스라엘군은 성당에서 비무장 모녀가 저격수에게 살해됐다는 주장의 사실관계와 경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 북부에서 수색 중에 자국인 인질 3명을 실수로 사살해 파문을 일으켰다. 사망한 이들은 요탐 하임(28), 알론 샴리즈(26), 사메르 탈랄카(25)로, 모두 20대 남성이다.

이들 인질은 하마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 흰색 깃발을 흔들며 자국군에게 도움을 청하는 과정에서 살해됐다.

이스라엘 안팎에서는 이스라엘군의 무분별한 군사작전에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는 수천명이 모여 "휴전 없이는 하마스에 억류된 인질 120여명이 살아 돌아오지 못할 것"이라며 베냐민 네타냐후 정부에 휴전을 촉구했다.

김상범 기자 cl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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