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1월 경제정책방향 발표 … '재탕' 우려

2023-12-26 11:06:55 게재

매년 12월 '내년도 경방' 발표, 경제수장 교체로 연기

여야합의 깨고 기습적 '대주주 양도세 완화' 조치 단행

뿔난 야당 최상목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도 가물가물

경제수석 지낸 최 후보자, 과거정책과 달라질 여지 없어

정부가 2008년 기획재정부 출범 이후 처음으로 1월에 '경제정책방향(경방)'을 발표한다. 연말에 경제수장이 교체되면서 통상 12월 말에 발표해 온 일정을 미룬 것이다. 특히 대통령실의 압박을 받은 기재부가 여야합의를 깨고 대주주 양도소득세 완화조치를 시행하면서 경제수장 교체시기는 더 멀어지게 됐다. 야당이 최상목 부총리 후보자의 청문보고서 논의를 위한 기재위 전체회의 소집을 거부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답변하는 최상목 경제부총리 후보자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현재까지 언급되고 있는 경제정책방향도 크게 새로운 게 없는 상태다. 지난해 경방 등에서 발표한 것과 크게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재탕에 맹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미뤄진 경제부총리 교체 = 26일 기재부에 따르면 최상목 경제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 후보자는 취임 직후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한다. 기재부 관계자는 "예산안까지만 추경호 부총리가 마무리하고, 경제정책방향은 직접 조타수를 잡는 최 후보자가 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시기상 대통령 신년 업무보고와 맞물려 진행될 전망이다.

경방이 늦어진 이유는 경제수장 교체 영향이다. 최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통상 경방을 발표하는 12월 3째주에 진행되면서 경방도 임명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현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곧 떠날 사람이 정책의지를 밝힌다고 해서 시장이 신뢰하겠느냐"면서 "(경방은)신임부총리가 하는 게 맞다"고 최 후보자에게 넘겼다.

◆경방에 어떤 내용 담길까 = 경방은 최 후보자의 데뷔 무대다. 그가 청문회 등을 통해 밝힌 정책은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연착륙 △입지규제 완화 △노동·연금·교육개혁 △재정준칙 법제화 등이 손꼽힌다. 이런 내용이 경방에 반영될 가능성이 높다.

최 후보자는 청문회에서 내년에도 기업투자가 부진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임시투자세액공제를 연장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임시투자세액공제는 지난 4월 발표한 이른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에서 도입된 제도다. 올해 1년간 한시적으로 투자한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추가로 지원하는 내용이다. 하지만 임시투자세액공제의 실효성에 대해선 찬반이 엇갈린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10월까지 설비투자는 전년 누계 대비 4.8% 감소했다. 반도체 등의 생산설비가 포함된 기계류 투자도 같은 기간 6.6% 줄었다. 부진했던 반도체 업황 탓이라고는 하지만, 정부가 '부자감세' 비판을 무릎쓰고 한 정책치고는 효과가 없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다주택자 중과유예 또 연장? = 민간의 활력을 위한 규제완화도 경방에 다수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규제완화는 정부의 민간주도 경제 기조에 부합하는 동시에 세수부족으로 정부재정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인 상황에서 우선적으로 검토하는 카드다.

최 후보자 역시 청문회에서 "제일 중요한 건 신시장 즉 진입 규제에 대한 완화"라며 "새로운 기업을 많이 만들어야 하기에 기득권을 보호해 주는 것보다 신시장에 집입되는 것에 대한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부동산 시장 활성화를 위해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를 1년 더 연장하는 방안이 담길 수 있다. 근본적인 양도세 세제개편에 앞서 임시조치를 연장하는 모양새다. 다만 주택양도세 중과는 이미 내년 5월까지 유예된 상황이어서 정부가 시기를 조율할 가능성도 있다.

◆'알맹이 없을 것' 전망 많아 = 최 후보자가 강조해온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등 잠재리스크 관리를 위한 방안도 경방에서 언급될 전망이다. 또 미래세대를 위한 재정준칙 마련, 연금 개혁 등을 통해 재정의 지속가능을 위한 대책 등도 함께 포함될 수 있다.

경방에는 법인세 인하나 상속세 개편 등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근본적인 개편까지는 추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 여소야대 국면에서 국회 통과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총선을 앞두고 '부자감세' 논란으로 번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최후보자의 데뷔무대인 경방이 '알맹이 없는 말잔치'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상목 부총리표 경제정책에 큰 차별성이 보이지 않는 것은 지난 1년 반 동안 정부가 내놓은 경제정책에 이미 (대통령실) 경제수석으로서 깊이 관여했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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