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하마스 전쟁 저강도로 바뀌나

2023-12-28 10:44:29 게재

블링컨, 내주 다섯번째 이스라엘행 … 미국 방문한 네타냐후 측근과 협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간 전쟁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와 비판이 커진 가운데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 내주 이스라엘과 중동국가를 또다시 방문키로 해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미국이 주장해 온 저강도 전쟁으로의 전환과 휴전협상 등 전쟁 이후에 대한 구상 등이 논의될 것으로 관측된다.
이스라엘의 공습으로 집을 떠난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주민들이 26일(현지시간) 남부 라파에 있는 천막촌에 대피해 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은 가자지구 주민 220만명 전체가 이달 8일부터 내년 2월 7일까지 '급성 식량 위기' 상태에 접어들었다고 밝혔다. 라파 로이터=연합뉴스


27일(현지시간) 인터넷 매체 악시오시 등 미국 언론들은 미국과 중동의 복수 관계자를 인용해 블링컨 장관이 내달 5일께 이스라엘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블링컨 장관은 팔레스타인 서안 지구도 찾을 예정이며, 사우디아라비아를 비롯해 요르단,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도 방문해 중동 상황 전반에 대해 숙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블링컨 장관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이스라엘 침공 이후 다섯 번째며, 이스라엘 이외 다른 중동 국가를 방문하는 것은 네 번째다. 새해 들어서는 첫 방문이 될 전망이다. 그만큼 미국 역시 이-하마스 전쟁이 수많은 팔레스타인 민간인 희생자를 양산하는 현재와 같은 기조가 유지되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큰 것으로 보여진다. 국제사회의 여론과 내년 미국 대통령 선거 등을 의식해 최대한 국면전환을 압박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미국 정부가 현재와 같은 고강도 지상전이 아니라 하마스 핵심 세력 제거에 초점을 맞춘 저강도 전쟁으로 국면을 전환할 것을 이스라엘에 공개적으로 요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스라엘 방문에 앞서 블링컨 장관은 26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장관과 워싱턴 DC에서 만나 저강도 장기전 전환 및 전쟁 이후 구상 등에 대해 논의했다. 또 최근 이스라엘을 방문해 공개적으로 저강도전쟁으로 전환을 압박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도 더머 장관과 만나 향후 전쟁 전략 및 가자 지구에 대한 인도주의적 지원 확대 방안 등에 대해 의견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강온 양면전략을 동시에 구사하고 있다. 가자지구에 대한 공습은 계속 하면서도 현재 이집트가 중재한 가자지구 전쟁 종전안을 동시에 검토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미국이 요구하는 저강도 장기전에 대해서도 대비하는 모습이다.

휴전협상과 국면전환 등을 검토하는 제스처를 취하면서도 이스라엘군(IDF)은 전날 가자지구 지상 작전을 인구 밀집 지역인 중부 난민촌으로까지 확대, 누세이라트와 마가지, 부레이지 난민촌을 대상으로 공습과 폭격을 이어갔다.

이들 난민촌은 1948년 이스라엘 건국 전쟁 때 집을 잃은 팔레스타인 실향민과 그 자손들이 거주해온 곳으로, 이번 전쟁 초기 피란길에 오른 북부 주민들이 유입돼 붐벼왔다.

아울러 가자지구 남부에 대한 공세도 이어지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이 북부 지역에 대한 이른바 '작전상통제'에 가까워진 이후로 남부에 대한 작전에 집중하고 있다면서, 최근 며칠간 100개 이상 표적을 육상과 해상, 공중에서 타격했다고 전했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정보기관 와파에 따르면 가자지구 남부의 이집트 접경지인 라파에서 공습 여러 건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이 팔레스타인과 이집트 간 사람과 물품의 밀입국·밀반입 기반을 해체하는 것이 공습 목적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헤르지 할레비 이스라엘군 참모총장은 전날 가자지구 접경지역 기자회견에서 "가자지구 북부의 하마스 대대 해체를 거의 완료했다"며 "1주일이 걸리든, 수개월이 걸리든 하마스 지도부에 도달할 것"이라며 의지를 다졌다.

이는 앞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가 성탄절인 25일 리쿠드당을 통해 발표한 성명에서 "우리는 멈추지 않고 계속 싸우고 있으며 향후 수일간 전투를 심화할 것"이라고 말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한편 하마스가 통제하는 가자지구 보건부에 따르면 10월 7일 전쟁 발발 이후 사망한 팔레스타인인이 2만1000명을 넘은 것으로 집계되며, 이 가운데 어린이와 여성이 2/3에 이를 정도로 민간인 피해가 극심한 상황이다.

정재철 기자 jc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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