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사납금 미달 금액, 임금 공제는 무효"

2023-12-29 10:56:20 게재

대법 "여객자동차법 위반"

2심 무죄 판결, 파기 환송

택시회사가 사납금 기준액에 미달하는 금액을 기사들의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한 노사간 단체협약은 여객자동차법 위반으로 무효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기사들에게 퇴직금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를 받은 택시회사 대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깨고,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고 29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1~12월 퇴직한 택시기사 3명의 퇴직금 668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근로계약서에 따르면 이들은 운송수입액이 1일 최저운송수입금 기준에 미치지 못할 경우 임금에서 공제하도록 정했다. 단체협약과 취업규칙에도 같은 내용이 적혀있었다.

A씨는 재판과정에서 "기사들이 사납금제에 따라 기준금에 해당되는 금액을 회사에 납입해야 함에도 하지 않았다"며 "미수금 채권을 퇴직금 채권과 상계(쌍방의 채무를 같은 액수만큼 소멸시키는 것)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벌금 130만원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회사가 근로자들에 대해 미납금 채권을 보유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위 근로자들과 상계에 대한 합의가 있다는 등 특별한 사정이 없는 이상 이 채권으로 퇴직금 채권을 상계할 순 없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2심은 A씨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했다.

2심 재판부는 "A씨가 운영하는 법인택시의 경우 사납금제가 일종의 관행으로 유지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라며 "단체협약에 따라 A씨가 운송미수금을 퇴직금에서 공제하는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을 개연성이 상당히 크다"고 판단했다. 이어 "A씨에게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위반의 고의가 있었다고 단정할 수 없다"며 "취업규칙에 따라 미수금 공제 제도 자체는 원칙적으로 허용되는 것이기 때문"이라며 무죄를 선고한 이유를 밝혔다.

하지만 대법원은 회사가 사납금 기준액을 정해 받지 말 것을 명시해 2020년 1월 시행된 개정 여객자동차법에 반하는 노사 합의는 무효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사납금제의 병폐를 시정하기 위해 기준액을 정해 수수하는 행위는 금지라는 점을 명확히 한 개정 경위 등을 보면 해당 법 규정은 강행법규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며 "이에 반하는 내용으로 노사 합의가 있더라도 이는 무효"라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월 3회 이상 무단결근한 또 다른 택시기사를 당연퇴직 대상이라 근로기간 1년을 채우지 못했다고 판단해 퇴직금을 주지 않은 A씨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원심 역시 파기했다.

재판부는 "월 3일 이상 무단결근하면 당연퇴직 처리되도록 취업규칙이 규정돼 있기는 하지만 이는 성질상 해고에 해당한다"며 "당연퇴직 처리를 하고 퇴직금 미지급 사유로 삼으려면 정당한 이유가 있어야 하고 징계 절차를 거쳐야 하지만 이에 대한 아무런 증거가 없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이 부분 공소사실을 무죄로 판단한 원심(2심)은 퇴직급여법 위반죄의 고의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필요한 심리를 다하지 않은 잘못이 있다"며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다.
김선일 기자 si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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