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항모·이스라엘군 철수, 전술 변화

2024-01-02 10:38:28 게재

미군 "저강도 작전으로 전환 의미" … 이란 군함 홍해 진입, 미국과 긴장 고조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의 국면이 바뀌고 있다. 미군이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지중해에 배치했던 항공모함을 철수하고, 이스라엘군도 탱크와 병력 일부의 철수를 발표했다. 미국 관리는 이번 결정이 가자지구에서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이 시작되었음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로이터가 2일 보도했다.

1일 이스라엘 남부 가자 국경 인근에서 이스라엘군 탱크가 도열해 있다. 이스라엘군은 이날 병력과 탱크의 일부 철수를 공식 발표했다. 로이터=연합뉴스


로이터에 따르면 미 해군은 지난 10월 7일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을 지원하기 위해 지중해 동부에 배치했던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이 미국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1일 밝혔다. 4000명이 넘는 인원과 8개 항공기 편대를 갖춘 해군의 최신 항공모함인 핵추진 포드호는 하마스의 공격 이후 이스라엘 쪽으로 이동해, 미국 지원의 강력한 상징이 됐다.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포드호의 존재가 이란 및 이란과 연계된 단체, 특히 레바논의 헤즈볼라가 이스라엘을 공격하는 것을 저지하기 위해 포드호의 배치를 세 차례 연장했다. 해군은 포드호의 철수를 발표하며 "미 국방부는 국가 또는 비국가 행위자가 이 위기를 가자지구 너머로 확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 지역에서 계속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동시에 이스라엘도 전술을 바꿔 군대 수를 줄이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며, 1일 가자지구 일부 지역에서 탱크를 철수했다.

이스라엘 언론 '타임스 오브 이스라엘'에 따르면, 이스라엘군은 가자지구에 투입했던 병력 가운데 5개 여단을 전장에서 빼기로 했다. 가자지구에서 훈련 업무를 담당했던 3개 여단 병력은 본대로 돌아가 평시 임무를 수행하고, 예비군 부대 병력은 산업현장으로 돌아간다. 가자지구 전쟁을 주도하는 이스라엘군 남부군 사령관인 야론 핀켈만 소장은 이날 가자시티 다라즈 지역을 방문해 "가자지구 전투는 다양한 방식, 다양한 강도, 다양한 형식으로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 가자시티의 셰이크 라드완 지역 주민들은 분쟁이 시작된 이후 가장 치열한 10일간의 전투가 끝난 후, 이스라엘 탱크가 철수했다고 말했다.

또한 가자시티의 알-미나 지구와 텔 알-하와 지역의 일부 지역에서도 탱크가 철수하는 한편, 거주지의 주요 해안 도로를 통제하는 교외 등 일부 지역에서만 위치를 유지하고 있다고 주민들은 말했다.

1일 로이터에 따르면 미국 정부 당국자는 "이는 우리(미국)가 장려해온 대로, 가자지구 북부에서 저강도 작전으로 점진적으로 전환하기 위한 출발점으로 보인다"며 "가자지구에서 이스라엘군의 하마스 무장해제 작전 성공을 반영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강도 작전은 무차별 폭격 대신, 외과수술식 정밀 타격을 지향하고, 지상군 병력 투입 규모도 줄이는 것을 의미한다.

다만 이 당국자는 "가자지구 북부에서 여전히 전투가 진행 중이라는 사실에 주목하며, 남부에서는 어떠한 변화도 없다"고 말했다. 가자지구 북부에서 '장기전'을 염두에 둔 저강도 작전으로의 전환이 모색되고 있는 것과 달리, 칸유니스를 비롯한 가자 남부 지역에서는 여전히 치열한 교전이 벌어지고 있음을 시사한 것이다.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부 장관은 지난해 10월 7일 하마스의 기습공격 이후 대피했던 가자지구 인근 남부지역 주민들 가운데 일부가 조만간 생활 근거지로 돌아갈 수 있다고 밝혔다. 갈란트 장관은 이날 영상 브리핑을 통해 "가자지구 분리 장벽으로부터 4∼7㎞ 이내에 거주했던 주민들은 곧 집으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긴장이 완화되고 있는 가자지구와 달리 홍해에서는 긴장감이 커지고 있다. 예멘 후티반군이 이스라엘로 향하는 선박을 공격해 긴장이 커지고 있는 홍해에 이란이 군함을 파견했다. 이란 관영 아이알엔에이(IRNA) 통신은 1일 "이란 해군의 알보르즈 구축함을 중심으로 한 94전함 소함대가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통과해 홍해로 진입했다"고 밝혔다.

미군은 예멘 반군의 도발로 주요 무역로인 홍해의 항행이 위험해지자 다국적 해상 안보 작전인 '번영의 수호자 작전'을 수행 중이다. 지난해 12월 31일 미군과 예멘 반군이 홍해에서 교전을 벌여, 예멘 반군 10명이 사망하고 고속단정 3척이 침몰, 긴장이 최고 수준으로 높아졌다. 미군과 이란 해군이 홍해에서 근접 조우하는 일촉즉발의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장병호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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