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 얇아진 지갑, 이유 있었다

월급 찔끔 오를 때 먹거리 물가는 6배 더 올랐다

2024-01-03 11:20:22 게재

전체 가구 가처분소득 1%대 겨우 올라

실질소득으로 따지면 사실상 뒷걸음질

전체 물가 3.6%, 먹거리 물가 6.8% ↑

작년 한해 생활이 왜 고달팠느냐 했는데 이유가 있었다. 소득은 찔끔 올랐는데 물가는 고공행진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서민생활과 직결되는 먹거리는 물가는 소득 상승률의 6배를 넘어섰다. 전체 소비자물가도 3배 이상 더 올랐다.

3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 등에 따르면 지난해 소비자물가 중 대표 먹거리 지표인 가공식품 물가 상승률은 6.8%로 전체(3.6%)의 1.9배를 기록했다. 외식 물가 상승률도 6.0%로 1.7배로 조사됐다. 이는 가공식품·외식 등 먹거리 물가 부담이 다른 품목에 비해 그만큼 컸다는 얘기다.

특히 외식 물가는 2013년부터 11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웃돌았다. 지난해 외식 물가 상승률은 전년(7.7%)보다 소폭 둔화했지만 2022년을 제외하면 1994년(6.8%) 이후 약 30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천정부지 먹거리 물가 = 가공식품 상승률도 2년 연속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했다. 2022년(7.8%)을 제외하면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8.3%) 이후 14년 만에 가장 높다. 지난해 외식 세부 품목 39개 중 36개가 전체 물가 상승률(3.6%)을 웃돌았다.

품목별 상승률을 보면 피자가 11.2로 가장 높았고 햄버거(9.8%), 김밥(8.6%), 라면(외식)(8.0%), 오리고기(외식)(8.0%), 떡볶이(8.0%), 돈가스(7.7%), 삼계탕(7.5%), 소주(외식)(7.3%) 등 순이었다.

자장면(7.2%), 비빔밥(7.2%), 해장국(7.1%), 맥주(외식)(6.9%), 구내식당 식사비(6.9%), 냉면(6.9%), 김치찌개 백반(6.4%), 칼국수(6.1%), 설렁탕(6.0%) 등의 가격 상승세도 높았다.

치솟는 식품 물가에 서민 부담 가중 | 서민들이 자주 찾는 라면과 빵, 우유, 생수, 햄버거, 피자 등의 물가 상승률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10여년 만에 기록적인 수준을 보였다. 연합뉴스 서대연 기자


가공식품 세부 품목 73개 중에서 전체 물가 상승률을 상회한 품목은 57개로 전체의 78.1%를 차지했다.

드레싱이 25.8%로 가장 높고 이어 잼(21.9%), 치즈(19.5%), 맛살(18.7%), 어묵(17.3%) 등 순이었다.

설탕(14.1%)과 소금(13.0%), 커피(12.6%), 아이스크림(10.8%), 우유(9.9%), 빵(9.5%), 생수(9.4%), 두유(9.3%), 라면(7.7%) 등 평소 서민들이 자주 찾는 품목의 물가 상승률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농·축·수산물 물가 상승률은 3.1%로 전체(3.6%)를 밑돌았지만, 과실 물가 상승률은 9.6%로 치솟았다. 사과가 24.2%로 가장 높았고 귤(19.1%), 복숭아(11.7%), 파인애플(11.5%), 딸기(11.1%), 참외(10.5%) 등도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했다.

채소(4.8%) 중에서는 생강(80.2%)과 당근(29.0%), 파(18.1%), 양파(15.5%), 오이(13.7%), 부추(13.5%), 상추(9.5%) 등의 부담이 큰 편이었다.

◆물가 못따라가는 소득 = 이처럼 높은 먹거리 물가 상승률에 비해 소득은 소폭 증가에 그쳤다.

지난해 1∼3분기 전체 가구의 가처분소득은 평균 393만1000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 늘었다. 4분기 소득이 남아 있지만 증가율이 큰 차이를 보이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처분가능소득은 전체 소득에서 이자나 세금 등을 뺀 것으로 소비나 저축에 쓸 수 있는 돈을 뜻한다.

저소득층의 먹거리 부담은 더 컸다. 지난해 1∼3분기 누적 소득 하위 20%(1분위)의 가처분소득은 평균 90만4000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0.9% 늘었다. 2분위는 220만3000원으로 0.3% 증가에 그쳤으나 3분위는 1.7% 늘었고 4분위는 2.1%, 5분위는 0.8% 각각 증가했다.

이 때문에 가구당 실질소득은 적자를 면치 못했다. 올해 가구당 명목 소득 증감률은 1분기 4.7%, 2분기 -0.8%, 3분기 3.4%를 기록했다. 그러나 물가를 반영한 실질소득은 1분기 0%, 2분기 -3.9%, 3분기 0.2%를 기록했다. 전체 실질소득은 후퇴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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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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