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재출연·SBS매각은 고사하고 … 태영건설에 1149억원(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도 지원 안해

2024-01-04 11:21:13 게재

산은, 채권단 설명회 전까지 입금 촉구했는데도 태영측 거부

윤세영 회장 워크아웃 호소 … 자구노력 없이 '그냥 도와달라'

3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위해 열린 설명회에 모인 채권단은 '자구계획에 새로운 내용이 전혀없다'며 실망하는 분위기가 역력했다. 대체로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태영그룹이 태영건설에 대한 구체적인 자구노력과 추가된 자구계획없이 사실상 '빈손'으로 채권단에게 도와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태영건설이 워크아웃을 신청하면서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약속한 자구계획안은 크게 4가지다.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549억원(태영그룹 윤석민 회장 지분 416억원, TY홀딩스 지분 1133억원)을 태영건설에 지원 △계열사인 에코비트의 매각을 추진해 매각자금을 태영건설에 지원(약 1조원) △골프장 운영업체 블루원의 지분 담보제공과 매각 추진 (약 3000억원)△평택싸이로 지분(62.5%) 담보 제공(약 1000억원) 등이다. 전체적으로 약 1조6000억원 규모다.

3일 설명회에서 태영측이 추가로 제시한 자구계획은 없었다. 산업은행은 태영그룹이 기존에 제시한 자구안의 구체적인 실행 계획과 이행 확약을 받아서 워크아웃 개시를 위한 채권단 동의를 얻으려고 했지만 결과적으로 실패했다.

태영측은 구체적인 자구계획안을 내놓기는커녕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중 400억원만 태영건설에 지원하고 1149억원은 태영그룹의 지주사인 TY홀딩스 채무변제에 써야 한다며 입금을 하지 않고 있다. 또 블루원 매각 자금 중 2300억원 가량을 TY홀딩스의 채무를 갚는데 먼저 사용하겠다는 의사를 산은에 밝힌 상태다.

태영건설 채권단 설명회 | 3일 오후 태영건설의 워크아웃(기업재무구조개선) 신청 관련 채권단 설명회가 열린 서울 산업은행 본점에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연합뉴스 박동주 기자


양재호 산은 기업구조조정1실장은 설명회에서 "태영인더스트리 매각대금 1149억원을 3일 낮 12시까지 넣으라고 했지만 TY홀딩스 채무 변제에 계속 활용해야 하는 상황이라 어렵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4가지 자구안이 첫날부터 지켜지지 않아 실망스럽고, 현재까지는 워크아웃을 진행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다"며 "이달 11일까지 태영그룹이 과감하고 적극적인 자구안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석훈 산은 회장도 "약속한 4가지 중 2가지가 지켜지지 않은 상태에서 제가 태영측을 직접 만나서 4가지 조항을 끝까지 지켜줄 것을 촉구했고 그에 대한 확약을 채권단 회의에서 공표해 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했다"며 "아쉽게도 태영측이 구체적인 자구계획안을 제시하지 않고 단지 그냥 열심히 하겠으니 도와달라는 취지로만 말씀을 하신 것으로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날 채권단 설명회 자리에 직접 참석한 윤세영 태영그룹 창업회장은 "어떻게든 정상적으로 사업을 마무리 짓고 제대로 채무를 상환할 기회를 주면 임직원 모두 사력을 다해 태영을 살려내겠다"며 "국가 경제에 돌이킬 수 없는 치명상을 입힐까 봐 너무나 두렵다. 협력업체와 투자해주신 기관, 채권단, 나라와 국민에게 큰 죄를 짓지 않도록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다만 윤 회장은 사재출연과 SBS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한 채권단의 질의응답이 시작되기 전에 자리를 빠져나갔다.

산은은 사재출연이나 SBS 지분 매각 보다는 태영건설이 제시한 4가지 자구안의 이행이 먼저라는 입장이다. 강 회장은 "4가지를 완벽하게 이행하겠다는 확약이 성립되는가 안 되는가에 따라서 다음 단계를 생각할 문제"라며 "현재 저희는 4가지의 완벽한 이행을 촉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그는 "사재출연 부분은 워크아웃에 들어가서 자금이 필요한 상황이 되면 검토할 수 있지 않을까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윤 회장은 태영건설의 실제 우발채무가 2조5000억원이라며 그동안 시장에 알려진 PF 대출보증(9조원) 위험 규모와는 차이가 있다고 해명했다. 태영그룹은 태영건설의 보증채무가 9조5044억원으로 이 중 유위험보증(우발채무)이 2조5259억원이라고 밝혔다. 브릿지보증 1조2193억원과 PF 분양률 75% 미만 보증 1조3066억원을 합친 금액이다. SOC사업 보증(1조304억원), 본 PF 분양률 75% 이상(1조769억원), 수분양자 중도금 보증(1조3142억원) 등 6조9785억원은 위험성이 없는 채무로 분류했다. 이에 대해 금융당국 관계자는 "태영측은 우발채무에 포함시키지 않았지만 워크아웃을 신청하면 이들 보증 모두 채권자 범위에 포함된다"고 말했다.

산은에서 파악한 태영건설 채권단은 모두 609개다. 상당수는 단위 새마을금고와 신협·농협 등 상호금융권이다. 단위 금고와 조합을 빼면 300~400개이며 익스포저(위험노출액)가 500억원 이상인 곳은 60여개 가량 된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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