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주요 채권단 회의 … 워크아웃 개시 의견 모아

2024-01-10 12:00:09 게재

내일 1차 채권자협회의회에서 가결 여부 결정

계열사 매각 지연시 우선 담보로 유동성 확보

태영건설 주요 채권단들이 10일 회의를 열고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논의하면서 의견을 모았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서 태영그룹은 9일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발표한 추가 자구계획을 설명하고 워크아웃에 동의해줄 것을 요청했다.
태영그룹 윤세영 창업회장과 윤석민 회장이 워크아웃과 관련해 태영의 추가 자구안 발표 기자회견을 한 9일 서울 여의도 태영 건설 본사 모습. 윤 창업 회장은 자구 노력이 부족할 경우 TY홀딩스와 SBS 주식도 담보로 내놓겠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태영그룹은 기존에 제출한 4가지 자구계획을 원안대로 이행하고 이를 확약하기 위해 9일 이사회 결의를 마쳤다. 또 태영건설의 추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오너일가가 보유한 지주사인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채권단에 전부 담보로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모인 채권단들은 태영그룹의 추가 자구계획과 이행 의지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태영그룹은 중소 금융회사들에 대해서도 워크아웃 개시 동의를 받기 위한 설득에 들어갔다. 산은도 워크아웃 개시를 위해 채권단들과 소통을 강화하고 있다. 11일 1차 채권단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태영건설에 대한 신용공여액 기준 75% 이상이 동의해야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가게 된다.

산은은 채권단에 속한 금융회사들의 신용공여액을 확정해서 서면으로 동의 여부를 확인하게 된다. 금융지주 계열 신용공여액 비중이 30% 가량 되고 건설공제조합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 등의 신용공여액 비중도 30~40%에 달할 만큼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새마을금고와 신협 등의 단위 조합들도 상당수 포함돼 있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모인 만큼 채권단 전체적으로 동의하는 분위기가 형성돼야 워크아웃 개시가 가능할 것"이라며 "그만큼 75% 이상 동의를 받는 게 쉽지는 않은 일"이라고 말했다.

주요 채권자들이 대체로 워크아웃에 우호적인 분위기가 형성된 가운데 중소 금융회사들을 설득하는 일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산은은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개시를 결정하는 제1차 협의회 안건의 결의일이 11일로 다가왔다"며 "태영건설과 태영그룹은 추가 자구계획 및 대주주의 책임 이행 방안을 토대로 각 채권자들을 상대로 워크아웃 개시와 정상화 추진을 위한 협조를 신속하게 요청하기 바란다"고 밝혔다.

1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개시가 가결되면 채권자협의회는 즉시 태영건설에 대한 실사에 돌입해 정상화 가능성 분석과 추진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4월11일 2차 협의회에서 워크아웃 계획이 승인되면 한달 후 채권단은 태영건설과 워크아웃 본계약을 체결한다.

채권단은 2차 협의회가 열리기 전까지 3개월간 태영건설 운영에 필요한 자금이 5000억원 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태영건설의 유동성 지원을 위한 태영그룹의 성실한 자구계획 이행을 기대하고 있다.

태영그룹은 에코비트 매각과 매각대금 지원, 블루원 담보제공과 매각, 평택싸이로(62.5%) 담보제공 등을 먼저 실행한 후에도 유동성 확보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오너일가가 보유한 TY홀딩스 지분과 TY홀딩스가 보유한 SBS 지분을 담보로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에코비트와 블루원 매각이 지연될 경우에는 우선 이들 회사에 대한 지분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선담보, 후매각' 방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최금락 태영그룹 부회장은 9일 "에코비트의 담보가액이 1조5000억원인데 실제 매각된다면 그보다 훨씬 큰 금액이 예상된다"며 "(기존) 자구안만으로도 충분히 유동성이 해소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렇게 하고도 유동성 문제가 해결 안되면 그때 TY홀딩스와 SBS 주식을 담보로 내놓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채권단은 TY홀딩스의 태영건설에 대한 연대보증 채무를 유예시켜주기로 했다. 채권단이 연대보증 채무 상환을 청구할 경우 TY홀딩스는 유동성 위기를 맞게 된다. TY홀딩스의 연대보증 규모는 3200억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TY홀딩스는 태영인더스트리 매각 자금 일부를 태영건설 지원이 아니라 연대보증 채무 해소에 사용했다가 금융당국과 채권단으로부터 약속 위반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9일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 "기업을 재기시킨다는 워크아웃의 전제로 보면 보증채무로 해당 기업을 어렵게 하는 건 맞지 않다"며 "다만 채권단 입장에서는 청구요건이 되는데 안 하면 자기 책임 문제가 생길 수 있어 향후 책임을 묻거나 그와 관련된 문제가 생기지 않도록 비조치의견서 발급 등 당국이 할 수 있는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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