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개발정보 이용' 수백억 챙겨 … 5개 증권사(부동산PF 담당 임직원) 검찰 통보

2024-01-11 11:27:27 게재

금감원, 사적 이익추구 행위 대거 적발 … 메리츠증권, 사모CB에 이어 또 드러나

별도 법인 통해 500억 챙기기도 … 부동산PF업무 관리감독 허술, 내부통제 취약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업무를 담당하는 5개 증권사 일부 임직원들이 직무 정보를 이용해 수백억원을 챙긴 혐의로 검찰에 통보됐다. PF사업장의 비공개 개발진행 정보를 이용해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익을 챙긴 증권사 임원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금융감독원은 5개 증권사에 대해 부동산 PF 기획검사를 실시했으며 임직원 사익추구와 증권사의 내부통제 취약점 등을 다수 확인했다고 10일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부동산PF 담당 임직원들의 형법 위반 의혹도 포착해 관련 자료를 모두 검찰에 보냈다"며 "혐의에는 차이가 있지만 5대 증권사 임직원들이 포함됐다"고 말했다. 5개 증권사는 다올투자증권, 메리츠증권, 이베스트투자증권, 하이투자증권, 현대차증권이다.

금감원은 이들 증권사 임직원들의 사익 추구 대표 사례 3가지를 공개했다. 5개 증권사 모두 금액의 차이는 있지만 3가지 유형의 부당이득 혐의가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PF대출 주선하면서 사적으로 이득 챙겨 = 금감원에 따르면 A증권사 임원은 토지계약금 대출 취급과 브릿지론·본PF 주선 업무 등을 맡아서 얻은 사업장 개발 정보를 이용, 본인이 사실상 지배하는 법인을 통해 시행사 최대주주 발행 전환사채(CB)를 수천만원에 취득한 이후 CB 매각을 통해 500억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했다. PF사업에 따른 사업부지 가치 상승 등으로 향후 사업 예상수익의 일부를 개발사업 완료 전에 편취한 것이다. 시행사는 증권사 임원이 주선한 본PF 대출금(2000억원 상당)의 일부를 PM용역사에 대여했고, PM용역사는 이를 재원으로 CB를 인수한 법인으로부터 500억원에 CB를 매수했다. 금감원은 단지 비공개 정보를 이용한 것 이외에도 PF대출을 받은 시행사와 대출을 주선한 증권사 임원 간 모종의 거래가 있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으며 관련 자료를 검찰로 보냈다.

해당 임원은 또 본인이 지배하는 법인을 통해 4개 PF사업장 시행사들에게 700억원 상당액을 사적으로 대여하고 수수료·이자 등의 명목으로 40억원 상당을 받아 챙겼다. 이중 600억원 가량은 이자제한법상 최고금리 한도(연 20%)를 위반한 것으로 드러났다.

B증권사 직원은 기존 PF대출 주선과정에서 시행사가 사업부지 인근에 추가로 부동산 개발사업을 추진한다는 비공개 정보를 알게 됐고, 본인·동료·지인과 투자조합을 결성했다. 조합을 통해 신규사업 시행사에 10억원 가량을 지분투자한 뒤 20억원 상당의 이득을 얻었다.

C증권사 임원도 업무과정에서 알게 된 정보로 가족법인을 통해 900억원 상당의 부동산 11건을 취득·임대하고 3건을 처분해 100억원 상당의 매매차익을 얻었다. 취득자금 전액을 금융기관 대출 등으로 마련했으며 해당 대출은 부하직원들의 금융기관 알선 등으로 가능했다. 가족법인은 직원 가족들에게 급여 등의 명목으로 10억원 상당을 지급했다.

가족법인이 처분한 부동산 3건 중 1건은 매수인(전 임차인, 상장사)이 CB발행을 통해 부동산 매수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했다. 해당 임원의 부하직원들은 관련 CB의 인수·주선 업무를 담당했으며 C증권사도 고유자금으로 해당 CB일부를 인수했다.

◆메리츠, 이화전기 의혹으로 검찰 수사도 = 금감원은 지난해 10월 증권사의 사모CB 기획검사 중간 검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임직원들의 사익추구 적발 사례를 공개했다. 당시 메리츠증권 기업금융업무를 담당하는 투자은행(IB)본부 임직원 일부가 상장사의 사모CB 발행 관련 주선·투자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직무상 정보를 이용해 관련 CB를 직원·가족 등의 자금으로 취득하는 등 사적 이익을 추구한 것으로 드러났다. 금감원은 더 큰 사익 추구 혐의를 포착했다며 추가 검사에 착수, 이번 부동산PF 관련 부당이득을 확인했다. 메리츠증권은 "내부 감사로 관련 혐의를 자체 적발하기에 한계가 있다"며 "관련 직원들은 모두 퇴사했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메리츠증권 임직원들은 이화전기가 증시에서 거래정지되기 전에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매도한 것으로 드러나 자본시장법상 불공정거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금감원이 조사 자료를 검찰에 넘겼고 지난해 11월 서울중앙지검 조세범죄수사부는 메리츠증권을 압수수색했다.

◆심사·승인 안받은 회사에 PF 실행 = 금감원은 부동산PF 업무 관련 5개 증권사의 내부통제가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B증권사 영업부는 PF 대출 취급시 차주를 X사로 심사·승인을 받았지만 대출약정은 X사의 관계회사인 Y사와 체결했다. 영업부가 차주를 임의로 변경했는데도 심사부는 아무런 이견을 제기하지 않았다. 또 부동산 개발 시행사가 최초 승인받은 자금사용 계획에 비해 PM용역비를 과도하게 지출하려는 것과 관련해 B증권사 영업부는 용역계약서조차 확인하지 않는 등 자금지출 용도를 제대로 점검하지 않았다. C증권사는 주간사로 부동산PF 자문·대출 등을 총괄하면서 브릿지론 대주인 Z사가 본PF 당시에는 별도 주선을 하지 않았는데도 Z사에 주선수수료를 지급했다.

금감원은 "실효성 있는 내부통제체계 구축을 위해 취약요인이 있거나 통제조직의 독립성 등이 미흡한 경우 이사회·감사위원회 등과 직접 소통해 개선을 요구할 예정"이라며 "이번 검사결과를 바탕으로 임직원 사익추구 재발 방지 및 증권사 부동산 PF 내부통제 개선방안 등도 적극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김영숙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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