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용 감세정책 남발, 재정건전성 우려 확산

대통령실·정부 '경기선순환, 낙수효과' 기대 … 15년 전엔 '역효과'

2024-01-19 11:25:13 게재

한 달 만에 20여건·10조원 감세정책

정부 "감세로 투자 유도해 경기회복"

"감세규모 작은 정책부터 우선 추진"

MB정부 감세, 국채·가계부채만 급증

총선을 앞두고 대통령실과 정부가 감세정책을 잇달아 내놓으면서 재정건전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유례없는 '세수펑크' 상황에서 총선 득표만을 의식한 포퓰리즘 정책이란 지적이다. 건전재정을 내걸었던 윤석열정부 정책기조와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비판도 나왔다. 대통령실이 정책을 주도하면서 '정부부처를 건너 뛴 즉흥 정책 남발'이란 지적도 이어졌다.

비판여론이 커지자 정부가 해명에 나섰다. 논리는 '경기 선순환'과 '낙수효과'다. 대통령실은 "세금 축소가 크지 않는 정책을 우선 추진할 것"이라는 설명을 보탰다.

하지만 논리가 궁색하다는 지적이다. 낙수효과는 제대로 입증되지 않은 논리다. 이명박정부 당시 법인세 인하 논리가 비슷했다. 결과는 낙수가 아닌 '낙제'였다. 기업투자 확대는 없었고 유보금만 쌓였다. 결국 정부는 부자감세를 철회했고, 차기 박근혜정부는 담뱃세 인상 등으로 증세정책으로 빈 곳간을 채워야했다.

◆정부·대통령실 감세 논리는 = 잇단 감세정책 발표로 역대급 세수결손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자 정부가 진화에 나섰다.

성태윤 대통령비서실 정책실장은 전날 브리핑에서 "세금과 관련된 정책은 대규모 세수 축소가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세금 중에서 좀 더 경제적인 왜곡 현상이 심하면서 세수를 크게 감소시키지 않는 부분들의 세원을 발굴해 내고 있다"고 밝혔다. 세수결손규모가 크지 않는 정책부터 추진하겠다는 설명이다.

기재부는 세금을 깎아 주면 소비·투자가 늘어나고 경기가 회복돼 거꾸로 세수가 확충되는 '선순환 구조'가 될 것이란 논리를 폈다. 이른바 낙수효과의 연장선상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된 조세정책 과제들은 기업투자, 민생안정, 자산 형성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세수에 미치는 영향은 거시경제 전체적인 상호작용을 고려해 평가될 필요가 있다. 투자·소비 등 내수경기 회복 및 성장을 뒷받침하고 세원을 근본적으로 확충해 성장과 세수의 선순환에 기여한다"고 주장했다.

◆역사적 경험은 '낙수효과 없었다' = 감세정책의 대표 사례는 이명박정부의 법인세 인하다. 하지만 역사는 실패한 대표정책으로 기록하고 있다. 감세로 대기업 성장을 도우면 투자와 고용이 늘어 중소기업과 소비자에게도 혜택이 돌아가고 세수도 더 늘게 된다는 게 당시 논리였다.

2009년 이명박정부는 법인세 최고세율을 25%에서 22%로 낮췄다. 하지만 결과는 대기업의 유보금만 늘고 서민들의 실질소득은 쪼그라들었다. 가계부채는 급증했다. 또 '부자감세' 논란으로 국정동력을 잃었고 재정악화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감세정책은 뒷걸음질쳤다. 결국 이명박 정권 마지막 해에는 'MB 노믹스'의 상징이었던 감세정책을 철회했다. 2011년 당시 정부가 제출한 세법개정안에는 대기업과 고소득자에 대한 추가 감세를 철회하는 내용이 담겼다.

감세정책의 역효과는 차기정부가 짊어져야 했다. 박근혜정부는 담뱃세와 주민세 인상, 연말정산 방식 개편 등의 증세를 해야 했다. 국민들은 '서민증세'를 규탄했고 국정논단사건과 맞물려 전례 없는 '4년 재임 탄핵 대통령'이란 오명을 써야했다.

◆세수결손사태에 또 감세 = 앞서 정부는 최근 한 달 만에 20여건에 육박하는 감세정책을 쏟아 냈다.(내일신문 1월18일자 1·10면 참조) 지난해 60조원에 가까운 이례적 세수결손사태에도 또 감세정책이다. 이에 따라 관리 재정수지는 33조8000억원이 더 늘어난 92조원, 국가 채무도 61조8000억원이 늘어나 1200조원에 육박한다.

19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연말 '대주주 주식 양도소득세 과세 기준 10억원→50억원 상향'에 이어 지난 2일에는 '금융투자소득세 백지화' 방침을 밝혔다. 2조원이 넘는 세수감소가 추정되는 정책이다. 더구나 두 사안은 2022년말 여야가 '금투세는 시행을 1년 더 유보하되 대주주 기준을 상향하지 않는다'고 합의한 사안이다. 법개정과 연계된 여야합의를 일방적으로 파기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서 △시설투자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4일·최소 3000억원대 세금감소 추정) △반도체 시설투자 세액공제 연장'(15일·1조원)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납입·비과세 한도 2배 이상 상향' △증권거래세 인하 유지(17일·2조원) 등을 잇달아 발표했다.

여기에 지난 17일 윤 대통령이 원점 재검토를 지시한 91개 부담금 규모는 올해만 24조6000억원에 이른다. 부담금 규모는 매년 수조원씩 늘고 있는 추세였다. 앞서 정부가 민생대책으로 발표한 제2금융권 고금리 대출자 이자 환급이나 소상공인 전기료 감면 등에도 정부나 공기업 재정이 투입된다. 이를 합하면 적어도 10조원 규모의 세금을 감면하거나 정부·공기업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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