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조작 부당이득액 최대 2배 과징금 … 검찰과 협의해 신속 부과 방침

2024-01-19 11:25:13 게재

금융당국, 검찰 통보 1년 경과 이전이라도 부과

부당이득액 산정 법제화 … 형량 대폭 높아질듯

자본시장법이 개정돼 주가조작 등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로 얻은 부당이득액의 2배까지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다. 개정 자본시장법이 19일부터 시행되면서 이날 이후 발생한 불공정거래 사건은 처벌이 강화된 법조항의 적용을 받게 됐다.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에서 개정된 주요 내용은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도입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도입 등이다.


주가조작(시세조종)과 미공개중요정보이용, 부정거래행위 등 주식시장의 3대 불공정거래행위는 그동안 형사처벌만 가능했다. 금융당국은 관련 의혹을 조사해서 혐의점을 확인한 후 검찰에 통보하는 것으로 역할이 끝났다. 하지만 사법처리를 위해서는 보다 엄격한 입증책임이 요구되는 만큼 실제로 재판에 넘겨지는 비율(기소율)이 낮고 수사와 재판의 장기화로 처벌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이번에 개정 자본시장법이 시행되면서 형사처벌과 별개로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가 가능해졌고 신속한 부당이득 환수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신속한 과징금 부과 가능해야 실효성 확보 =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가 법적으로 가능해졌지만 실무적으로 신속한 부과가 가능해져야 법 개정의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다.

금융당국은 불공정거래 조사를 마친 후 사건을 검찰에 통보하지만 그 시점에 과징금을 부과할 수는 없다. 검찰이 수사를 벌여서 불공정거래 혐의자에 대한 수사·처분 결과를 금융위에 통보한 후 과징금을 부과하는 게 원칙이다.


다만 금융위가 불공정거래 혐의를 검찰에 통보한 후 검찰과 협의된 경우 또는 1년이 경과된 경우에는 검찰로부터 수사·처분 결과를 통보받기 전이라도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

1년이 경과하더라도 기소중지 등 수사·처분의 지연에 합리적 사유가 있거나 과징금을 먼저 부과하는 것이 최종 수사·처분과 배치될 합리적 우려가 있어 검찰이 요청하는 경우는 과징금 부과가 가능한 경우에서 제외된다. 과징금 부과 시점의 칼자루를 사실상 검찰이 쥐고 있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일단 불공정거래 혐의를 검찰에 통보한 후 1년이 경과된 사건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한다는 방침이지만, 검찰과 협의를 통해 점차 1년 미만이라도 과징금 부과를 진행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 필요성을 이유로 기소 전 과징금 부과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할 경우 신속한 과징금 부과가 어려워질 수 있다. 당초 검찰은 금융당국에 과징금 부과 권한을 주는 것에 대해 부정적이었고 법 개정 논의 과정에서 검찰과 협의해야 한다는 점이 추가됐다. 수사가 장기화될 경우 불공정거래사범에 대한 신속한 제재는 불가능해진다.

금융당국은 "금융위 등 관련기관이 새로 도입되는 과징금 제도에 대해 그 운영과정을 밀착 모니터링하고 필요시 실무협의체 등 다양한 협력채널을 통해 개선사항을 지속 보완함으로써 과징금 제도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핵심적인 수단으로 자리매김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명확해진 부당이득액 산정기준, 솜방망이 처벌 막나 = 금융당국의 과징금 부과와 별개로 불공정거래사범의 형사처벌이 강화된다.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이 개정 자본시장법과 시행령에 구체적으로 명시됐기 때문이다.

19일 이전까지는 검찰이 불공정거래행위로 혐의자들을 기소해도 이들이 얻은 부당이득액이 정확히 얼마인지 입증하지 못하면 범죄수익 환수는 고사하고 무죄가 선고되는 경우가 많았다.

재판 과정에서 부당이득액 산정을 둘러싸고 검찰과 피고인들의 다툼이 치열하고, 엄격한 입증책임을 따지는 재판부로서는 피고인측이 주가 변동에 영향을 미친 다른 요인들로 검찰 수사 결과를 합리적으로 반박할 경우 쉽게 유죄를 선고하지 못했다.

개정 자본시장법은 부당이득액 산정기준을 법제화했다. 위반행위로 얻은 총수입에서 총비용을 공제한 차액(총수입-총비용)에 대해 부당이득액이라고 명확히 규정했다. 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부정거래 등 위반행위의 유형별로 산정방식을 마련했으며 위반행위의 동기·목적이 되는 거래 등으로 인해 얻은 이익도 부당이득액에 포함시켰다.

위반행위와 외부요인이 불가분적으로 결합된 경우의 부당이득액 산정기준도 마련됐다. 위반행위와 외부요인 각각의 영향력을 고려해 시세 변동분 반영 비율을 차등적으로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부당이득액이 얼마인지가 중요한 이유는 부당이득액 규모에 따라 위반 사범의 법정형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부당이득액이 5억원 미만이면 1년 이상의 징역형이지만, 5억원 이상 50억 미만은 3년 이상의 징역, 50억원 이상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 선고가 가능하다.

그동안 주가조작 범죄자들은 부당이득액을 다퉈서 무죄를 받거나 낮은 형량을 받아 집행유예로 풀려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부당이득액 산정 기준이 법제화된 만큼 검찰의 입증이 용이해지고 법원에서 인정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검찰이 기소에서 밝힌 부당이득액 규모를 재판부가 받아들일 경우 주가조작사범들의 형량은 대폭 상승할 전망이다.

금융당국은 "자본시장 불공정거래행위는 시장질서를 훼손하고 다수 투자자의 피해를 양산하는 중대범죄인 만큼, 금융위 등 관련기관은 앞으로도 불공정거래행위에 대해 무관용 원칙에 따라 엄중하게 제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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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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