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AX(AI 전환) 시대 | 2. 유통·물류

데이트 장소, 입을 옷, 착용할 액서서리까지 추천

2024-01-23 12:25:26 게재

유통업계에 파고든 AI … "고객응대부터 재고관리까지"

인공지능(AI)이 인간 삶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알파고에서 시작된 미풍이 2022년 말 챗GPT 등장과 함께 광풍으로 변했다. 산업측면에선 일부 첨단 분야를 넘어 모든 영역에 AI가 더해지면서 혁신이 이어지고 있다. AI전환(AX) 시대가 본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내일신문은 생성형AI를 비롯한 다양한 AI 기술이 산업 각 분야에서 어떻게 활용되고 어떤 효과를 내고 있는지 사례를 통해 확인해 보고자 한다.

이마트24 직원이 AI를 활용해 상품을 찾고 있다. 사진 이마트24 제공


"유통업에 인공지능(AI) 기술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유통업이 AI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본거지가 될 것이다."

국내 유통업계가 AI 빅데이터 기술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소비자들 생활습관이 디지털화되면서 AI도입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필수란 인식이 유통업계 전반에도 확산됐다.

지난해말 대한상공회의소는 '유통물류 AI 활용전략 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에는 유통물류산업에 AI가 가져다주는 기회를 찾기 위해 유통물류기업 종사자 400여명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소비자 행동 변화가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유통시장에서 AI를 활용한 마케팅은 경쟁력을 유지하고 성장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되고 있다.

GS25에서 모델이 아숙업레몬스파클하이볼을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아숙업하이볼은 맛 알코올 도수 디자인 상품명 가격 등 상품기획 전 과정에 걸쳐 챗봇 서비스인 아숙업(AskUp)을 통해 기획된 세계 최초의 AI 기획 하이볼 주류 상품이다. 사진 GS25 제공


AI를 활용해 고객과 상호작용을 개선함으로써 새로운 고객층을 발굴하고 신속한 고객분석과 예측도 가능하다.

현대백화점 루이스, 롯데홈쇼핑 가상인간 루시, 네이버스토어 AI기반 추천모델은 유통업계에 도입된 대표적인 AI사례다.

루이스는 마케팅 카피라이팅 업무를 담당하는 AI로 과거에 고객 반응이 좋았던 광고카피나 성공사례 데이터 학습을 통해 적합한 마케팅 메시지 작성이 가능하다.

기존에 2주 이상 소요되었던 업무를 3~4시간으로 크게 단축시켰다. 네이버스토어 AI기반 추천 모델은 과거에 클릭했거나 장바구니 찜 구매 등 이력이 있는 이용자가 다시 상품을 검색할 경우 '3일전에 본 상품이네요'와 같은 추천이유를 제시하며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를 제공한다.

장중호 서울과학종합대 교수는 "AI는 우리 삶을 변화시킬 수 있는 혁신기술이기 때문에 우리 일상과 깊숙이 연관돼 있는 유통업이야말로 큰 변화와 파괴적 혁신이 일어날 본거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지금까지 AI기술이 업무를 개선하고 효율을 높이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미래에는 AI에 기반한 혁신적인 무인매장과 무인매대 등을 통해 소비자와 생산자가 직접 만나는 새로운 유통포맷이 만들어질 것"이라면서 "AI가 고객응대부터 물류에 이르는 전 영역에 걸쳐 변혁을 불러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대화형 커머스 나온다 = 구글클라우드는 발빠르게 유통업체 혁신을 지원하는 생성형 AI기술을 발표하며 유통업체 AI도입에 적극 나서고 있다.

구글클라우드는 최근 전 세계 유통업체을 대상으로 한 생성형 AI기술을 16일 발표했다.

이번 발표에는 △대화형 커머스 솔루션(프로그램 제품) △고객 서비스 현대화 솔루션 △카탈로그와 콘텐츠 강화 솔루션 등이 포함됐다.

구글 클라우드는 이 솔루션을 1분기 출시한다.

구글클라우드는 이번 제품을 통해 유통업체가 고객에게 개인화된 온라인 쇼핑 경험을 제공하고 운영과정을 현대화하며 매장 내 혁신기술 도입을 가속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대화형 커머스 솔루션'은 유통업체가 생성형 AI 기반 가상 에이전트를 웹사이트와 모바일 앱에 쉽게 도입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통업체는 소비자와 자연어로 대화하고 선호도에 따라 제품 추천을 제공하는 가상 에이전트를 구축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결혼식에 입을 정장 드레스를 찾는 고객에게 온라인 쇼핑 챗봇이 선호하는 색상, 장소, 날씨, 함께 착용할 액세서리, 예산 등에 따라 맞춤형으로 제공할 수 있다.

'고객 서비스 현대화 솔루션'은 유통업체와 브랜드가 기본 음성과 채팅 기술 인프라를 혁신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유통업체는 이메일 문자 전화 온라인 채팅 등 여러 고객 채널을 동시에 관리하면서, 고객응대서비스 중에도 다른 채널로 전환할 수 있다.

엄경순 구글클라우드 커스터머 엔지니어링 총괄 디렉터는 "생성형 AI는 최근 불과 1년 만에 모든 기술 분야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이자 유통업계의 중요한 과제로 자리 잡았다"고 전했다.

◆다양한 분야서 활용 = 국내 식품·유통업체도 다양한 분야에서 AI를 활용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비비고 포장 김치의 배추 선별 과정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하고 있다.

배춧잎 수천장을 학습한 AI가 배추의 등급을 자동으로 분류한다. 바이오사업 부문에서도 AI를 활용 중이다. 돼지 사료 첨가제 '것룩'은 AI 솔루션이 원료 후보 물질 수천건을 분석해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이 중에서 최적의 원료를 도출해 제품화했다.

참치캔을 판매하는 동원F&B는 X선 장비에 참치 뼈 이미지를 학습한 AI를 탑재해 이물질을 걸러내고 있다. AI 드론을 참치떼 어획에서도 활용 중이다.

AI를 적용한 영양 솔루션도 제공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해 식단 구독 플랫폼 '디자인밀'을 통해 'AI 영양진단' 서비스를 출시한 바 있다. 풀무원은 새해를 맞아 식이 운동 신체기록까지 건강관리를 실천하는 통합 서비스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풀무원은 CES2024에서도 로봇 쉐프를 통해 '무인 플랫폼 푸드테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현대그린푸드는 네이버 생성형 AI '하이퍼클로바X'를 활용한 영양상담 솔루션 '그리팅X'를 지난해부터 도입 중이다. 단체급식 고객사 임직원의 영양상담을 진행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식단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이외에도 hy는 AI기반 건강기능식품 추천 서비스를 운영 중이고, 농심·오뚜기 등의 업체도 AI 시스템을 적용한 스마트 공장을 운영 중이다.

하이트진로는 사업장의 지게차 충돌 방지를 위한 AI 안전장치를 도입했다.

AI를 활용하면 식품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해 단순 노동을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 고객 데이터를 활용하면 서비스의 질 또한 높일 수 있다. 생성형 AI는 이같은 대응을 더욱 원활하게 해준다.

정육각·초록마을은 자체 AI '아서'를 통해 대화형 AI 챗봇을 선보였다. 이 챗봇은 최대 20번 대화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성됐다.

초록마을은 고객리뷰 작성을 AI가 돕는 서비스도를 선보일 예정이다. 아서는 정육각과 초록마을 사업영역에서 인공지능이 활용되는 모든 서비스 기술 기능을 의인화한 개념이다. 사용자와 AI 사이에서 해설사 역할을 한다.

박준태 정육각·초록마을 CTO는 "단순 반복 작업은 아서에게 손쉽게 맡기고, 팀원들은 인공지능이 할 수 없는 깊은 이해와 넓은 통찰, 창의성이 필요한 업무에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편의점 이마트24는 경영주의 업무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AI상품추천 서비스'를 도입했다. AI상품추천 서비스는 해당 점포와 유사한 점포를 AI알고리즘으로 찾고, 해당 점포에서는 판매하지 않지만, 유사점포에서 판매량이 높은 상품(담배·서비스 상품 제외)을 추천해주는 서비스다.

유통업계는 AI활용이 높아지면서 '데이터 분석 전문인력' 유치에도 힘을 쏟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데이터 분석 아카데미'를 통해 2019년부터 지금까지 총 74명 데이터 분석 전문인재를 배출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존의 식품·유통 업계와는 기술의 거리가 멀어 현장에서는 어색한 감이 있지만, 적극적인 도입 필요성에는 모두 공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앞으로 AI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봤다.

["성큼 다가온 AX(AI 전환) 시대" 연재기사]

정석용 기자 syjung@naeil.com
정석용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