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감사 인력 확대 추진 … '감사보조자' 도입 검토

2024-01-24 11:11:51 게재

단순업무에 비회계사 투입해 인력 부족 지원

IT전문인력 등 보조자 업무영역 확대 주장도

사회 전반적으로 회계투명성 강화의 필요성이 커지면서 회계감사 인력을 확대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회계개혁 이후 공인회계사 부족 사태를 겪던 회계업계에서 비회계사를 감사보조자로 활용하자는 제안과 논의가 이어져온 가운데 금융당국이 감사보조자 제도 도입을 검토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는 올해 회계분야 주요 업무 추진계획으로 '외부감사의 품질 개선을 통해 기업의 회계투명성 향상, 기업이 필요한 회계전문인력 공급 확대 등을 통한 기업경쟁력 제고'를 명시했다.

24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회계전문인력 공급 확대 방향은 크게 두 가지다. 공인회계사 선발 인원을 늘리는 방안과 함께 회계사가 아닌 사람도 외부감사의 보조자로 포함시켜서 감사업무 수행의 인력 범위를 확대하는 내용이다.

금융위는 지난해 11월 공인회계사 자격제도심의위원회를 열고 2024년 공인회계사 최소선발예정인원을 1250명으로 결정했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1100명을 유지해온 최소선발예정인원을 늘린 것이다. 금융위는 "회계법인 뿐만 아니라, 비회계법인 수요도 감안했다"며 "비회계법인은 여전히 공인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만큼, 적극적인 공인회계사 공급 확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회계사 증원에 그치지 않고 외부감사 현장에서 비회계사인 감사보조자를 활용할 경우 단순 반복 업무에서 벗어난 회계사들이 보다 핵심적인 감사업무에 집중해서 효율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회계업계에서는 표준감사시간제 도입 당시 감사시간 급증에 따른 회계감사 인력부족을 우려해 회계사가 아닌 사람도 감사보조자로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대형회계법인들은 회계사들이 단순 업무에 투입되는 시간을 줄여서 자료를 분석하고 평가하는데 역량을 투입하면 감사품질을 높이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중경 전 공인회계사회 회장도 회계개혁에 따른 회계사 증원 필요성이 커질 당시에 "감사 업무에는 채권 조회 등 단순 업무도 상당하다"며 "공인회계사회 1차 시험 합격자만 해도 상당한 회계 역량을 갖춘 것으로 볼 수 있는 만큼 보조자 역할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위는 감사보조자의 도입 필요성 여부를 검토한 후에 외부감사 활용시 감사보조자의 요건과 역할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을 마련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말 국회를 통과한 개정 공인회계사법은 회계법인의 이사가 아닌 소속 공인회계사도 업무 보조자가 아닌 업무 수행자로 하는 내용이 담겼다. 그전까지 회계법인 이사가 아닌 공인회계사는 감사보조자 역할로 법에 명시돼 있었다. 일반 회계사들이 감사보조자에서 벗어난 만큼 비회계사를 감사보조자로 명시하는 법개정이 가능해졌다.

회계업계 일각에서는 IT기술이 발전하면서 '로보틱 프로세스 자동화(RPA) 플랫폼' 도입으로 외부감사에서 별도 인력의 투입 없이 단순 반복업무를 어느 정도 해소할 수 있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외부감사에서 회계사는 기업의 매출채권의 허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거래처의 사업자등록부터 관련 자료를 국세청 등 공개된 사이트를 통해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하지만 기업의 필요한 데이터를 자동으로 수집하고 입력하는 RPA플랫폼을 이용하면 업무시간을 크게 단축할 수 있다. 지난해 중견·중소회계법인들이 도입한 RPA플랫폼은 회계사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따라서 감사보조자 제도를 도입할 경우 활용 영역을 기술적 대체가 가능한 단순 반복업무에 국한하지 말고 영역을 보다 확대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기업들의 자료가 모두 디지털화되면서 IT감사의 중요성이 계속 커지고 있다"며 "회계감사에서 IT전문인력 투입이 필요하지만, 회계사가 아닌 경우 감사시간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T전문지식까지 겸비한 회계사는 극소수에 불과해서 IT전문인력 등을 감사보조자로 인정해주는 게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부감사에서 디지털 감사기술의 활용 비중이 커지면 회계사들이 적게 투입돼도 감사효율성은 높아질 수 있다. 회계업계의 회계사 부족 현상이 완화되면 회계사 채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과 공공기관 등에도 회계전문인력 공급의 물꼬가 트일 전망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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