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융투자업계 '성과 만능주의' 만연, 구조적 문제"

2024-01-24 11:11:51 게재

'내부통제 실패' 경영진 책임 시사 … 부동산PF 리스크관리 책임도 강조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증권회사 대표들이 모인 자리에서 금융투자업계의 부동산PF 리스크관리와 최근 사익추구 사건으로 드러난 증권사의 내부통제 실패에 대해 엄중 경고했다.

24일 서울 여의도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금융위원회·금융감독원·증권업계 간담회에서 이 원장은 "최근 검사 결과 다수의 금융투자 회사에서 다양한 형태의 불건전 영업행위와 사익추구 행위가 지적됐다"며 "성과 만능주의가 금융투자업계 전반에 만연함에 따른 구조적인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부통제의 최종 책임자인 CEO가 이 같은 인식을 공유해서 준법·리스크·감사 등 내부통제 조직이 실효성 있게 작동할 수 있도록 인적·물적 자원을 확충하고, 위법행위 임직원에 대해서는 온정주의를 타파하고 징계, 구상권 행사 등 단호하게 대응하여 줄 것을 당부했다. 내부통제 실패에 따른 CEO 책임을 시사한 것이다.

그는 "이러한 불법행위에 대해 신분상 불이익은 물론 획득한 수익 이상의 금전 제재가 부과되고, 사업상 제약이 가해지도록 하는 등 강력하게 조치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날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언급했던 금융회사의 부동산PF 리스크 관리를 다시 한번 강하게 언급했다. 이 원장은 "단기적인 이익목표에 연연해 PF 예상손실을 느슨하게 인식하는 잘못된 행태에 대해서는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리스크관리보다 단기적인 이익창출을 우선시하는 금투업계의 성향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체질 개선도 필요하다"며 "성과보수 체계를 금융회사의 장기성과와 연동할 수 있도록 정비하고 부동산PF 쏠림, 과도한 단기자금 의존 등과 같이 리스크 관리의 기본이 망각되는 일이 없도록 CEO가 직접 챙겨주시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은 또 "최근 몇몇 사례와 같이 일부 회사의 리스크관리 실패로 인해 금융시장에 충격요인으로 작용할 경우에는 해당 증권사와 경영진에 대해 엄중하고 합당한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이 자리에서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경고했다.

이날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17일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금융)에서 밝힌 국민 자산형성의 사다리로서 자본시장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 자산형성 지원에 보다 직접적으로 초점을 둔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며 "정부는 관계부처 간 긴밀한 협의 하에 증시 수요기반 유지·확충을 위한 세제개편과 함께, 소액주주 권익 개선을 위한 상법 개정, 지배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확대 방지를 위한 자사주 제도개선 등을 차질없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그는 "혁신기업과 국민 자산형성 지원 강화를 위한 자본시장 체질 개선에는 증권사의 역할이 중요하다"며 "증권사들이 위탁매매, 부동산 중심의 영업관행에서 벗어나 '종합 기업금융 서비스 제공기관'으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달라"고 주문했다.

증권사와 금융투자협회는 "고객 맞춤형 자산관리·신탁 서비스 강화, 국민들이 안심하고 장기투자할 수 있는 상품 개발 등 업계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과제를 발굴·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일부 증권사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제도 개선에 발맞춰 신규 고객에 대한 수수료를 감면하는 방안도 검토·추진하겠다고 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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