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법인세 24조·소득세 15조 감소할 때 근로소득세만 1.2조 늘어

2024-01-26 11:04:14 게재

감세정책 →재정악화·복지축소 →중산층·저소득층 사실상 증세

정부 "내수·투자 늘려 경기활성화" … "감세로는 경제 못살려"

"부자감세 정책, 저성장·양극화 더 악화" 경제정책기조 바꿔야

최근 잇달아 발표되고 있는 정부의 감세정책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과 고액자산가를 주대상으로 한 감세정책이 저성장과 양극화로 귀결될 것이란 지적이다. 감세정책이 국가재정 악화와 복지 축소로 이어져 저소득층의 삶은 더 어렵게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정부는 감세정책이 내수와 투자를 유도, 경기 선순환의 촉진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부자감세 기조는 민간투자와 소비수요 개선에 영향을 주지 못했다는 것이 역대정부의 경험"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문제에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하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은 '사회적 재난'임에도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자영업계는 "소비 부진으로 코로나19때 보다 장사가 안 된다"면서 소비 활성화 대책이 절실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정부. 구조적 문제 외면" = 26일 참여연대 등에 따르면 조세재정개혁센터가 전날 개최한 '서민 허리 휘는 윤석열표 줄푸세, 민생위기 진단과 대책 마련을 위한 긴급좌담회'에서 이같은 분석이 이어졌다. 참석 전문가들은 "윤석열정부가 저출생·기후위기 등 구조적 문제에 대한 실효성 있는 해법은커녕 대출 확대와 감세 등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 불평등·양극화와 구조적 리스크가 심화될 우려가 큰 상황"이라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발제에 나선 정세은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가 최근 발표한 경제정책 방향에서 민생을 위한 구체적인 정책은 부족한 반면 감세와 규제완화를 통해 기업에게 혜택을 주는 정책들만 보인다"면서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오로지 수출 대기업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데, 양극화 구조의 개선 없이는 한국 경제가 저성장과 저출산의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없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2024년 경제정책방향 설명하는 최상목 부총리 |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전병극 문화체육관광부 1차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최상목 경제부총리,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정부가 물가관리 대응 예산을 10조8000억원 편성하는 등 민생 대책을 내놨지만 고물가 등에 따른 소비 부진으로 저임금노동자와 영세자영업자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만큼 "충분한 민생경제 회복대책이 되기 역부족"이라는 것이다. 정 교수는 "현 정부의 감세와 규제완화 정책은 건전재정 정책과 결합해 재정지출과 복지지출을 약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올해 예산도 매우 긴축적으로 편성되면서 충분한 민생경제 회복대책이 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했다.

◆결국 미래세대가 부담 = 부자감세가 대기업·고액자산가에게는 혜택을, 중산층과 서민에겐 '증세'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신승근 한국공학대 복지행정학과 교수는 "부자감세 정책은 지속적인 세수감소로 이어져 중산층, 나아가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귀착된다"면서 "정부의 재정건전성 정책은 허구"라고 비판했다.

감세정책이 내수를 촉진하고 일자리도 늘릴 것이란 정부 주장을 반박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그는 "정부의 감세정책으로 2023년 법인세는 24조원, 양도소득세는 14조8000억원이 감소한 반면 근로소득세는 1조2000억원이 증가했다"고 지적했다. '부자 감세→서민·중산층 증세'의 악순환이 이미 시작됐다는 것이다.

또 신 교수는 "부자감세 기조가 민간의 투자와 소비수요 개선에 아무런 영향을 미치지 못하는 결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낙수효과는 2014년 박근혜정부 최경환 경제팀에서 실패했다고 인정한 정책 기조"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증세없는 복지'를 공언한 박근혜정부 경제정책은 결국 역진적인 조세인 담뱃세 증세로 귀결됐다는 것이다.

신 교수는 "부자감세는 중산층 증세로 귀착될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간부문의 유효 수요와 경제기반 확충을 위해서는 감세가 아닌 재정지출 확대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세피해자엔 사적계약이라더니 = 정부가 지난 10일 내놓은 주거·부동산 대책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위기에 빠진 건설사를 금융 지원으로 우선 살리고, 미래 먹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주택시장을 기형적인 공사판, 투기판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악성 미분양 증가, 부동산 PF 사업 중단 등에 따른 토지·주택의 할인 매각 및 구조조정은 무주택자가 '내 집'을 마련할 기회로 이어질 수 있음에도 정부가 각종 금융지원으로 좀비 기업을 양산, 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임 교수는 "재건축·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초기 사업비 융자, 보증 확대, 재건축 부담금 완화는 부동산 소유자의 이익을 위해 공공이 지원하는 정책"이라면서 "높은 집값으로 고통 받고 있는 무주택 서민이나 청년 세대를 위해 저렴한 양질의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정책은 찾을 수 없다"고 비판했다.

한편 이날 좌담회에는 전세사기 피해자와 자영업자 대표도 참석해 정부의 정책 마련을 촉구했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 공동위원장은 "전세사기는 정부 제도의 결함과 공공기관의 책임 의식 결여, 제어되지 않은 인간의 탐욕이 빚어낸 사회적 재난의 결과"라면서 "그러나 지금까지도 마땅히 있어야 할 예방과 구제책은 나오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안 위원장은 "피해자들은 보증금 회복 방안인 '선구제 후구상권 청구'를 요구했지만, 정부는 '사적인 계약에 공적자금을 투입할 수 없다'고 외면했다"면서 "하지만 정부는 부동산PF에 25조원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겠다고 한다. 정말 민생에 관심이 있는 정부인지 되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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