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잔류' … 아쉬울 이(이준석), 각세울 윤(윤석열), 고민될 한(한동훈)

2024-01-29 11:59:30 게재

"모시고 싶은 마음 굴뚝" 이준석 아쉬움

'무속 논란' 충돌 윤 대통령, 대립각 지속

차기경쟁 유력한 한 위원장에게는 '숙제'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8일 SNS를 통해 "당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을 탈당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현수막 거는 이준석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이 지난 26일 국회 앞 가로수에 정당 정책 홍보 현수막을 걸고 있다. 연합뉴스 신준희 기자


유 전 의원의 결정을 놓고 여권 안팎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온다. 대선 경선에서 맞붙었던 윤석열 대통령과 차기대선에서 경쟁할 가능성이 높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 제3지대에서 손잡을 가능성이 점쳐졌던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이 제각각 다른 반응을 보였을 것이란 관측이다.

29일 정치권 취재를 종합해보면, 이 대표는 아쉬움이 짙을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 24일 TV조선 유튜브에 출연, 유 전 의원을 향해 "모시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다"고 말했다. 조만간 합류 요청을 할 계획임을 공개한 것이다. 이 대표 본인을 빼고는 '당의 얼굴'로 내세울만한 거물이 없는 개혁신당 입장에서는 대선주자급인 유 전 의원의 존재감이 아쉬운 처지였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이 '당 잔류'를 선언하면서 이 대표로선 유 전 의원을 영입할 길이 막혔다. '이준석 원톱'으로 총선을 치러야할 처지에 내몰리고 있다.

입장하는 윤석열 |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6일 대통령실에서 열린 재외공관장 신임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진성철 기자


윤 대통령은 대선 경선 당시 유 전 의원과 '무속 논란'을 놓고 날카롭게 맞섰다. 윤 대통령은 유 전 의원의 '무속 주장'에 감정이 많이 상했다는 전언이다. 대선 직후 실시된 지방선거에서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경선에 나서자, 윤 대통령은 자신의 측근을 내보내 유 전 의원의 앞길을 막을 정도였다.

유 전 의원은 이후 윤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겨냥한 쓴소리를 쏟아냈다. 양측의 감정이 계속 악화됐을 것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유 전 의원은 28일 "이 당은 특정인의 사당이 아니다" "오랜 시간 인내해왔고 앞으로도 인내할 것"이라며 윤 대통령과의 대립각을 이어갈 뜻임을 내비쳤다.

생각에 잠긴 한동훈 | 국민의힘 한동훈 비대위원장이 지난 24일 열린 대학생 현장간담회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연합뉴스 한종찬 기자

여권 일각에서는 유 전 의원을 선대위원장 임명 또는 수도권 공천을 통해 전면에 복귀시키자는 의견을 내놓지만, 윤 대통령이 이를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가 안됐을 것이란 관측이다. 한 비대위원장이 '윤심'을 거슬러 유 전 의원을 발탁할 가능성은 남아있다.

한 비대위원장은 유 전 의원과 차기대선을 염두에 둔 잠재적 경쟁자로 꼽힌다. 한 비대위원장은 2027년 대선에서 여당 후보로 도전하는 시나리오가 점쳐진다. 2017년과 2022년 대선에 도전했던 유 전 의원은 2027년 대선 3수 도전 가능성이 남아있다. 한 비대위원장과 유 전 의원이 대선 경쟁자로 맞설 수 있다는 얘기다.

한 비대위원장으로선 총선 승리를 위해 유 전 의원의 중용 여부를 고민해야할 처지지만, 자칫 유 전 의원이 총선에서 정치적 부활에 성공할 경우 차기대선 경쟁자를 자신이 키워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맞을 수도 있다. 한 비대위원장 손에는 '유승민 중용'이라는 풀기 어려운 숙제가 남겨진 것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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