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IT발전으로 일자리 지각변동

2024-01-29 11:36:06 게재

산업구조 변화, 매장직원 일자리 잃어 … 물류센터 택배 남성중심 일자리 늘어

IT기술 발전으로 대표적인 인력사업인 유통가에 인력 지각변동이 일고 있다. 유통 매장내 인력이 사라지고 키오스크나 서빙로봇이 등 IT기술이 노동을 대신하고 있다. 또 인터넷 모바일 쇼핑이 크게 성장하면서 오프라인 매장이 줄면서 이와 관련된 일자리도 줄었다. 물류센터나 배달업종은 크게 성장했다.

프로야구 야구장 창원NC파크에서 관중에게 음식을 가져다 주고 있는 배민 서빙로봇. 사진 배달의 민족 제공


2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2020년부터 3년여 간 코로나19 팬데믹이 기폭제로 작용해 유통산업 구조를 더 뒤흔들었다. 산업통상자원부 지난해 11월 주요 유통업체 매출 분석을 보면 온라인 비중이 53.7%를 차지했고 대형마트(17.3%) 편의점(15.3%) 백화점(11.4%) 기업형 슈퍼마켓(SSM·2.4%) 등 순으로 나타났다.

오프라인 매장 근무 직원은 줄어들고 이커머스·물류업계 인력은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산업 인력 재배치는 전 세계, 전 산업에서 동시에 일어나고 있는 시대적인 흐름이라는 점에서 국가적인 차원의 대책이 불가피하다고 본다. 기존 인력을 전환 배치할 일자리를 연결해주거나 새로운 분야 교육을 지원하고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대형마트가 전국 곳곳에 점포를 늘리던 시절에는 그만큼 신규 일자리도 대거 창출됐다.

특히 '마트 캐셔'는 육아로 인한 경력 단절 등 전문성이 없는 30대 이상 여성들이 주거지 근처에서 돈을 벌 수 있는 '반가운 일자리'였다. 그러나 IT 발전과 코로나 사태로 고객이 온라인 쇼핑으로 눈을 돌리고 비대면 자동화시스템이 확산하면서 점차 설 자리가 좁아지게 됐다.

기업별 점포수(직원수)를 보면 롯데마트는 2019년 6월말 125개(직원 1만3000명)에서 지난해 6월말 111개(1만900명)로, 홈플러스는 140개(2만3000명)에서 131개(2만명)로 각각 줄었다. 이마트 역시 158개(2만5000여명)에서 154개(2만3000여명)로 감소했다.

이들 대형마트는 매장을 폐점하면서 인력을 해고하지 않았으나 재배치 등과 맞물려 퇴사자가 발생했고 신규 채용이 줄고 정년 퇴직자가 증가하면서 직원이 '자연 감소'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화장품 업계에서도 로드샵이 대폭 감소하면서 인력도 축소됐다. 이니스프리 가맹·직영점수는 2020년 657개에서 2022년 434개로 줄었다. 미샤 매장은 407개에서 296개로, 에뛰드는 174개에서 79개로 각각 감소했다. 헬스앤뷰티(H&B) 업계에선 랄라블라가 완전히 철수했고 롭스도 100여개에 이르던 가두점을 정리했다.

일자리 변화는 셀프계산대 키오스크 서빙로봇 등 자동화 시스템이 보급되면서 더 심화했다.

롯데마트는 셀프 계산대를 현재 110개 점에 1000여대로 늘렸다. 이마트도 149개 매장(96%)에 설치했고, 홈플러스는 90여개 매장에 500여대를 운영 중이다.

편의점 업계는 24시간 내내 계산원이 없는 '완전 무인 매장'과 야간에만 무인으로 운영하는 '하이브리드 매장'을 늘리고 있다.

산업계 인력 조정 움직임으로 대형마트와 편의점, 화장품 로드샵 등 유통가에선 저숙련 여성 근로자가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다. 이마트 여직원은 2019년 6월말 1만6000여명에서 지난해 6월말 1만4000여명으로 2473명(15%) 감소했다. 같은 기간 롯데마트 여직원도 1893명(20%) 줄었다.

국민연금관리공단 자료에 따르면 성장기업인 쿠팡 직고용 직원 수(계열사 포함)는 2017년 1만3000여명에서 지난해 9월 기준 6만8000여명으로 늘어났지만, 대다수 물류센터·배달·택배 등에 배치된 젊은 인력으로 이들 마트 직원과 다르다.

조혁진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유통가 산업구조 변화로 일자리를 잃는 사람이 있지만 다른 쪽에서는 근로자가 부족하다고 아우성친다"며 "양쪽을 적절히 이어주고 배치하는 '연결 메커니즘'과 새기술을 가르쳐줄 교육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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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석용 기자 · 연합뉴스 syju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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