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

원청 산재예방 역량, 사내에서 사외·지역으로 확산

2024-01-31 11:47:19 게재

'2023년 상생협력사업' 참여업체 사망사고만인율 최근 3년 전보다 69%나 줄어 … 만족도도 90점으로 높아

2022년 1월 27일부터 시행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중대재해법)은 50인 이상 사업장(건설업은 공사금액 50억원 이상)에서 근로자 사망 등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고예방 의무를 다하지 않은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정하고 있다.
다만 50인 미만(5~49인) 중소사업장의 경우 준비 부족과 영세 사업장 부담 등을 고려해 적용 시기를 2년 유예했다. 27일부터는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중대재해법이 적용되고 있다.
우리나라 대·중소기업 간 산재 사고사망자수의 격차는 심각한 수준이다. 고용노동부 2022년 산업재해통계의 전 업종(건설업 제외) 규모별 사고사망만인율(근로자 1만명 당 산재사고 사망자 수)을 보면 300인 이상 대기업은 0.09인 반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은 0.36으로 대기업의 4배나 된다.
또 고용부의 2021년 원·하청 통합산재관리제도 적용대상(원청 기준 500인 이상 제조업 등 4개 고위험업종) 통계에 따르면 하청업체 사고사망만인율이 0.29로 원청업체(0.19)의 1.5배에 달한다.
대기업의 중·소기업 협력업체는 유해하거나 위험한 작업을 수행하는 경우가 많음에도 안전에 대한 투자와 여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산업재해에 쉽게 노출돼있다.
정부는 이러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안전보건 수준 격차를 완화하고 중소기업의 중대재해를 줄이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벌이고 있다. 고용부와 산업안전보건공단(공단)은 모기업(원청)이 협력업체 안전보건을 지원하던 '안전보건 공생협력 프로그램'을 지난해부터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상생협력사업)으로 확대·개편했다.

대한항공씨앤디서비스는 2023년 고용부와 안전보건공단의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상생협력사업)을 신청하고 우선 김포·인천기내식센터, 기내판매사업소 등 3곳 사업장에서 10개 협력업체(사내 9개, 사외 1개)가 참여했다.


상생협력사업은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을 높이기 위해 중소협력사의 위험성평가 및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이행을 지원하는 제도다. 모기업(원청)에서 협력업체와 지역 중소기업에 안전보건 컨설팅, 교육, 캠페인, 보호구 등을 지원·투자하고, 정부는 기술·재정지원을 통해 모기업과 중소기업의 노력을 뒷받침한다.

대상은 100인 이상 모기업(건설업 제외)이 사내·외 협력업체 및 모기업과 거래 관계가 없는 지역 중소기업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자율적인 안전보건 상생협력 활동을 계획하고 신청하는 방식이다.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위험성평가나 안전보건관리체계구축 컨설팅, 안전보건활동 등 다양한 상생협력 활동의 소요 비용을 모기업과 정부가 50: 50으로 매칭 분담해 지원한다. 협력업체와 지역중소기업은 비용부담이 없다.

올해부터는 정부가 협력 형태에 따라 최대 2억원까지 사내협력업체에는 50%, 사외 협력업체와 지역 중소기업에는 70%로 차등해 매칭 분담 지원한다. 역량있는 모기업의 안전보건 상생협력 활동을 통해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을 향상하기 위함이다.

◆모기업 329곳 참여, 협력사 3844곳 혜택 = 지난해 정부는 상생협력사업에 99억1000만원의 예산을 투입했다. 당초 목표인 모기업 300곳보다 많은 329곳이 참여했고 협력업체 3844곳이 함께 했다. 협력 형태는 사내 74.8%, 사외협력업체·지역 중소기업은 25.2%였다.

상생협력사업 참여기업에게는 그 기간 동안 기술보증기금 보증 등 여신 혜택,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 정책자금 지원평가 시 기술성 평가 점수 우대 및 지원한도 상향 등의 혜택이 부여되고, 우수기업에는 동반성장지수 평가 가점, 정부 포상과 공단 재정지원사업 등에 우대한다. 지난해 상생협력사업 우수기업으로 66곳이 선정됐다.

우수사례로 한국지엠은 최고전략책임자(CSO)를 단장으로 상생협력사업 전담조직을 운영했다. 협력업체 인프라 구축을 위해 위험성평가,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을 코칭하고 안전제안(ESCP)제도, 안전핫라인 운영 프로세스 제도, 근로자 의견 청취제도를 수립했다. 또한 200여곳 사외 협력업체와 안전보건심포지엄을 열기도 했다.

작업자가 Speed Door 닫히는 시간을 인지하지 못하면 충돌 위험이 발생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해 Speed Door 하강 잔여시간을 위쪽에 큰화면으로 불 수 있도록 개선했다. 사진 대한항공C&D 제공

부산항만공사는 부산항시설관리센터 등 사외협력업체 3곳을 대상으로 안전·보건 역량강화를 지원했다. 안전관리 전문기관을 통해 위험성평가 기법, 사업장의 폭발위험장소 구분 및 개선대책 제시 등의 안전보건 컨설팅 및 인식개선 교육을 협력업체별로 진행했다. 협력업체 작업중지권에 따른 손실보상제도와 지역중소기업 등 안전보건 지원제도를 운영했다.

◆사고사망자 전년대비 5명에서 3명으로 = '대·중소기업 안전보건 상생협력사업'의 효과는 즉각적이었다. 상생협력사업 참여업체들의 산재 사고사망자 수는 2022년 11월 5명에서 지난해 11월 3명으로 크게 줄었다. 사망사고만인율로는 같은 기간 0.15에서 0.09로 40.0%나 줄었다.

참여업체의 만족도도 높았다. 안전보건공단이 외부 용역기관에 의뢰해 지난해 9월 11일부터 11월 6일까지 모기업별 협력업체 723곳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구글폼)조사한 결과 종합만족도가 89.8점으로 나타났다. 협력형태별로는 지역중소기업이 92.0점으로 가장 높았고 사내협력업체 89.8점, 사외협력업체 89.7점 순이었다.

류경희 고용부 산업안전보건본부장은 "중대재해 감축을 위해선 중소기업의 안전보건 역량 향상이 무엇보다 중요하지만 인력 및 투자 여력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기업이 상생협력 활동을 통해 안전보건 지식·기술을 적극 투자하고, 중소기업은 위험성평가 및 안전보건관리체계를 효과적으로 이행하는 기회로 활용하며, 정부는 현장에서 위험성평가 중심의 우수 상생협력 활동이 활성화되도록 지원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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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사진 한남진 기자 njha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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