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IU, 변호사·회계사에 ‘자금세탁방지’ 협조 요청

2024-02-13 13:00:02 게재

변협·회계사회 내규 통한 자율규제 추진

강한 반발 고려해 단계적 제도화 나서기로

국제기구 평가에서 지적받았지만 개선 못해

금융당국이 자금세탁방지(AML) 의무를 변호사·회계사 등 특정비금융사업자로 확대하는 방안을 단계적으로 추진한다.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지난 2012년 금융회사에 부과되고 있는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변호사, 회계사 등 비금융전문직 사업자에게도 부과하도록 권고했다. 국내에서는 2017년 관련 특정금융정보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국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변호사 업계의 강한 반발로 관련 법안은 국회 임기 만료(2020년 5월)와 함께 폐기 됐다.

13일 금융정보분석원(FIU) 관계자는 “최근 변호사협회, 회계사회 등과 자금세탁방지 의무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협조를 요청했다”며 “법적으로 의무화하는 것에 대한 업계의 반발 등을 고려해서 협회의 자율규제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FIU는 올해 업무계획을 통해 법률·회계 등 서비스 제공과정에서 자금세탁위험을 포착·예방하기 위해 변호사, 회계사 등 전문직에게 ‘선 자발적 협조, 후 제도화’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자발적 협조는 대한변호사협회와 한국공인회계사회 등이 내부 규정에 ‘자금세탁방지 의무’를 명시하고 협회 차원에서 자율규제를 실시하는 방식이다. 금융당국은 자율규제에 이어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단계적 제도화를 고려하고 있다.

FATF 국제기준에서 특정비금융업자 범위는 변호사, 회계사, 공증인, 부동산중개인, 귀금속상 등이다. 이들에게도 업무특성상 자금세탁방지를 위해 △고객 및 고객의 실소유자의 신원을 확인·검증 △자금세탁 의심행위에 대해 보고의무 △의무 이행 여부를 지정된 감독기관이 감독하는 등의 의무를 부과하도록 했다.

이미 FATF 정회원국 37개국 중 20개국이 이 같은 국제기준을 이행하고 있다. FATF는 지난 2020년 한국에 대한 국제기준 이행 평가(제4차 상호평가)에서 특정비금융업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과를 최우선 과제로 지적했다. 상호평가를 받은 국가들은 3단계로 분류되는데, 한국은 가장 높은 평가인 1단계(정규 후속점검)에 못 미치는 2단계(강화된 후속점검)에 머물고 있다.

FATF의 상호평가는 통상 7~8년 주기마다 시행된다. 한국에 대한 최근 평가가 2019년에 실시돼 2020년에 결과가 발표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오는 2026년 평가가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상호평가 결과는 해당 국가의 금융·사법 시스템의 투명성 척도로 신용평가 기관 등에 의해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으며 금융기관들의 환거래 개설(신용장 개설, 무역대금결제 등)과 이와 관련된 수수료 등 금융비용 결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FIU 관계자는 “미흡하다고 평가받은 항목에서 변호사·회계사 등에 대한 자금세탁방지 의무 부분의 배점이 큰 만큼, 제도적인 보완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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