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손실 갈수록 커져 … 배상기준안 쟁점

2024-02-13 13:00:03 게재

‘적합성원칙·설명의무’ 위반

금감원, 검사·기준안 마련 병행

홍콩H지수 연계 ELS(주가연계증권)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5대 은행에서 만기가 도래한 ELS 상품의 손실 규모가 5000억원을 넘어섰다.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 올 한해 15조4000억원의 H지수 ELS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어서 평균 손실률이 50%에 달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원 이상 될 것으로 보인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판매한 홍콩H지수 ELS 상품 중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만기가 도래한 9733억원 중 고객이 돌려받은 금액은 4512억원으로 집계됐다. 평균 손실률은 53.6%다.

투자자들의 반발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금융회사들의 불완전판매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16일부터 2차 현장 검사에 돌입한다. 금감원은 1차 검사에서 은행들이 고령층의 노후 보장용 자금이나 암보험금에 대해 투자를 권유했고, 증권사들은 창구에서 설명 녹취 의무를 피하기 위해 휴대전화로 온라인 판매를 한 것처럼 가입을 권유하는 등 다수의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했다.

고령층의 노후 대비 자금을 ELS와 같은 고위험·고수익 파생금융상품 등에 투자하도록 금융회사가 권유할 경우 불완전판매 유형 중 하나인 ‘적합성 원칙 위반’에 해당할 수 있다.

적합성 원칙은 금융회사가 파악한 투자자 특성(투자목적·재산상태·투자경험 등)에 적합하게 투자를 권유할 의무 또는 부적합한 투자의 권유를 금지하는 것을 말한다.

또 금융회사가 ELS 판매 과정에서 손실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거나 위험성이 거의 없다고 가입을 유도했다면 설명의무 위반이나 부당 권유 유형의 불완전 판매에 해당할 수 있다. 금감원 검사는 이 같은 불완전판매 사례를 확인하는 동시에 금융회사 본점 차원의 내부통제가 제대로 작동했는지 여부를 가려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금감원은 현장 검사와 동시에 금융소비자보호처에서 여러 가지 시나리오를 토대로 배상 기준안(책임 분담 기준안)을 검토하고 있다.

ELS를 판매한 금융회사 중에서는 은행권이 먼저 자율배상안을 내놓을 전망이다. 다만 당국의 책임 분담 기준안이 어느 정도 윤곽을 갖춰야지만 유사한 형태의 자율배상안이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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