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 3단계 분류, ‘금리인하·재기지원’ 4월부터 시행

2024-02-15 13:00:01 게재

경영 정상화 위한 기업 맞춤형 지원방안 마련

신규 사업 진출, 사업구조 전환 등에 자금 공급

반도체·이차전지 등 주력산업에 15조 이상 투입

정부와 금융회사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에 대해 민관합동으로 맞춤형 지원방안을 마련했다. 방향은 크게 2가지다. 투자 확대를 통한 기업 경쟁력 강화와 구조조정, 금리부담 완화 등 재무건전성 지원을 통한 경영정상화다. 정책지원의 사각지대였던 중견기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고,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유동성 지원과 부실징후기업에 대한 신속정상화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15일 오전 금융위원회는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은행장 및 정책금융기관장들이 참석한 가운데 간담회를 열고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주재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기업금융 지원프로그램은 처음으로 정부 부처간, 정부·정책금융기관·시중은행이 협업을 통해 기업의 맞춤형 수요를 촘촘하게 지원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매출하락한 정상 중소기업도 지원 = 이번 방안을 통해 기업에 투입될 지원 규모는 76조원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기존 정책에서 발표된 것과는 별개의 신규 자금”이라며 “은행권이 20조원을 지원하는 것은 상당한 규모”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은행권도 이번 방안에 적극 지원 의사를 밝혔으며 그 배경에는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위기의식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업 부실이 커지고 채무불이행 상황이 발생할 경우 은행들이 입게 될 손실도 커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경쟁력이 있는 중견·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 확대로 경영정상화가 이뤄질 경우 은행들의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금융당국은 경영상황에 따라 중소기업을 ‘정상기업, 유동성 부족, 부실기업’ 등 3단계로 분류했다. 정상기업은 정상경영 또는 일부 매출하락의 상황이지만 고금리·고물가로 인한 부담이 큰 만큼 금리인하 및 금리인하 특별프로그램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최근 매출하락 등을 경험하고 이자부담이 크지만 영업이익이 발생하는 정상기업을 대상으로 5대 은행과 기업은행이 각각 3조원, 2조원 등 5조원 규모로 금리인하에 나선다. 이들 기업이 보유한 대출금리 5.0% 초과 대출에 대해 1년간 금리를 5%(최대 2%p 한도)까지 감면해주기로 했다.

현재 보유 대출에 즉시 적용 또는 만기연장 시점에 적용이 가능하고 오는 4월 1일부터 신청에 따라 즉시 지원하기로 했다.

고금리 지속으로 이자상환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에 대해서는 2년간 가산금리를 일부 감면 및 유예하고 5년 이내 분할상환을 추진한다. 금융위는 “이자보상배율이 1미만으로 하락했으나 현금흐름이 양(+)이고 재무개선 가능성이 있는 정상기업에게 당장의 금리부담를 경감시키기 위한 것”이라며 “유예기간 동안 경영이 개선되면 금리 재산정 주기에 가산금리 인하도 기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높은 금융비용과 고물가로 어려움을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서는 우대조건 정책자금 11조3000억원이 지원된다. 원자재수급차질 피해 기업과 중장기 운전자금이 필요한 기업에 대한 장기자금지원, 소기업에 대한 특별지원 등이 이뤄진다.

유동성이 부족한 기업의 경우 은행권 공동으로 1조7000억원 규모의 신속지원 프로그램이 가동된다. 일시적 유동성 부족에 직면한 기업뿐만 아니라 일시적 위험에 직면할 것으로 예상되는 기업도 지원대상에 포함시켰다. 올해 신청한 기업들에게는 1년간 가산금리를 면제해 3%대 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부실징후 기업에 대해서는 구조조정 기업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정책펀드인 기업구조혁신펀드를 올해 1조원 추가 조성해 지원한다. 부실징후 기업 중 경영정상화가 가능한 기업에 대해서는 채무조정과 금리인하 기회 제공, 신규자금 공급이 추진된다.

회생과 신용회복지원 등으로 채무조정을 거쳐 채무 변제 중인 기업과, 신용등급 저하로 어려움을 겪는 기에 대해서는 재창업 지원 프로그램이 마련됐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신용회복절차를 1년 이상 성실히 이행하고 신용보증기금(신보)의 책임성실평가를 통과하는 경우 재창업 보증을 제공하고, 기업을 성실하게 운영했지만 어쩔 수 없이 실패했다고 평가되는 경우 신보가 재창업 자금을 지원하기로 했다.

오영주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추가 금융지원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에 마련된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이 중소기업에 큰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기업의 사업 재편, 첨단산업 지원 = 첨단산업 분야와 신사업 진출 등 기업의 사업구조 개편에도 지원이 강화된다.

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원전, 디스플레이 등 초격차 주력사업에 15조원이 투입된다. 산업은행은 고금리가 지속되는 점을 고려해 첨단산업 영위 기업에 대출금리를 최대 1.2%p 인하하고 지원 규모를 확대하기로 했다.

정부는 첨단전략산업의 대규모 자금수요에 대해 정책금융기관 및 민간금융회사 등이 함께 참여하는 프로젝트파이낸싱(PF)방식의 자금지원을 검토하기로 했다. 수요기업 등이 SPC를 설립하고 대주단은 SPC에 자금을 공급해 설비투자를 지원하는 방식이다. 수요기업이 일정한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 정책금융기관과 민간금융사 등이 함께 대주단으로 참여해 자금을 공급하게 된다.

신성장 분야에 신규진출하거나 투자를 확대하는 중견기업들을 대상으로는 민간은행 중심의 중견기업 전용 저금리 대출프로그램이 최초로 마련된다. 산업은행과 5대 은행이 각각 1조원씩 6조원 규모로 성장잠재력이 높은 9대 테마(시스템반도체, 경량화소재, 스마트팩토리 등) 284개 품목으로 구성된 혁신성장공동기준에 해당하는 품목 영위 기업을 지원한다.

기업의 설비투자와 R&D자금, 운영자금 등에 대해 업체당 최대 1500억원까지 1%p 금리를 우대하는 대출 지원 방식이다.

신사업에 진출하기 위해 사업구조 전환 및 사업 확대 등을 추진하는 중소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5대 은행의 우대금리 대출프로그램도 제공된다. 5대 은행이 1조원씩 총 5조원 규모로 중소기업에 대한 신규 설비자금 및 운영자금을 지원하고 최대 1%p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기로 했다.

금융위는 “정책금융기관의 프로그램 신설·확대로 가능한 상품은 즉시 공급해 기업의 금융애로를 해소하고 은행권의 협조가 필요한 신설 상품의 경우에도 신속하게 후속 조치를 수행해 기업에 필요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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