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은 오는데 소비자물가는 아직 한겨울, 3대 변수 들썩

2024-02-15 13:00:02 게재

정부·KDI는 “올해 물가 2%대” 전망했지만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에 국제유가 상승세

설 지났는데 과일값↑ … 먹거리물가 비상 버스·택시요금도 16년만에 가장 많이 올라

2년 연속 서민생활을 어렵게 했던 물가가 올해는 어떨지 관심이다. 소비자물가는 2022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인 5.1%가 급등했고 지난해에도 3.5%가 올랐다. 정부는 올해는 2% 중반대로 상승률이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새해 벽두부터 물가안정을 위협하는 3대 변수가 들썩이고 있다. 국제유가와 먹거리가격, 교통 등 공공요금이 그것이다. 국제유가는 물가 전반에 큰 영향을 준다. 먹거리가격과 교통요금은 서민생활과 직결된다.

15일 정부가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연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김병환 기재1차관은 “설 이후에도 과일과 일부 채소류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정부는 가격 불안품목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면서 물가안정 노력을 한층 강화해 나갈 방침”이라고 말했다.

물가관계차관회의 김병환 기획재정부 제1차관(가운데)이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37차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제10차 물가관계차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국제유가 다시 오름세 = 가장 큰 변수는 기름값이다. 연말연초 안정세를 보이던 국제유가는 이달 들어 상승세로 돌아섰다.

중동산 원유를 대표하는 두바이유는 80달러대로 재진입했다. 두바이유 가격은 이날 오전 9시 현재 배럴당 80.41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월 95달러를 돌파한 이후 지난해 12월 74달러대까지 하락하며 지난달까지 내림세를 유지했다.

중동 전쟁 확산과 미국의 원유 생산 감소 등이 국제유가 상승 전환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국제유가 상승에 따라 기름값 부담도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현재 전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1612원)은 리터당 1600원대를 넘어섰다. 한동안 1500원대이던 휘발유값이 두달 만에 다시 1600원대로 올라섰다. 경유가격도 올해 들어 처음으로 1500원대에 진입했다.

문제는 향후 추이다. 국제유가는 OPEC의 감산, 중동리스크 심화 등 영향에 지속 상승할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따라 정부가 유류세 인하를 연장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현행 유류세 한시 인하 조치는 오는 29일 종료된다. 현재 휘발유에는 25%, 경유와 LPG 부탄에 대해서는 37% 인하율이 적용되고 있다.

◆오르기만 하는 먹거리가격 = 설 명절이 지났지만 오히려 먹기리 물가는 다시 오름세다. 통상 설 성수기가 지나면 먹거리 물가는 안정세를 되찾았다.

기상악화에 따른 주요 산지의 작황난과 하우스 난방비 부담 확대 등이 장바구니 물가 상방 요인으로 지목된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식료품 물가는 1년 전보다 6.0% 상승했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 폭(2.8%)의 두 배가 넘는 수준이다.

과일은 최근 물가 상승 ‘주범’으로 지목되고 있다. 지난달 소비자물가에서 ‘과실’의 기여도는 0.4%p다. 2011년 1월(0.4%p) 이후, 13년 만의 최대치다. 지난달 설을 앞두고 차례상에 올라가는 사과(56.8%) 배(41.2%) 감(39.7%) 등 가격이 큰 폭으로 뛰었고, 겨울 과일로 꼽히는 귤(39.8%) 등 가격도 상승폭이 컸다.

과일 외 우유·치즈·계란(4.9%), 채소·해조(8.1%), 과자·빙과류·당류(5.8%) 등도 지난달 전체 물가상승률을 웃돌았다. 이에 따라 체감물가 지표인 ‘생활물가지수’는 3.4% 올랐다.

설 연휴 이후에도 과일을 필두로 한 농산물 가격은 급등세다. 사과와 배 가격은 설 연휴 이전보다 15% 가량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교통물가’ 비상 = 버스와 택시 등 교통물가 인상도 전체 물가를 압박하는 요인이다. 지난해의 경우 시내·시외버스 및 택시 등 도로 여객수송 물가가 16년 만에 가장 크게 올랐다.

정부는 올해 상반기까진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이어간단 방침이지만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지난해 운송서비스 물가지수는 107.34(2020년=100)로 1년 전보다 3.4% 상승했다. 연간 상승률 기준으로 2012년(6.4%) 이후 가장 큰 폭의 오름세다.

특히 시내·시외버스료와 택시료를 포함하는 도로 여객수송은 전년 대비 6.9% 오르면서 2007년(7.4%) 이후 16년 만에 가장 크게 늘었다. 시내버스료는 4.1%, 시외버스료는 6.7% 각각 올랐다. 택시료는 1년 전과 비교해 13.0% 급증했다. 지난해 2월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오른 영향이 컸다.

올해도 교통물가는 정부 기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심야시간대 시외·고속버스의 운임할증률을 20% 내에서 올릴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예고한 상태다. 총선 등을 고려해 이르면 5월에는 요금인상이 현실화될 수 있다.

◆정부 가격불안 품목 할인지원 = 이에 따라 정부는 다음 달까지 약 300억원의 예산을 투입해 농·축·수산물 할인지원을 이어간다. 이날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김병환 기재 1차관은 “추가 예산 투입을 통해 과일·오징어 등 불안 품목에 최대 40%~50% 할인을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서울정부청사에서 열린 비상경제차관회의 겸 물가관계차관회의에서 “설 이후에도 과일과 일부 채소류 가격 강세가 지속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김 차관은 “수산물 온누리상품권 환급행사도 전국 68개 전통시장에서 상반기 중 매월 개최할 계획”이라며 “대파 3000톤, 수입과일 30만톤 할당관세 물량도 시장에 신속히 도입되도록 하고, 배추·무는 8000톤을 추가 비축해 3~4월 수급 불안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고 말했다.

또 “연초 가격 조정이 많은 서비스 가격에 대해서는 물가관계차관회의를 통해 계속 점검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회의에서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 주요과제의 이행상황도 점검했다. 김 차관은 “단체관광 비자수수료 면제 국가를 1개국에서 6개국으로 확대했고, 인구소멸지역의 외국인 지역특화형 비자 쿼터를 작년보다 2배 이상 확대 했다”며 “소상공인 부담 경감을 위한 20만원의 전기요금 특별지원은 오는 21일 신청·접수를 시작해 3월초부터 지원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부가세 간이과세자 기준 상향을 위한 시행령 개정 절차는 2월말까지 완료한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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