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내부회계관리제도 5년간 유예, 회계개혁 후퇴 초래”

2024-02-16 13:00:31 게재

횡령사건 잇따라 … 감사인연합회 ‘제도개선’ 논의

“경영진 태도, 제도운영 성패 결정” 회사 책임 강조

금융사 내부통제 실패 … 영미 수준 높은 금전제재 제안

기업과 은행권의 잇따른 횡령 사건으로 내부통제 중요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회계개혁 이후 빈번하게 변화를 겪어온 내부회계관리제도(ICFR)에 대한 개선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가 지난해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 대한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시행을 5년간 유예하면서 회계업계의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감사인연합회(회장 김광윤)는 15일 ‘내부회계관리시스템 감사제도와 감사위원회 제도의 개선방안’을 주제로 감사인정책 세미나를 개최했다.

김광윤 회장은 이날 세미나에서 “2011년 국제회계기준 채택 이래 주재무제표인 연결재무제표를 뒷받침하는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를 자산 2조원 미만 기업들에 대해 5년간 유예함으로써 2017년 힘들게 확정한 회계제도개혁의 후퇴를 초래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최근 수년간 빈발한 회계·자금 부정사고를 계기로 지난해 12월말 개정된 상법 및 금융회사 지배구조법상 내부통제 강화방안을 보며 서로 상충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내부회계관리와 내부통제에 대한 개념 재정립과 향후 개선방향에 대한 검토 필요성을 느꼈다”고 말했다.

◆잇따른 제도 변경 = 정부는 2017년 10월 기업의 내부통제 실효성 강화를 위해 상장회사 내부회계관리제도의 인증수준을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했다. 검토는 회사의 자체점검 결과인 ‘운영실태보고서’를 외부 감사인이 검토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는 매출과 구매 등 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 자체(설계·운영)를 검증·감사하는 것이다.

자산 규모에 따라 단계적 시행을 예고했지만 자산 1000억원 미만 상장사에 대해 감사의무를 면제했으며, 이후 자산 2조원 미만 상장사에 대해 연결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의무를 5년간 유예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기업의 내부통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다. 내부회계관리제도는 내부통제제도의 ‘보고 목적’ 중 외부 공시 재무제표의 신뢰성을 목적으로 한다. 내부통제 운영 및 법규준수 목적이 '외부 보고 목적'과 연관될 경우도 관련 내부통제를 포괄한다. 또 자산의 보호와 부정방지 프로그램도 내부회계관리제도에 속한다.

주제 발표자로 나온 정남철 홍익대 경영대학 교수는 “국내 내부회계관리 감사제도의 실효적 운영을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경영진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태도에 따라 제도운영의 성패가 결정된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결과 비정적의견 비율은 2021년과 2022년 각각 0.7%, 2.7%에 그쳤다. 금감원은 “국내는 미국과 달리 자발적으로 내부회계 취약점을 파악하고 공시하는 문화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경영자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재무보고의 신뢰성 제고 도구’나 ‘규제를 위한 비용 요소’ 중 무엇으로 인식하는지에 따라 회사의 통제환경, 종업원의 통제활동 준수의지가 등이 달라진다”고 말했다. 또 회사내 내부회계관리 전담인력의 전문성 제고 필요성을 제안했다.

전문가적 판단에 따른 주체적인 감사 수행이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정 교수는 “이슈 발생시 회사는 감사인에게 의지하고, 중소형 회계법인은 대형 회계법인에 의존, 대형 회계법인은 감독당국의 관점에 의존하는 등의 연쇄적인 결정 부족의 문제가 발생한다”며 “감독당국은 감사인의 전문가적 판단을 최대한 수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금융회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는 지배구조법 개정이 이뤄진 것에 대해서는 금융회사 신뢰회복에 긍정적이라고 평가했지만, 제도 개선 필요성도 제시했다. 고위험 업무수행 직원에 대해 인증, 합당한 제재 수준 마련을 위한 노력을 언급했다.

정 교수는 “횡령 등 내부통제 사고는 고위 경영진과 함께 회사 내 직원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며 “고위험 업무수행 직원의 인증을 통한 규율 강화로 횡령 등 부정발생 고리를 완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부통제 위반에 대해 신분제재와 함께 미국·영국의 높은 금전제재 사례를 참조해야 한다”며 “내부통제 구축비용 이상의 금전제재를 부과해 금융회사가 제도 준수의 순효익(효익-비용)이 존재한다고 인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상근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개선해야” = 국내 기업들의 감사위원회 운영과 관련한 문제제기도 이어졌다.

이날 세미나에서 ‘우리나라 감사위원회 제도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발표한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경우 감사위원회가 대개 비상근 사외이사로 구성되다 보니, 경영진의 행위에 대한 내부통제제도를 비롯한 상시감시체계를 구동하기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삼정KPMG가 2022회계연도 기준 감사위원회 설치 기업 175사를 조사한 결과 170사(97.1%)는 감사위원 전원이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나머지 5사는 감사위원 3명 중 2명이 사외이사로 구성됐다.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는 상근 감사 대신에 의무적으로 감사위원회를 설치해야 한다.

권 교수는 “감사위원회는 이사회 내 위원회이며, 감사위원은 이사의 지위를 동시에 지니기 때문에 자기감사의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감사위원 중 적어도 1인을 상근 감사위원으로 하는 방안과 감사위원회와 상근 감사 등 감사기구 선택을 기업의 자율에 맡겨두는 방안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회계감사와 업무감사의 중요성을 고려할 때 상근감사의 경우 회계 또는 재무전문가 요건을 추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태준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이날 토론에서 “감사위원회는 주로 사외이사들로 구성되고, 그 사외이사들은 사외이사가 다수인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를 통해 후보로 지명되는데, 상근 감사의 경우에도 후보추천 단계에서부터 독립성을 제고할 필요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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