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가격 급등, 건설사 한계점

2024-02-19 13:00:03 게재

자금사정 악화 영향 1위 지목

신규 주택업체 60% 감소

원가율 증가에 입찰포기도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건설사들이 한계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19일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의 ‘매출액 기준 500대 건설사 조사’에 따르면 하반기 자금사정 전망에서 33.4%가 ‘악화’, 43.1%가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응답기업 10곳 중 4곳은 현재 자금사정이 어렵다고 밝혔고, 하반기 자금사정이 호전될 것으로 전망하는 기업은 10곳 중 1곳에 그쳤다. 자금사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는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 (31.4%)을 가장 많이 꼽았다.

원자재 가격 상승에 따라 공사비가 급등하자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사진 연합뉴스

원자재 가격 상승은 이익 감소뿐 아니라 건설업계 진입 장벽도 높이고 있다. 주택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주택건설업 신규 등록건수는 429건으로 전년 대비 60% 가량 감소했다. 주택건설업 전체 등록업체는 2022년 1만49개사에서 지난해 9390개사로 659곳이 줄었다. 주택건설업 등록업체 수가 감소한 것은 2013년 이후 10년 만이다.

주택건설업을 포기하고 지난해 면허를 자진 반납한 건설사는 843곳에 달했다. 이는 관련 통계를 집계한 1995년 이후 최대치다.

특히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원가율이 올라 건설사 이익은 급감하고 있다. 원가율 상승은 하반기 건설산업 위기를 고조시키는 원인이다. 지난해 주요 건설사 원가율은 모두 90%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원가율은 매출액에서 원가가 차지하는 비율로 높을수록 이익은 줄어든다. 지난해 GS건설 원가율은 95%를 기록했고,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의 원가율이 모두 90%를 상회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건설공사비지수도 2020년말 121.80에서 지난해 12월말 153.26(잠정치)으로 3년 새 25.8%나 뛰었다. 수주한 공사비보다 투입해야 할 비용이 더 커진 것이다. 이 기간 소비자물가지수 상승률인 12.3%보다 2배가량 높았다. 건설공사비지수는 건설공사에 투입되는 재료·노무·장비 등의 가격 변동을 나타내는 지표로 건설사 이익과 직결된다.

건설공사비지수가 높아지자 주요 정비사업지에서 ‘입찰 패스’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서울 송파구 가락삼익맨숀 재건축 사업에서 시공사 입찰이 유찰됐다. 수주 경쟁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공사비가 3.3㎡ 당 810만원으로 책정되면서 주요 건설사들이 모두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 810만원으로는 이익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

박철한 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 원자재 시장 정상화를 위해 산업 상호 간 협력을 바탕으로 예측력을 강화하고 공정경쟁을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자재 공급량 동향 파악을 위한 통계 체계 구성을 지원해야 하고 건자재 수요자와 공급자 간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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