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는 물론 온실가스 관측 ‘초소형 위성’ 경쟁 치열

2024-02-19 00:00:00 게재

대기질 - 탄소감축 상호 연관

“대기질 개선을 위해서 질산염(NO₃⁻)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기울여야 할 때입니다.”

1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 기지에서 만난 이미혜 고려대학교 지구환경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이 교수는 국무총리 소속 미세먼지특별대책위원회 위원이자 2015년 발족한 한·중 대기오염 원인규명 공동연구 등에 참여했다.

질소산화물(NOx) 전환을 통해 생성되는 질산염은 초미세먼지 발생에 영향을 미친다. 측정 방법 등에 따라 다소 차이가 있지만 서울시 등에서 관측된 초미세먼지(PM2.5) 질량농도의 상당 부분을 질산염 황산염 암모늄 등의 세 이온이 차지한다.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등 다른 오염물질 배출은 변화하지 않은 상태에서 질소산화물 농도가 줄어들면 광화학반응이 활발해져 초미세먼지나 오존(O₃) 등이 증가할 수 있다.

16일 제임스 크로포드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 대기화학 수석과학자는 “사실상 모든 도시는 질소산화물 포화 지역이라고 볼 수 있고 서울 역시 마찬가지”라며 “하지만 필리핀 수도 마닐라와 서울 지역의 배출원 특성은 상당히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해당 지역에 국한되어 대기오염물질이 유입되는지 아니면 대기권 전반에서 일어나는 문제인지를 보다 포괄적으로 살펴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우주항공 연구의 본산인 랭글리연구소에서 대기환경 항공관측 분야를 총괄해온 최고 권위자다. 2~3월 우리나라는 물론 필리핀 말레이시아 태국 등에서 실시하는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ASIA-AQ/SIJAQ)를 위해 한국을 찾았다.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는 국내외 약 45개 기관과 500여명(△고려대학교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등)이 참여하는 대규모 연구다. 그는 2016년 실시한 ‘한·미 협력 대기질 연구’도 담당한 바 있다.

온실가스 관측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초소형 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충북 진천군에 있는 국가기상위성센터.

◆일본 미국 유럽 등은 자국 위성 활용 = 아시아 대기질 공동 조사 시 세계 최초로 개발된 정지궤도 환경위성이 활용된다. 지상 관측과 대기질 모델링 등 다각도로 조사가 진행될 예정이다. 이번 조사에서는 △오존·미세먼지 전구물질 △미세먼지 화학조성 등을 관측할 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측정도 이뤄진다. 국립기상과학원이 온실가스 측정을 위한 항공 선박 및 지상관측에 참여한다.

사실 대기질과 기후변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미세먼지와 오존 농도를 잡기 위해서는 대기질 개선뿐만 아니라 온실가스 감축도 해야 한다는 연구결과들도 잇달아 나오고 있다. 기상청의 ‘우리나라 5~9월 고농도 지표오존(오존) 발생에 영향을 주는 기상조건에 대한 미래 전망 분석 결과’에 따르면 저탄소 시나리오(SSP1-2.6)에서 우리나라 오존 평균 농도가 현재 대비 41%까지 줄어든다.

16일 첨단 대기질 관측용 항공기 ‘DC-8’ 외벽에 각종 측정용 장비들이 달려 있다.

온실가스 농도 관측을 위해 최근 위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도 온실가스 농도를 정확히 관측하기 위해 위성 활용을 권고한 바 있다. 일본 미국 유럽 등에서는 자국 위성을 이용한 독자적 온실가스 감시 및 배출량 산정을 이미 실시 중이다. 주로 이산화탄소와 메탄(CH₄) 등을 측정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온실가스를 관측할 수 있는 위성을 아직 보유하지 못했다.

19일 국립환경과학원은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 등에 따라 초소형 온실가스 위성 개발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2027년부터 2년간 온실가스 관측 위성 5대를 발사할 계획이다. 이들 위성은 △전지구 관측 △한반도 고해상도 관측 등이 가능하다.

초소형 위성을 활용하면 관측 영역 등 공간적 한계가 있는 지상관측을 보완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여러 대를 군집으로 운영하는 등 상대적으로 넓은 공간에 대한 관측이 가능해 온실가스 농도와 수송 등 전지구적인 분포를 상세히 파악할 수 있다.

16일 경기도 평택시 주한미군 오산공군기지에 서 있는 대기질 관측용 항공기(1900D).

◆구글 등도 투자, 선택과 집중 필요 = 기상청의 ‘온실가스 감시를 위한 초소형기상위성 개발 전략 정책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소형 위성 비즈니스 모델은 종전 위성산업과 차별화된 솔루션을 제공하며 대형 위성 시장 대비 개발 위험도가 낮고 투자회수 기간이 짧은 특성이 있다.

또한 군집위성 수요 증가에 따라 소형위성 발사 시장은 2010~2019년 1805기, 146억달러에서 2020~2029년 1만105기, 513억달러로 성장할 전망이다. 이처럼 향후 성장 가능성이 높아짐에 따라 구글 등 대형 IT기업과 벤처캐피털은 발사 개발 운용 서비스 등 관련 분야 투자에 뛰어들고 있다.

우리나라도 초소형 위성 개발을 위해 다양한 부처와 지방자치단체에서 투자 중이다. 비용과 시간을 절약하면서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온실가스 감시를 위한 초소형기상위성 개발 전략 정책연구’ 보고서에서는, 이산화탄소의 경우 높은 수준의 정확도와 정밀도를 요구하므로 공공주도로 연구 및 기술을 개발하고 단계적으로 민간에 이양하는 게 적합하다고 지적했다. 대신 메탄의 경우 이산화탄소 대비 상대적으로 개발 난도가 낮으므로 공공과 민간공동개발 전략이 적합하다고 분석했다.

글·사진 김아영 기자 ay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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