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사모펀드 가맹본부 조사 속도낸다

2024-02-20 13:00:02 게재

bhc, 값싼 브라질산으로 재료 바꾸고 소비자가격 올려

소비자단체협의회 “꼼수 인상, 소비자 기만행위” 비판

사모펀드 소유 맘스터치·버거킹·투썸플레이스도 거론

치킨으로 유명한 종합외식업체 bhc의 소비자 기만 논란이 커지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몸을 풀고 있다. 지난해 30%대 순이익을 실현한 bhc는 최근 일부 재료를 값싼 브라질산으로 바꾸고도 소비자가격은 올려 논란이 됐다. 20일 공정위 관계자는 “사모펀드가 운영하는 가맹본부들이 단기에 실적을 내기 위해 가맹점을 지나치게 쥐어짜거나 소비자가격을 무리하게 올리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라고 듣고 있다”면서 “주의 깊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육성권 공정위 사무처장은 가맹점사업자협의회와 간담회에서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를 중심으로 단기에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가맹점주에게 각종 비용을 전가하는 행위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다”며 “본부가 판촉행사 성격의 모바일상품권을 점주 동의 없이 발행하고, 수수료를 부담시키는 행위를 시정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결국 공정위가 예고한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 업체 직권조사’에 속도를 내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현재 사모펀드 소유 프랜차이즈 업체인 bhc, 버거킹, 투썸플레이스, 맘스터치 등이 조사 대상으로 거론된다.

국무회의 입장하는 공정위원장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오른쪽)과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지난달 23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광모 기자

◆실적 위해 가맹점주 쥐어짜 = 우선 bhc는 사모펀드(PEF)인 MBK파트너스가 대주주다. MBK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부터 투자를 시작해 현재 45% 지분을 보유, 실질적인 경영을 하고 있다. bhc 지주회사 이사회는 지난해 11월 전 박현종 대표이사를 해임하고 그 자리에 차영수 MBK파트너스 운영 파트너를 앉혔다.

bhc는 지난 2013년 제너시스 BBQ에서 떨어져 독자 경영을 시작한 이후 수년간 가격을 거의 올리지 않았다. 하지만 MBK파트너스가 경영권을 행사한 이후 가격을 적어도 두 차례 인상했다.

MBK가 투자를 한 뒤 주요 메뉴의 가격을 25%~35%까지 올렸다는 것이 공정위 판단이다. bhc는 가격 인상 때마다 원자재가격과 인건비, 임대료 상승 등으로 인상이 불가피했다고 설명했지만 소비자단체들은 이를 반박하고 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해 bhc가 가격을 인상하자 “2018년부터 2022년까지 bhc의 매출은 연평균 16.9% 증가했고 영업이익률은 30.1%로 다른 브랜드와 다른 업종에 비해 유난히 높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2018년 대비 2022년의 매출원가율 상승률은 약 5.7%인 반면 순이익률은 약 31.8%나 높아졌다”며 “이 같은 결과로 볼 때 bhc의 주장인 ‘원가 부담으로 인한 가격 인상’이란 논리는 타당치 않다”고 비판했다.

실제 bhc의 치킨 매출은 2018년 2376억원에서 2020년 4004억원, 2022년 5075억원으로 뛰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607억원에서 1299억원, 2022년 1418억원으로 2.3배가 됐다. 특히 지난해의 경우 정부가 물가 안정을 위해 수시로 식품·외식업체와 간담회를 열어 가격 인상 자제를 요청했지만, bhc는 가격인상을 단행했다.

소비자 가격을 올리면서도 오히려 메뉴 재료는 국내산 닭고기에서 값싼 브라질산 닭고기로 바꿔 논란을 키웠다. 브라질산을 쓰면서 가격을 올린 사실이 알려지자 소비자단체는 ‘소비자 기만행위’라며 불매운동까지 거론했다.

더구나 bhc는 지난해 소비자 가격을 인상하면서 가맹점주에게는 재료가격을 평균 8.8% 올려 받기로 해 반발을 자초하기도 했다.

◆버거킹, 맘스터치 등도 논란 = bhc 외에도 사모펀드가 운영하고 있는 대표적 가맹본부가 버거킹과 맘스터치, 투썸플레이스다.

사모펀드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가 소유한 버거킹은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홍역을 치렀다. 가맹점 갑질과 수수료 문제가 핵심 논란거리였다. 당시 국감에서는 버거킹 미국의 경우 로열티, 광고비를 합쳐 8.5% 수수료를 가져가는 반면, 한국 버거킹은 로열티, 광고비, 물류 마진, 물류 배송비 포함 17.8%를 수취하고 있다는 점이 지적됐다. 또 본사가 판촉행사나 신입사원 교육 영상 등의 시스템 운영비를 점주와 사전 협의 없이 인상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투썸플레이스도 지난 2021년 11월 사모펀드 칼라일 그룹에 매각된 이후 갑질 논란으로 가맹점주들과 갈등이 이어지고 있다. 투썸플레이스 가맹점 협의회는 지난해 9월 본사가 가맹점들에게 과도한 물류비, 모바일 쿠폰 차액 부담 전가, 카드 결제 불가 근접 출점 등으로 피해를 입히고 있다고 공정위에 신고하기도 했다. 점주들은 본사가 권장품목을 시중가보다 비싼 가격에 강제로 구매하게 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 삼았다.

공정위는 MBK 등 사모펀드 소유 가맹본부의 비용 전가 행위 등이 논란이 되자, 이러한 가맹본부를 대상으로 올해 직권조사에 나서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최근에는 패스트푸드점 맘스터치의 가맹본부 맘스터치앤컴퍼니에 과징금 3억원을 부과했다. 맘스터치가맹점주협의회장인 가맹점주에게 가맹계약 해지를 통보하고 물품공급을 중단한 행위 등을 ‘가맹사업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가맹사업법) 위반으로 보고 시정명령도 내렸다. 맘스터치 역시 2019년부터 사모펀드운영사 케이엘앤파트너스가 소유하고 있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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