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PF 사업장 ‘관대한 평가’ 제동 … 엄격한 세부 평가기준 만든다

2024-02-20 13:00:02 게재

사업성 관리 기본인 평가기준 자체가 ‘엉성’

본PF·브릿지론 평가 각각 별도 기준으로

“실효성 있는 평가통한 충당금 강화 목적”

금융당국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사업장에 대한 엄격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사업성 평가기준 강화에 나섰다.

사업성 관리의 기본인 평가기준 자체가 현재 너무 엉성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브릿지론 사업장의 위험성이 가장 큰 상황이지만 현행 평가기준 자체가 본PF 중심이라는 점도 문제다.

20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부동산PF 사업장 분류를 현행 3단계(양호-보통-악화우려)에서 4단계로 보다 세분화하고 본PF과 브릿지론 사업장 각각에 대한 별도 기준을 검토하고 있다.

금융회사들은 대출에 대한 건전성 분류에서 ‘양호’로 평가된 사업장은 정상 여신으로, '보통'은 요주의, '악화우려'는 고정이하로 보고 충당금을 쌓고 있다. 여기에 ‘회수의문’으로 단계가 하나 더 추가되면 사업장 부실에 따라 충당금이 크게 늘어날 수 있다.

부동산PF대출 충당금 최소 적립률은 정상(2%), 요주의(10%), 고정(30%), 회수의문(75%), 추정손실(100%) 등 연체 상황에 따라 다르다.

◆2금융권에 더 큰 영향 = 금융권은 업권별로 부동산PF 리스크관리지침 등을 통해 대체로 비슷한 수준의 사업평가기준을 명시하고 있다.

기준에 따라 사업장을 ‘양호-보통-악화우려’로 분류해 충당금을 쌓고 있다. 통상 ‘악화우려’ 보다는 충당금을 덜 쌓는 ‘보통’으로 분류하려는 경향이 있다. 이 때문에 외부에서는 ‘보통’으로 분류된 사업장도 문제가 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이러한 분류가 가능한 것은 ‘보통’ 등급에 대한 세부적인 기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보통’은 ‘사업성이 양호하나 일부 사업진행상의 애로요인 존재 등으로 향후 사업성 저하를 초래할 수 있는 잠재적 요인이 존재하는 것으로 판단되는 사업장’으로 평가방법이 명시돼 있다. 구체성이 없이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내용으로 돼 있어서 자의적인 판단이 영향을 미칠 여지가 크다.

금감원 관계자는 “평가기준이 강화되면 사업장에 대해 지금과 같은 방식의 ‘관대한 평가’는 어려워진다”며 “촘촘한 평가가 이뤄지도록 하겠지만, 일정 부분 채권단의 자율적인 판단 영역도 둘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함께 본PF와 브릿지론 사업장에 대해 각각의 특성에 맞는 별도의 평가 기준도 마련될 예정이다. 본PF 사업장은 주로 은행과 보험사의 비중이 높고, 브릿지론 사업장은 주로 2금융권이 대출을 해준 상태다. 브릿지론 사업장의 위험이 더 크기 때문에 이번 평가기준 개편은 2금융권에 더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회수의문 분류되면 충당금 75% 쌓아야 = 현재 ‘악화우려’ 등급은 ‘사업진행 지연, 사업성 미흡 등으로 사업추진이 곤란할 것으로 예상되는 사업장을 말한다.

보다 세부적으로는 중대한 권리침해가 발생해 계속 사업이 불가능하거나 인허가 요건 불비, 자금조달 차질 등으로 사업일정이 사업계획서상 최초 일정 보다 2년 이상 장기 지연되고 향후 12개월 이내에 사업진행이 정상화될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되는 사업장 등이다.

부동산PF 사업장이 악화우려로 분류되면 금융회사들은 대출액의 30% 가량을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하지만 사업장을 경공매로 넘길 경우 30% 이상 손실이 날 수 있다는 점에서 충당금을 쌓으면서 버티는 상황이 지속될 수 있다.

사업성 평가기준 개편으로 악화우려 보다 한 단계 낮은 회수의문 수준으로 사업장이 평가를 받을 경우 건전성 분류 기준에 따라 대출액의 75%를 충당금으로 쌓아야 한다. 금융회사들이 이러한 상황을 맞게 되면 50% 가량 손실을 보더라도 경·공매로 넘기는 게 더 이득이라는 판단을 할 수 있다.

금감원은 올해 2분기에 개편된 평가기준을 적용해 사업성 평가를 진행하고 하반기에 사업장별 경·공매 등을 통해 부실을 정리하겠다는 계획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경·공매는 시장 상황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고 매각 여부는 나중에 판단할 문제”라며 “일단은 실효성 있는 평가를 실행, 금융회사들이 충분히 충당금 쌓아서 선제적 대응이 가능할 수 있도록 평가 기준을 개편·적용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부실 사업장을 퇴출시키려는 목적 보다는 사업성 평가를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며 “부실 사업장으로 분류돼도 관리계획에 따라 정상화가 가능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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