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상 유괴사건’ 용의자 불법체포는 인권침해

2024-02-21 13:00:01 게재

경찰 가혹행위로 허위자백 뒤늦게 밝혀진 범인은 교사

진실화해를위한과거사정리위원회는 1980년 11월 발생한 이윤상군 유괴 사건으로 경찰에 불법체포돼 허위자백을 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을 했다.

진실위는 가혹행위를 당한 이 모씨의 신청을 받아들여 “경찰청은 이씨에게 사과하고 명예와 피해를 회복하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21일 권고했다.

서울 경서중학교에 재학중이던 이윤상군은 학교 교사와 상담하겠다고 외출한 뒤 실종됐다. 이후 유괴범으로부터 4000만원을 요구하는 전화가 가족에게 수차례 걸려왔다. 신고를 받은 경찰이 비공개 수사를 벌였지만 범인을 잡지 못했다.

이듬해 2월 경찰은 공개수사로 전환했다. 당시 대통령 전두환씨가 대국민 담화까지 해서 자수를 권고했지만 범인은 잡히지 않았다. 수사를 담당한 마포경찰서 경찰관이 용의자 이씨를 겨냥했다. 경찰은 망원동 집에 있던 이씨를 임의동행 형식으로 연행한 뒤 여관에 가두고 가혹행위를 했다. 감금 5일째 이씨는 범행을 ‘자백’했다. 절차도 문제였지만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엉터리 수사였다. 검찰은 별건으로 이씨를 기소했다. 법원은 불법체포·구금된 상태에서의 자백은 실효성이 없다며 이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상황은 두달 뒤 다시 반전된다. 이씨는 범인이 아니었다. 범인은 이군의 학교 체육교사인 주영현씨였다. 그는 이군을 유괴한 직후 살해했고, 경찰이 헛물을 켜는 1년간 검거되지 않았다. 주씨는 대법원에서 사형이 확정돼 1983년 7월 형이 집행됐다.

진실위는 “판결문 기재 내용과 이씨 진술을 종합하면, 경찰은 법적 근거 없이 구금했다”며 “형법상 불법체포 및 감금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 “항소심 재판에서 강압 수사에 따른 임의성 없는 상태에서 자백했다는 판결, 의무기록 등을 종합할 때 이는 가혹행위죄에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진실위는 20일 위원회 회의를 열고 이씨 신청 사건을 비롯해 ‘경북 상주 국민보도 연맹 및 예비검속 사건’ 등 10개 사건에 대해 진실규명 결정했다.

오승완 기자 osw@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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