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규제 완화, 난개발 대책도 필요

2024-02-22 13:00:04 게재

농업진흥지역 해제로 주택 개발 가능

비농민들 규제 풀린 농지 대거 사들일 듯

문화체육시설이나 산업단지 배후시설로

정부가 농지 사용 규제를 대폭 완화하기로 하면서 농촌 활력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절대농지를 해제해 개발이 가능한 땅으로 변경되면 이를 사들이려는 비농민들이 대거 몰려들 것으로 예상돼 난개발도 우려된다. 이른바 농사를 짓지 않는 비농민이 농지를 소유하는 구조가 만들어져 농사를 짓는 농민만 농지를 소유할 수 있도록 한 헌법 제121조 제1항과 충돌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21일 “과소화 고령화 등으로 인한 농촌소멸 위기를 타개하고 지역의 정주여건 개선과 산업유치 등을 통한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농지 이용 규제 합리화를 추진한다”고 밝혔다.

향후 농지 활용은 절대농지로 묶여 있는 농업진흥지역을 정비하고 귀촌인을 위한 휴양터를 조성하는 방식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우선 농업진흥지역의 3㏊ 이하 소규모 자투리 농지를 정비해 활용하도록 했다. 자투리 농지는 농업진흥지역을 도로・택지・산단 등으로 개발한 이후 남은 농지로 총 2.1만㏊로 추정된다. 자투리 농지는 문화체육시설이나 인근 산업단지 배후시설로 개발될 가능성이 높다. 산업단지 배후시설로는 주택과 상업시설이 대부분이다.

정부는 상반기 내 소규모 농업진흥지역 정비계획 발표와 함께 지방자치단체의 자투리 농지 개발수요 신청 받아 타당성 검토 후 해제 절차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이에 따라 지자체별로 해제 신청이 쇄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농식품부는 “자투리 농지의 다양한 활용이 지역사회 활성화에 마중물로 작용할 것이라고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부작용도 우려된다. 자투리 농업진흥지역 해제는 개발로 이어질 전망이다.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된 농지는 주택과 건물 신축이 가능해 주거단지나 상업용도 건물로 바뀔 가능성이 높다. 이를 노린 개발사업자들이 지역별로 농지개발에 대거 참여해 개발바람이 불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농지에 ‘농촌 체류형 쉼터’(가칭)도 설치한다. ‘농촌 체류형 쉼터’는 도시민이나 주말체험영농인 등이 농촌지역에 체류할 수 있는 임시거주시설이다. 이는 농촌에 활력을 주는 시도로 평가된다.

쉼터 설치는 최근 ‘5도 2촌’ 등 도농 복합생활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상황에 맞춰 도시민 등이 농촌에 굳이 집을 사거나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농촌 생활을 경험할 수 있게 하는 사업이다. 이를 통해 생활 인구를 늘리고 농촌에 활력을 일으켜 농촌소멸 위기에서 벗어나는 기회를 만든다는 것이 목표다.

이와 함께 농지에 수직농장(스마트팜) 설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수직농장은 실내 다단 구조물에서 고도의 환경조절과 생산공정 자동화로 작물을 생산한다. 수직농장은 대부분 컨테이너형이나 건물형으로 돼 있어 농지전용을 거쳐 농지를 다른 지목으로 변경하거나 타용도 일시사용 절차를 통해 일정 기간만 농지 위에 설치할 수 있다. 반면 비닐하우스나 유리온실은 별도 제한없이 농지에 설치할 수 있다.

수직농장을 운영하는 농민이나 농업법인은 농산물을 생산하는 수직농장을 농지 위에 설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요구를 해왔다. 특히 컨테이너형의 경우 일시사용기간이 최장 8년으로 초기비용을 회수하기 힘든 구조다.

정부는 관련 법령을 개정해 7월부터 수직농장의 타용도 일시사용기간을 확대한다. 또 모든 수직농장이 일정 지역 내에서는 농지에 별도 제한 없이 설치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할 계획이다.

하지만 농지에 수직농장 설치를 허용할 경우 농지가 가진 친환경 가치 등이 상실돼 사실상 농지로서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지적도 있다. 농민들이 농업직불금을 받는 이유 중 하나인 농지 보전에 따른 공익적 기능 유지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의미다.

그동안 농지가 다른 용도로 전용된 사례를 많았지만 농업진흥지역 규제를 전방위적으로 해제하는 것은 32년 만에 처음이다. 2002~2021년 국내 농지 전용 면적은 모두 31만8000㏊로 연평균 1만6000㏊가 전용됐다. 농업진흥지역 내 농지도 5만7000㏊가 전용됐다.

장정우 공익법률센터 농본 사무국장은 “산업단지나 택지개발로 우량농지에서도 대규모 전용이 이뤄지고 있다”며 “정부는 농지로서 기능이 없는 곳을 해제한다고 하지만 우량농지를 상실할 경우 어떤 부작용이 생길지에 대한 고민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는 “농지 보전과 효율적 이용이라는 농지법의 기본이념을 준수하고 농촌 공간의 가치를 높이면서 활력을 되찾을 수 있도록 관련 법령 개정 등을 조속히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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