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꺾였다는데 체감물가는 왜 높을까 ① 국제유가

2024-02-22 13:00:14 게재

국제유가 3개월 만에 최고가 기록했지만 더 오른다

석유류가 전체물가 절반 좌우 … 유가 연말까지 오름세 전망

지난달 물가상승률 2%로 꺾여 … 상반기 3%대 횡보할 듯

지난달 소비자물가가 반년 만에 2%대로 내려왔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2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하지만 ‘물가 부담이 낮아졌다’고 느끼는 사람은 별로 없다. 왜 그럴까.

우선 장바구니 물가가 여전히 높다. 꺾이지 않는 농산물 가격과 식료품, 외식가격이 서민들에겐 당장 부담이다. 여기에 앞으로도 물가상승률이 크게 둔화되지 않을 것이란 전망도 이런 ‘체감’에 한몫 한다.

물가의 최대변수는 국제유가 변동성이다. 사실상 물가의 절반을 국제유가가 좌우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통계청에 따르면 전체 물가 조사 대상 품목 458개 중 농축산물 가중치는 전체 1000 중 75.6을 차지하고, 이 가운데 과실류는 14.6이다. 석유류 가중치는 46.6에 달한다.

◆멈추지 않는 국제유가 오름세 = 22일 기획재정부 등에 따르면 국제유가가 3개월 만에 가장 높게 오르면서 국내 기름값 부담이 더욱 무거워질 전망이다. 그동안 물가상승을 주도한 과일 가격 등이 안정되지 않은 가운데 물가를 자극할 변수가 추가로 늘어난 셈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도 이달초 물가관계장관회의에서 “2~3월 물가는 다시 3% 내외로 상승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이런 걱정의 중심에는 최근 국제유가 오름세가 차지하고 있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 따르면 4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이 전날 배럴당 78.13달러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 6일(80.82달러) 이후 3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현재 우리나라 주 수입 원유인 두바이유 가격은 81.03달러, 브렌트유 가격은 81.02달러를 기록하며 80달러 선을 넘어섰다.

국제유가 상승은 중동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때문이다. 또 외환시장에서 달러화 가치가 내려가면서 달러로 거래되는 원유 매수세가 늘어난 것도 요인이다.

‘유류세 한시 인하 이달 말 종료, 재연장에 관심’ 유류세 인하 종료를 앞둔 이달 12일 서울 시내 한 주요소에서 시민들이 차량에 연료를 주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형 기자

◆원유 수요 증가 추세 = 문제는 앞으로도 원유 수요 증가에 따라 국제유가는 상승세를 보일 것이란 점이다. 물가의 절반을 국제유가 시세에 의존해야 하는 우리나라 입장에선 큰 부담이다.

실제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최근 보고서에서 “코로나19(COVID-19) 팬데믹 이후 세계 석유 수요가 광범위한 성장 국면 궤도에 올랐다”며 올해 하루 120만 배럴의 원유 수요가 늘 것으로 분석했다.

이런 국제유가 상승분은 2~3주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가격에 반영된다. 따라서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당분간 상향흐름이 불가피하다.

이날 기준 전국 휘발유 평균 가격은 리터당 1629.99원, 경유 가격은 1531.94원이다. 국내 기름값은 지난달 20일부터 한 달 이상 오름세다. 최근 국제유가 상승을 고려하면 이달 중 휘발유·경유 가격이 리터당 1700선, 1600원 선까지 오를 가능성도 있다.

◆연말쯤 유가 배럴당 100달러? = 민간분석기관도 국제유가 추이를 비관적으로 보고 있다. 경제전문 외신 CNBC에 따르면 향후 12~18개월 내 국제유가는 배럴 당 100달러를 넘을 가능성이 있다고 미국의 씨티은행이 전망했다.

씨티는 최근 공개한 연구노트에서 국제유가가 최악의 경우 배럴당 100달러를 다시 넘을 것으로 전망했다. ‘최악의 경우’란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와 주요 산유국들인 OPEC+의 추가 감산, 주요 산유국들의 공급 차질이 발생할 경우다.

현재 진행 중인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이 원유 생산이나 수출에는 차질을 주지 못하고 있으며 다만 유조선들은 후티반군의 공격으로 인해 홍해를 피하고 있다.

하지만 씨티는 이라크가 현재 분쟁을 겪고 있고, 이스라엘과 레바논의 국경에서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을 주목하고 있다. 원유 공급이 취약한 국가로 이라크와 이란, 리비아,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를 지목했으며 앞으로 미국이 이란과 베네수엘라에 추가 제재를 실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의 정제시설들이 피해를 입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같은 상황 때문에 정부는 이달말 종료되는 유류세 인하(휘발유 25%·경유 37%) 조치를 2개월 연장했다. 하지만 현행 인하폭을 유지하는 수준이어서 향후 기름값 오름세를 억누르긴 역부족인 셈이다.

지난해 물가가 하반기로 갈수록 안정됐던 점을 고려하면 전년 대비 물가 안정 기저효과도 옅어질 것으로 보인다. 당분간 물가상승률은 3%대에서 횡보할 가능성이 커졌다.

성홍식 기자 king@naeil.com

성홍식 기자 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