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적하락에도 주주환원 확대하는 건설사들

2024-02-23 09:14:11 게재

현금배당 늘리고, 자사주 소각

PBR 높여 기업가치 상승 목적

정부 ‘밸류업 프로그램’도 영향

실적 하락으로 경영위기에 처한 건설사들이 주주배당 비율을 유지하며 기업가치 지키기에 나섰다.

23일 건설업계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등에 따르면 삼성물산과 현대건설, DL이앤씨, GS건설 이 배당금액과 배당정책 등을 발표했다. 삼성물산은 최대 지급률을 적용한 보통주 주당 2550원, 우선주 2600원을 배당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보유 자기주식의 3분의 1에 해당하는 보통주 780만8000주, 우선주 15만9835주를 소각한다.

현대건설은 지난해와 동일한 보통주 우선주 각각 주당 600원, 650원의 현금배당을 결정했다. 배당금 총액은 674억9900만원으로, 현금배당률은 보통주 1.8%, 우선주는 1.3%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10월 향후 3년 동안 별도 기준 영업이익의 15~25%를 배당하고, 1주당 600원으로 최저 배당금을 설정했다.

DL이앤씨는 올해부터 3년동안 연결기준 순이익의 25%를 주주에게 환원한다고 밝혔다. 주주환원율 25%는 현금배당 10%와 자사주 매입 15%로 구성된다. 올해 열린 이사회에서 보유 중인 보통주 자사주 293만9077주를 소각하기로 결정했다. DL이앤씨가 발행한 전체 보통주의 7.6% 규모다.

GS건설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올해부터 2026년까지 3년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조정 지배주주순이익의 20% 이상을 주주에게 환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 중장기 배당정책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주주환원정책을 별도 공시하지는 않았지만 최근 5년간 연속 주주배당을 이어가고 있다. 2009년 이후 배당을 한 적 없던 대우건설도 조만간 주주환원 대책을 마련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실적 악화에도 건설사들이 주주환원 정책을 펴는 것은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부는 26일 밸류업 프로그램을 확정 발표할 예정이다. 한국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에 대응하기 위해 도입한 정책으로 상장사의 주요 투자지표(PBR·ROE 등)를 시가총액 업종별로 비교공시하도록 한다.

건설주는 대표적인 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으로 꼽힌다. 건설업종 2023년 기준 PBR은 0.5배 미만이며, 자기자본이익률(ROE)은 5~10%이다. 2023년 공사비 상승에 따른 원가 조정으로 비용이 크게 반영되면서 올해 ROE는 전년 대비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이런 환경에 처한 건설사들이 주주환원율을 끌어올리고 PBR을 높여 기업가치를 상승시키는 전략을 택한 것이다.

과거 쌍용C&E가 배당성향을 극단적으로 끌어올려 PBR 1배가 안되던 회사가 2배까지 상승했다. 일본 건설기업들도 주주환원정책을 통해 PBR을 끌어올려 시장에서 건설주 가치를 상승시키기도 했다.

김승준 하나증권 연구원은 “현재 건설업황이 어려워 현금 활용을 통한 주주환원이 당장은 어려운 건설기업이 있을 수 있다”면서 “하지만 건설은 사이클 사업이기에 업황이 턴어라운드하는 시점에서의 의미 있는 주주환원은 기업 가치를 크게 상승시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배 기자 sbkim@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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