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해외사무소 ‘현지 부동산 부실위험’ 직접 점검

2024-02-23 13:00:02 게재

금융권 투자규모 56.4조

2.46조 부실 우려 커져

올해 12.7조 만기 도래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원이 해외사무소를 통해 국내 금융권이 투자한 해외 부동산에 대해 직접 현장 점검을 하기로 했다.

23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들이 투자한 미국과 유럽 부동산에 대한 리스트를 작성해서 뉴욕·런던 등 해외사무소와 공유하고 부실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있는지 정보 수집을 벌일 예정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해외부동산과 관련된 정보가 제한돼서 위험을 제대로 평가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해외사무소 직원들이 리스트를 보고 현장에 직접 가볼 수도 있고 현지에서 수집된 관련 정보를 통해 위험을 크로스 체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동안 금융회사들로부터 자료를 취합하고 분석했던 것과 달리 해외사무소 직원들을 통해 직접 점검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금감원은 22일 ‘금융회사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현황’을 공개하면서 “향후 해외 부동산시장 악화 가능성에 대비해 적정 손실 인식 및 충분한 손실흡수능력 확충을 유도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말 기준 금융권의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잔액은 56조4000억원으로 나타났다. 북미지역이 34조5000억원(61.1%)으로 가장 많고 유럽 10조8000억원(19.2%), 기타 및 복수지역 6조6000억원(11.8%), 아시아 4조4000억원(7.9%) 순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사업장·투자건별 DB 보완 및 금융회사의 손실반영·충당금 적립 등 리스크 관리 실태를 점검하겠다”며 “손실 및 부실(우려) 자산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 강화를 위해 금융회사 및 금감원 해외사무소 등과 연계해 신속보고체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9월까지 금융회사가 투자한 35조8000억원 규모의 단일 사업장(부동산) 중 2조3100조원(6.46%) 가량이 채무불이행(기한이익상실, EOD) 사유가 발생했다. 선순위 채권자에 대한 이자 또는 원금 미지급, 자산가치 하락에 따른 LTV(담보인정비율) 조건 미달 등이 벌어졌다.

이후 추가로 3건의 EOD가 발생해 부실 우려 규모는 2조4600억원으로 늘었다.

금감원은 “EOD가 발생했다고 해서 전액 손실이 발생한다고 할 수 없으며 향후 투자자간 대출조건 조정, 만기연장, 대주 변경 등을 통해 EOD 해소가 가능하다”며 “자산매각시에도 배분 순위에 따라 전액 또는 일부 투자금 회수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해외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 손실이 커질 수밖에 없고 점차 만기 도래 규모도 늘고 있어서 금융회사 건전성에 타격을 줄 수 있다.

해외부동산 대체투자 만기도래 분포를 보면 올해말까지 12조7000억원(22.5%), 2026년까지 15조2000억원(26.9%), 2028년까지 11조2000억원(19.9%), 2030년까지4조6000억원(8조2000억원), 2031년 이후 12조7000억원(22.5%) 등으로 예정돼 있다.

금융권별 투자규모는 보험이 31조9000억원(56.6%)으로 가장 많고 은행 10조1000억원(17.9%), 증권 8조4000억원(14.9%), 상호금융 3조7000억원(6.6%), 여신전문금융회사 2조2000억원(0.5%), 저축은행 1000억원(0.2%) 순이다.

금감원은 “국내 금융회사가 해외 부동산에 투자한 규모는 총자산 대비 1% 미만(0.8%)으로 금융회사의 양호한 자본비율 등 손실흡수 능력 감안시 투자 손실이 금융시스템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밝혔다.

한편 국내 투자자들이 해외부동산펀드에 투자한 규모는 지난해말 기준 76조2387억원이다. 개인들의 공모펀드 투자규모는 지난해 9월말 기준 1조9000억원 가량된다.

개인들은 주로 공모펀드 일부에 투자해 비중이 적고 사모펀드 투자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부동산 펀드 투자자 대다수는 일반법인과 금융기관 등이다.

금융당국은 해외 부동산펀드 투자자 현황을 파악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최근 자료는 내놓지 않고 있다.

다만 임대형 해외 부동산 공모펀드 투자 규모는 2조3000억원이며,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는 8개로 설정액은 9000억원이라고 금감원은 밝혔다.

금감원은 지난 2020년 12월 자산운용사를 통해 전체 해외부동산펀드를 파악해 규모를 공개한 바 있다. 2020년 4월 기준 해외부동산 펀드 규모는 56조5000억원으로 이중 개인투자자 비중은 1.6%, 일반법인은 24.3%, 나머지는 모두 금융기관 등 기관투자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사모펀드 비중이 95.5%를 차지했으며, 미국(42.1%)과 유럽(27.4%) 투자 비중이 높았다.

투자대상별로 보면 오피스빌딩 투자 비중이 53.2%로 가장 높고, 호텔·리조트(10.7%) 복합단지·리테일(7.1%) 순이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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