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증시 상승 제한적 … 은행 ELS 올해 만기 13.4조 ‘반토막’ 우려

2024-02-26 13:00:00 게재

5대 은행 판매잔액 14.6조원…3년간 수수료 1866억원 벌어

금감원 ‘책임 분담 기준안’ 윤곽…고위험 상품 판매 제한 검토

중국 정부의 경기 부양책 등으로 최근 홍콩 증시가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3일 H지수는 5765.10으로 마감하면서 1월 저점(4943) 대비 16% 가량 올랐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판매한 H지수와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의 만기가 잇따라 도래하면서 홍콩 증시 상승은 투자자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호재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지속적인 상승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올해 상반기에 만기가 도래하는 상품의 손실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26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최근 금융감독원 홍콩사무소는 업무정보를 통해 “시장에서는 홍콩증시가 당분간 박스권 장세를 이어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으며, 향후 중국 정부의 경기·부동산 부양 의지, 미·중 갈등 해소 등 지정학적 리스크 완화 및 신성장산업 발굴 여부 등에 따라 증시의 방향성이 결정될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밝혔다.

UBS은행과 중국국제금융공사는 “금리인하 또는 확장적 재정정책 등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경기부양정책이 이행되지 않을 경우 향후 미 기준금리가 본격적으로 인하되더라도 홍콩증시의 지속적인 상승세는 실현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분석했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본토의 주택 과잉공급으로 가격조정이 지속되고 수요도 부진하여 향후 2~3년간 부동산경기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홍콩증시에 하방압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금융회사의 홍콩 ELS 총 판매규모는 19조3000억원으로 올해 약 80%에 달하는 15조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한다. 은행이 판매한 규모는 15조90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은행 판매상품은 올해 13조4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고 상반기에만 9조원에 달한다.

현재 만기가 도래한 상품의 손실률이 50%를 넘어서면서 홍콩H지수가 크게 반등하지 않는 한 올 한해 손실규모는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1월말 기준 5대 은행 중 국민은행의 판매잔액이 8조1200억원으로 가장 많고, 신한은행(2조3600억원), 하나은행(2조700억원), 농협은행(2조600억원), 우리은행(400억원) 등의 순이다.

개인투자자 대부분은 투자 손실이 50%를 넘어설 수밖에 없는 상황이지만 5대 은행들은 3년간 H지수 ELS 판매로 1866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감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은 2021년 1160억원, 2022년 343억원, 지난해 363억원의 수수료 수입을 올렸다.

국민은행이 1061억원으로 가장 많고 농협은행(282억원), 하나은행(270억원), 신한은행(247억원), 우리은행(6억원) 순이다.

금감원은 이르면 이번 주 H지수 ELS 사태 중간발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금융회사와 투자자 간 ‘책임 분담 기준안’에 대한 구체적인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금감원은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의 일률적인 기준안과는 다른 방식을 검토 중이다.

ELS 책임 분담 기준안은 투자자의 나이와 가입 경험, 서류 부실 등 다양한 요소에 따라 배상 비율의 범위에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금감원의 책임 분담 기준안이 나오면 은행권의 자율 배상 논의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원 등 유관기관과 함께 고위험 상품 판매 규제를 논의 중이다. 은행권에 고위험 상품 판매를 일괄 제한하기 보다는 ‘거점 점포’ 등 일부 창구에서만 판매를 허용하는 방식 등이 검토되고 있다.

이경기 기자 cellin@nae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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